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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OUT] 5월부터 저축銀 계좌로도 해외 송금 가능

중앙일보 2019.03.27 15:00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규제입증 책임제 추진계획 및 시범실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규제입증 책임제 추진계획 및 시범실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축은행 계좌에서 해외 송금이 허용된다. 카카오페이ㆍ토스 같은 핀테크(FinTech, 금융+기술) 업체의 해외 송금 한도가 건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늘어난다. 공무원들에게 “규제가 꼭 필요한지 증명해보라”고 했더니 스스로 규제를 없앤 성과다.
 

정부, “꼭 필요하다” 입증 못한 규제 83개 없애기로

기획재정부는 올 초 ‘규제입증 책임제’를 시범 도입한 결과 ▶외국환 거래 ▶국가계약 ▶조달 분야 규제 272건 중 83건(30.5%)을 폐지ㆍ개선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규제입증 책임제는 기업이 규제를 폐지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하는 대신 담당 공무원 스스로 해당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입증하도록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해당 규제를 심사해 없애도록 한 제도다. 기업 활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풀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외국환 거래 분야에선 자본금 1조원 이상 저축은행(전체 79곳 중 21곳)에서 해외 송금ㆍ수금을 전면 허용한다. 우체국은 기존에 내국인만 해외송금을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외국인도 가능하다. 핀테크 창업자에게 대표적인 ‘진입장벽’으로 꼽히는 소액송금업 자본금 요건은 기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한다. 송금 한도는 건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늘린다. 안종일 기재부 기업환경과장은 “외국환거래 관련 규제 완화는 4월까지 고시개정을 완료하겠다”며 “금융 소비자는 이르면 5월부터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전 한도도 늘어난다. 무인은 1000달러에서 2000달러, 일반은 2000달러에서 4000달러로 각각 올린다. 해외부동산 취득과 관련한 계약금 송금 한도(20만 달러)는 폐지한다. 외환거래 신고ㆍ증빙 의무 기준금액도 건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높인다. 안 과장은 “5000달러 이하 외환 거래 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국가 계약 분야에선 계약 당사자인 기업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영세기업이 국가계약에 참여할 경우 선금 지급 요건ㆍ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 기존엔 잔여이행 기간이 30일 미만일 때만 선금 지급을 금지하고, 선금 전액 사용 시 사용내역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기업이 신청할 땐 잔여이행 기간과 관계없이 선금 지급을 허용한다.
 
정부 조달 분야에선 입찰 자격 문턱을 낮춘다. 과거 입찰 때 관련 서류를 미제출하거나 회계연도 중 3회 이상 입찰에 참여하지 못할 때 새로운 입찰에 참여하지 못 하게 한 규제를 없앤다. 입찰시 보증금은 지급각서로 대체한다. 안 과장은 “계약체결 이후 착공까지 적정 준비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소 준비 기간(20일 등)을 명문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폐지ㆍ개선키로 한 규제 83건은 22일 자체규제심의위원회를 거쳤다. 이중 행정규칙 62건은 다음 달 중, 법령 21건은 상반기 중 개정안을 제출해 개정하기로 했다. 여기 포함되지 않은 과제도 민간 요구를 고려해 존치 필요성을 다시 판단한다. 규제입증 책임제는 올해 중 교육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행정안전부 등 16개 부처에서 도입한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생명ㆍ환경ㆍ안전 등 꼭 필요한 규제를 무분별하게 완화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올 한해 1780여개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장은 “무엇보다 정부가 기업과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며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크다면 서둘러 규제를 혁파하고 규제로 인해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에게 구제책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규제는 여러 부처에 걸쳐있어 한 부처나 담당 공무원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범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규제입증 책임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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