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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계 1위였던 반도체·OLED, 중국이 추월했다

중앙일보 2019.03.27 17:53 종합 14면 지면보기
중국 스마프폰 시장에서 한국 IT기업의 존재감은 이미 사라졌다. 샤오미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19 행사에서 자사의 첫 5G 스마트폰인 미믹스3 5G와 미9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중국 스마프폰 시장에서 한국 IT기업의 존재감은 이미 사라졌다. 샤오미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19 행사에서 자사의 첫 5G 스마트폰인 미믹스3 5G와 미9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⑥정보기술(IT)
 

‘아버지의 빛바랜 앨범 속에서 ‘IT 강국 코리아’란 표현을 보았습니다. 찬란했더군요. 초고속인터넷 속도와 보급률 세계 1위, 스마트폰ㆍ메모리반도체 수출 세계 1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텔레비전 세계 1위. 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 등 생활가전 분야 1위…. 우리나라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하드웨어 정보기술(IT) 기업은 대부분 미국ㆍ중국ㆍ인도 등 글로벌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했습니다. 그나마도 아직까지 경쟁력의 끄트머리를 간신히 잡고 있는 건 반도체뿐입니다. 2040년대 들어 인도와 중국의 반도체 업체에 추격당한 한국 반도체 기업은 차별적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반도체의 종류가 다양해진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규모는 유지됐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뚝 떨어졌습니다.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글쎄요, 그런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기술혁신·규제개혁 못하면
글로벌기업 하청업체 될 우려
SW 인력 양성이 미래 승부 좌우
현재 중국 연 74만, 한국 1만 배출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의 공동기획‘2050년에서 온 경고’중 정보기술(IT) 부분의 미래예측을 편짓글 형식을 빌려 그려본 시나리오다. 30년 뒤 한국의 IT 산업이 실제로 이렇게 될 것이라는 단정적 예측은 아니다. 지금처럼 대대적인 기술 혁신과 규제 개혁이 일어나지 못하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실패할 경우 30년 뒤 일어날 가능성이 큰 미래 시나리오다. 더구나 인류사회가 완전한 디지털 사회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 미래에 맞을 수 있는 한국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는 지금 슈퍼컴퓨터를 넘어 양자컴퓨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올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찾은 관람객들이 IBM 부스에서 상용 퀀텀 컴퓨팅(양자컴퓨터) 시스템인 'IBM Q 시스템 원'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세계는 지금 슈퍼컴퓨터를 넘어 양자컴퓨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올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찾은 관람객들이 IBM 부스에서 상용 퀀텀 컴퓨팅(양자컴퓨터) 시스템인 'IBM Q 시스템 원'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균열 조짐 보이는 'IT강국 코리아'
 
‘IT강국 코리아’에 대한 경고는 이미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 분야가 스마트폰이다. 2013년 3분기 32.5%까지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8.7%로 줄어들었다. 중국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탓이다. 특허청도 27일 전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 관련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를 통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현재 한국이 압도적 세계 1위이지만 향후 5~10년 뒤엔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1위 반도체 경쟁력도 위태롭다. 연구를 주도한 윤기영 Fns컨설팅 대표는 “반도체 공정에서 이제는 더 이상 무어의 법칙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후발업체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아직은 압도적 위치에 있지만, 길어도 2040년쯤이면 인도와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에 추월ㅋ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인력의 경우 중국이 연간 74만 명을 배출하는 동안, 한국은 1만3000명에 그치고 있다. 인구 대비로 볼 때도 한국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을 지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인공지능(AI)대학원 등의 제도가 나오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혁명적인 변화가 없으면 우울한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0년 뒤 한국, 글로벌 IT기업의 생산기지로 전락
 
인공지능의 발전을 막는 빅데이터 규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구글과 페이스북ㆍIBM 등 글로벌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이 한창이지만, 한국 국회에는 ‘빅데이터 경제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정안이 발의된 뒤 ‘개인정보보호’란 장애물에 막혀 답보 상태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모습대로라면, 2050년의 한국은 2010년대 한국의 위치에서 사실상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일 것”이라며 “대표적 산업인 IT산업의 몰락으로 한국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50년 세계는 자율주행·인공지능의 세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의 상황과는 별도로 2050년 글로벌 IT기술은 어느 정도로 발전할 수 있을까. 국회미래연구원은 경제적 영향도가 커 다양한 응용범위를 가진 ‘디지털 범용기술’로 ▶3D 프린팅 ▶인공지능 ▶가상ㆍ증강현실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등 5가지를 꼽았다. 3D프린팅의 경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3D프린팅이 제조업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의 경우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은 완성단계에 이르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의 출현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가상ㆍ증강현실은 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시각과 청각ㆍ촉각의 일부를 재현하는 정도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측됐다. 블록체인 기술은 계속 발전하면서 중앙화와 탈 중앙화 기술이 혼재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자율주행의 경우 레벨 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까지 발전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다.  
 
국회미래연구원과 공동연구팀은 ‘2050년 IT강국 코리아’를 위한 정책 과제로  ①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혁파 ②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인적 자원 확보와 관련 정책 수립 ③초ㆍ중ㆍ고 교실에서 대학입시 위주가 아닌 실제 현장서 쓸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IT교육 ④IT 정책가(공무원)들의 디지털 역량 및 전문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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