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이 처음 한 진술 비슷한 말은 "억울하다"였다. "이씨 아버지(62)가 요트사업 투자금을 불려주겠다고 해 지난해 2월 1만8000달러(한화 2000만원)를 건넸는데 갚지 않았다. 이를 회수하기 위해 중국동포들을 고용했는데 이들이 범행하고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계획만 했을 뿐, 범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희진(33.수감)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다운(34). [사진 JTBC 화면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3/27/9af77c49-8883-427c-bd78-28c629a1c5be.jpg)
이희진(33.수감)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다운(34). [사진 JTBC 화면 캡처]
하지만 경찰은 김다운의 진술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했다. 재차 물어보면 처음과 다른 답변을 하는 등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김다운이 입을 다물자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물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강력계,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까지 100여명이 동원돼 그의 범행 전후 행적을 샅샅이 뒤졌다.
범행 발생 후 20여일이 지난 만큼 증거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들이 발품을 팔아 확인한 모든 증거는 "억울하다"는 김다운의 말과 달랐다. 경찰은 26일 김다운에게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주거침입, 위치정보법 위반, 공무원 자격 사칭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해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송치했다
증거① : 범행 기록된 휴대전화
경찰이 김다운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작업한 결과 그가 당시 이씨에 대한 내용을 검색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초부터는 이씨에 대한 기록을 중점적으로 검색했다. 지난해 3월에 이씨 부모의 예전 집을 찾아가 촬영했고 이후에도 3차례나 이씨 아버지가 귀가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이씨의 재판을 직접 참관하고 이씨주식 사기 피해자 모임 관계자에게 e메일을 보내는 등 접촉하기도 했다.
![이희진(33.수감)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다운(34) [사진 JTBC 화면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3/27/a96fd60d-c35a-4599-acb3-496a14e3db9a.jpg)
이희진(33.수감)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다운(34) [사진 JTBC 화면 캡처]
김다운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수갑'을 검색하는 등 구매하려 한 정황도 파악됐다. 범행을 준비와 이씨 동생 납치, 밀항 등을 위해 흥신소 6~7곳과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김다운이 훔친 이씨 어머니(58)의 휴대전화로이씨 동생에게 부모님이 살아있는 것처럼 연락하고 유인한 내용도 확인됐다.
반면 "이씨 아버지와 연락했다"는 통화 기록도 없고 금융거래 내역도 발견되지 않았다. 김다운이 요트임대사업 등을 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경찰이 그의 범행을 "이씨 부부의 금품을 노린 치밀한 범행"으로 보는 이유다.
증거② : 스모킹건 된 카드명세서
결정적인 증거는 산 물건이었다. 전날 휴대전화로 범행에 사용할 물품을 검색한 김다운은 범행 당일 하나하나 직접 구입했다. 낮 12시48분엔 어머니집 인근의 생활용품 매장에서 표백제와 청테이프, 장갑과 명찰 케이스 등을 샀다. 명찰 케이스는 이씨 부부의 집에 침입하기 위해 경찰관을 사칭하는 과정에 사용됐다. 15분 뒤 용인시의 철물점에서 살인과 시신유기를 위한 흉기 등을 구입했다.
그는 범행을 준비하면서 현금과 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경찰은 김다운이 오간 곳을 모두 방문해 흉기 등을 산 사실을 확인했다.
"김다운이 범행 전 흉기와 범행 현장을 치우기 위한 표백제까지 직접 산 것을 볼 때 살인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희진
증거③ : CCTV 속 수상한 행적
경찰 관계자는 "100여명의 경찰이 추적, 분석, 포렌식 등 여러 팀으로 나눠 찾아낸 증거"라며 "김다운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중국으로 달아난 중국동포 3명이 인터폴 적색수배 및 범죄인도 등 국제공조를 통해 국내로 송환되면 이들의 범행 가담 정도도 조사하기로 했다.
김다운이 납치 의뢰와 밀항 등을 위해 접촉한 흥신소 직원들도 사기와 강도예비, 위치정보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안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