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문회 저격수' 40번 한 박영선, 처음 저격 당해보니

중앙일보 2019.03.27 15:54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자료체출을 요구하자 코를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자료체출을 요구하자 코를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27일 인사청문 무대에 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4선인 박 후보자는 지난 15년간 국회의원을 하며 40차례의 인사청문회에서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을 검증했다. 이 과정에서 거침없는 입담과 적극적인 청문 활동으로 '청문회 저격수'로 불렸다. 하지만 이날은 스스로 '방어'하는 후보자 입장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도덕성 검증 등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제출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박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박 후보자의 과거 청문회 발언을 끄집어내 맹공을 퍼부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보자는 청문위원 시절 '낙마왕', '저승사자'란 말이 붙어 다닐 정도로 후보자의 가족과 자녀 신상을 탈탈 털었다"며 "입장이 바뀌어 동일한 잣대로 인사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국민들 앞에 소상히 설명하겠다"며 수긍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하지만 후보자는 자료제출 태도부터 '배 째라'식으로 내로남불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며 "후보자는 과거 청문회에서 '1982년 MBC에 입사했을 때부터 재산을 어떻게 늘렸는지 다 소명할 수 있다'며 상대방을 공격했는데 탈세와 관련한 자료 요청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 발언과 지금 후보자의 행태를 보면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쏘아붙였다.
 
박 후보자는 "금융거래와 관련해선 드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며 "하지만 제 아이와 남편이 한국에 없어 (금융자료를 제출하려면)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과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조 전 장관의 씀씀이를 알겠다며 후보자와 배우자 지출내역을 요구한 것을 들어 자료제출 미흡을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조 전 장관이 1년에 7억5000만원을 사용했다고 했는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남편의 비자금이 얹혀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봤다"며 "저희 부부가 얼마나 벌어서 썼느냐는 것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질의 도중 박 후보자가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미흡한 자료제출을 질타하는 발언을 모은 동영상을 연이어 상영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몰아세우기에 자세를 낮추거나 뒤로 물러서기보다 맞대응하는 쪽을 택했다.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초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료제출 미흡을 잇달아 지적하자 박 후보자는 "왜 자료제출을 못했는지 설명해 드려야 한다"면서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홍일표 산업위원장은 "후보자가 그렇게 얘기를 다 하면 논쟁밖에 안 남는다", "본질의 때 답하라"며 제지했다.
 
박 후보자는 '전통시장에서 82만원밖에 쓰지 않았다'는 윤한홍 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남편이 신용카드로 1181만원을 썼다는 자료를 제출했는데 윤 의원이 일부러 뺐는지 자료에서 빠졌다"고 반박했다. 결국 홍 위원장으로부터 "후보자가 청문위원의 질의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의를 듣기도 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박 후보자의 집이 4채"라고 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말하며 "전셋집까지 합쳐 얘기해 국민 정서를 건드려 보고 싶은 의도가 아닌가 싶은데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후보자는 "(황 대표가) 잘못 말했다고 하시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