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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정치풍향] 미리 보는 2020년 총선 거물들의 대진표

중앙일보 2019.03.27 14:00
거물 꺾고 배지 달면 2년 뒤 대선 가도 탄력받을 수도
추미애 vs 오세훈도 격돌… 조국은 부산 출마 가능성

이낙연·황교안(종로), 임종석·김용태(중구성동을) 서울서 맞붙는다면?

 
21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은 지난 20대 총선 경기 용인 수지구의 후보 유세장.

21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은 지난 20대 총선 경기 용인 수지구의 후보 유세장.

3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2020년 4월 15일에 열리는 제21대 ‘총선 시계’는 계속 가고 있다. 이미 원내·외 정치인들의 마음은 총선에 가 있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상당수 의원은 정책보좌진 대신 지역구 관리를 위한 보좌진을 채용하는 등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날이 풀리면 지역구에 숙소를 잡고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총선까지는 1년여가 남아 있지만 일부 지역구에서는 가상 대결 구도까지 그려지고 있다. 2022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잠룡들이 주로 거론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정치 1번지’ 종로다. 일찌감치 출마 지역구(광진을)를 특정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대선후보급 거물들에게 21대 총선이 중요한 이유는 2022년 대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선될 경우 대권 가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패할 경우에는 치명상을 피하기 어렵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총선 성적표가 대권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무임승차권은 아니다”면서도 “정치 일정상 대권주자들로서는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놓칠 수 없다. 국회의원 배지는 대권주자로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한다.
 
 
잠룡들의 총선 행보와 맞물려 있는 최대 정치 현안은 ‘보수 통합’이다. 2월 28일 리얼미터의 ‘자유한국당의 당면 과제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극우세력을 포함한 보수 통합’(23.3%), ‘극우세력과의 단절을 통한 중도 확장’(20.9%), ‘여야 협치 복원’(20.6%)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당 지지층과 보수층에서 ‘보수 통합’ 의견은 각각 54.7%, 50.5%로 나타났다. ‘보수 통합’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지상과제로 제시된 셈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수층에서 ‘보수 통합’을 제1과제로 꼽는 이유는 지난 총선 때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을 겪는 등 극심한 계파 갈등을 노출했다. 돌아선 일부 보수 민심은 중도를 지향하던 국민의당으로 옮겨갔고 결과적으로 민주당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시 말해 보수 통합에 내년 총선 승패가 달려있다고 보수층은 보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종로는 2022년의 예고편?
 
이낙연 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 맞대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 맞대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 사진:연합뉴스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최종 목적지는 청와대인 경우가 많다. 고(故) 윤보선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종로 국회의원을 거쳤다. 청와대가 자리 잡고 있는 종로가 ‘정치 1번지’로서 상징성이 큰 이유다.
 
종로는 총선 때마다 거물급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여왔고 승리할 경우 장밋빛 미래가 보이지만 패할 경우 정치적 내상(內傷)이 상당하다. 내년 총선에서 종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여야 잠룡급 후보들의 출마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선 전초전 성격에 가까워질 확률이 높다.
 
현재 여권에서 종로 출마설이 제기되는 인물로는 지역구를 이곳에 둔 정세균 의원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이종걸 의원(경기 안양 만안구),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등이 꼽힌다. 이 총리는 차기 범여권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1, 2위를 다투고 있고, 여당 내 잠재적 대권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변수는 종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같은 당 정세균 의원이다.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 의원은 올 1월 전북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전직 국회의장이라고 해서 불출마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종로구민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고 당과도 협의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장 출신 정치인의 불출마 관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정치권의 한 관측통은 “결국 정 의원의 선택에 달려있다”면서도 “예전부터 종로는 서울시 전체 판세의 풍향계로 작용한 스윙 보터(Swing Voter) 지역으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져도 본전이고 이기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신진 세력을 투입해야 하는 게 맞다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같은 뉴 페이스의 출마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누구로 낙점할 것인가를 두고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지역구라고 말한다. “이 총리나 임 전 실장은 친문 핵심이 아니다. 견제 대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단숨에 유력 대권후보로 부상할 것이다. 이를 친문에서 반기겠는가.” 그는 이어 “정 의원의 재출마를 만류하고 이 총리나 임 전 실장을 내세운다면 비문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정 의원을 총리로 임명하고 이 총리를 종로로, 임 전 실장을 다른 지역구로 공천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교통정리 카드를 유권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는 미지수다.”
 
이 총리의 출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해찬 대표가 줄곧 공천 혁명을 얘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과 세대의 교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곳이 종로”라고 지목했다. “이 총리가 나올 경우 선거가 문재인 정부 심판 성격이 될 수 있다. 자칫 삐끗하면 청와대나 민주당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권에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다. 대권의 꿈을 꾸고 있는 황 대표가 정치 1번지에 나가 전체 선거판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보수의 리더 중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 보수 정치인은 거의 없었다”면서 ”어려울 때 당을 떠나거나 나몰라라 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때문에 보수로부터 민심이 돌아선 것”이라고 황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를 댔다.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당대표로서 선당후사의 모범은 차기 대권 행보에 큰 자산이 된다는 게 황 대대표 출마론을 얘기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배종찬 소장은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당대표에 대한 결집력을 더 강화시킬 것”이라며 “지더라도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고 이긴다면 보수 대통합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구성동을, 차기 서울시장 후보 맞대결 성사되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중구성동을 총선 출마 가능성은 유효하다. 임 전 실장의 맞상대로는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부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중구성동을 총선 출마 가능성은 유효하다. 임 전 실장의 맞상대로는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부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구도 격전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의 출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동구는 임 전 실장이 16대와 17대에 국회의원을 지냈던 지역이다. 현재는 선거구 개편으로 중구와 합쳐져 중구성동갑은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중구성동을은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이 종로에서 공천받지 못한다면 자신의 옛 지역구가 있는 중구성동구, 특히 지상욱 의원이 있는 중구성동을에 출마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 중구성동을로 방향을 튼다면 정치행로의 궤도 수정을 의미한다. 차기 서울시장을 노린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이는 당내 다른 유력 대선주자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크게 낮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차기 대권을 노리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울시 정무 부시장을 경험한 임 전 실장으로서는 서울시장을 통해 다음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원외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에 국회 입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면서 ”대권이든 서울시장이든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지지기반이 필요하다”고 출마설에 무게를 뒀다. 특히 “당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실리적으로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야권에선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임 전 실장을 저격할 카드를 찾고 있다. 임 전 실장 출마 지역에 거물급을 내세워 맞불을 놓겠다는 구상이다. 한국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김용태 3선 의원(서울 양천을)이다. 한국당 비상대책 위원회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스스로 당협위원장 지위 배제를 결정하며 이른바 ‘셀프 청산’을 선언했다. 이후 김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2008년 총선 후 내리 세 번씩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준 양천을 지역을 떠난다”면서 “앞으로 나라와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보탬 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임종석 vs 김용태’ 시나리오에 대해 “야권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을 붙여 임 전 실장과 서울시장 전초전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내 비문계에서는 임 전 실장의 험지 출마론도 거론된다. 비문계 관계자는 “종로는 집안싸움으로 비칠 수 있고, 중구성동을은 안정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 있다”며 “오히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있는 동작을과 같은 험지에 출마하는 것이 차기 행보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의 노련함이냐, 오세훈의 기사회생이냐
서울 광진을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총선 대결이 점쳐진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광진을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총선 대결이 점쳐진다. / 사진:연합뉴스

 
역대급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곳 중 하나가 서울 광진을이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맞대결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해 11월 한국당에 복당하면서 “광진구가 한국당 입장에서 선거 치르기 수월하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더 어려운 험지로 가라고 해도 책임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각오를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올 1월, 한국당 광진을 지역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광진을 지역은 추미애 의원이 1996년 제15대 국회를 시작으로 줄곧 활동한 곳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김형주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5.5%포인트 차로 패배한 것을 제외하고는 20년 넘게 지역구를 지키고 있다.
 
오 전 시장의 전략은 명확하다. 5선에 여당 대표까지 지낸 추미애 대표의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둬 대선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 투표’로 시장직을 사퇴한 이후 공식 선거에서 이긴 경험이 없다. 2010년 서울시장 당선 이후 근 10년 동안 패배의 고배만 든 셈이다. 사실상 내년 총선 결과가 오 전 시장의 정치인생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오 전 시장의 각오는 대단하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바람에 지역조직위원장에 임명되고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지역구에 집중할 것이며 특히 바닥에서 기겠다는 오 전 시장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전했다.
 
채진원 교수는 “오 전 시장의 당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오 전 시장 개인에 대한 동정론과 서울시 지역구 49석 가운데 35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추 의원은 당대표 시절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역주민으로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큰 인물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을 것이다.”
 
배종찬 소장은 내년 광진구 혈전이 ‘비호감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주목했다. 그는 “추 의원 교체에 대한 의지도 있고 시장직을 홀연히 던져버린 오 전 시장에 대한 반감도 있다. 사실상 비호감 정도가 더 낮은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판세를 읽었다.
 
부산에서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차출론이 대두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으로 PK(부산·경남) 민심이 요동치면서 내년 총선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전후인 6월 11∼12일, 14∼15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당시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5.4%로 자유한국당 지지율 21.7%를 크게 앞질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71.6%로 고공행진했다.
 
9개월이 흐른 2019년 3월의 상황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3월 4∼8일 리얼미터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 이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30.9%로 떨어졌다. 한국당 지지율은 44.7%까지 올랐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36.5%로 반토막 났다.
 
 
“조국 차출 불가피” vs “2004년 文처럼 靑 떠날 것”
대구 수성갑에서 5선 도전이 예상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의 대항마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구 수성갑에서 5선 도전이 예상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의 대항마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PK는 민주당의 전략적 요충지다. PK 지역의 승리가 없었다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도 불가능했다.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국당에 PK를 내준다면 여파는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로 조 수석과 같은 인지도 있는 인물을 내세워 PK 의석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권의 바람과는 반대로 조 수석은 여전히 출마 가능성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흐름으로 봤을 때 조 수석이 불가피하게 차출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민정수석의 관계와 비슷하다”며 “문 대통령도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조 수석이 총선에 나와 당선된다면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부산 출신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안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의 총선 행보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내년 총선에서 안 전 대표의 역할론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조국 수석을 잘 아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조국 수석의 경우 줄곧 자신이 해온 말이 있기 때문에 만일 출마한다면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조 수석을 계속 떠밀면 2004년 문재인 민정수석이 사표 쓰고 히말라야로 도망간 것처럼 청와대를 떠날 것”이라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여권의 또 다른 잠룡인 4선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대구 수성갑)의 맞상대도 주목되고 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 역시 고별간담회에서 “비대위원장까지 한 사람으로서 손해를 보거나 희생해야 할 일이 있으면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며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전 위원장이 김 장관과의 빅매치에서 살아남을 경우 정치적 위상이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장관은 지난 총선 당시 자신의 지역구에서 62.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을 저격하는 역할로는 홍준표 전 대표가 더 적합하다. 흥행도 되고 재기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잠룡들의 빅매치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야당의 경우는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보수통합 논의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보수가 분열이 돼있는 상태에서는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의 깃발을 더욱 높이 올리고, 자유우파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 황교안 대표의 취임 일성이다. 황 대표는 의원 총회에서는 “우리가 분열했을 때 선거에서 졌고 하나가 됐을 때 이겼다. 통합의 범위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데 우선 우리부터 하나가 되면 더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취임 이후 내부 정리정돈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3월 4일 단행한 당직 인선을 보면 친박에 무게중심이 가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사무총장에 4선의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시병), 전략기획부총장에 초선의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을 각각 임명했다. 당대표 비서실장에는 재선의 이헌승 의원(부산 진구을), 대변인에는 초선의 민경욱(인천 연수을)·전희경(비례) 의원을 지명했다. 한선교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되고 민경욱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바 있다. 추경호 의원의 경우 황 대표가 국무총리 재임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다만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3선의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을 임명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김 의원은 탄핵 정국 때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1월 복당했다. 그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가까운 사이다. 보수 통합의 끈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김 의원 역시 한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게 통합의 흐름이 형성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유승민과 통합) 계기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한 4선 중진 신상진 의원은 “당내 혁신을 이루고 난 후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한 당 밖의 보수 인사들 다 함께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대표는 통합 상대인 바른미래당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당대표 후보 시절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황 대표는 “정당으로서 가치와 헌법 가치 등 차이가 있어 나간 것 아니냐. 그런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치 중심으로 모이면 당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면서 “개별 입당이 쉽지만 결국 당대당 통합도 포기할 수 없다”고도 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바른미래당 의원의 개별 입당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인상이다.
 
 
원탁회의로 보수 대통합 기폭제 마련할까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극우세력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수준이 정해지고 총선에서 한국당의 의석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실망감이 한국당의 지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합리적 중도보수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고진동 평론가는 합리적 중도보수에 대한 유인책이 없는 상태에서는 청와대와 집권당의 하락한 지지율의 반사이익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보수 진영에서도 통합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수호비상국민회의·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 진영 11개 시민단체가 1월 21일 공동 주최한 ‘자유진영 시국 대토론회’에 참석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발언이다. “반(反) 대한민국 세력에 의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보수 우파 자유 진영은 통합과 단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보수 원탁회의를 만들어 보수 대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석 의원은 “한국당이 플랫폼 정당이 돼서 이념과 가치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치 세력을 단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실적으로 힘을 합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한국당이 바뀌기를 바라는데 성에 안 차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대통합 원탁회의’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필두로 안철수·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등 보수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진동 평론가는 총선 전에 싸움판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황 대표도 느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황 대표가 특정 지역구에 출마해 승리하는 것은 종속 변수다. 오세훈·김병준 등 중도보수 성향의 인물들을 가능한 한 많이 끌어내 승부처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극우적인 이미지도 벗어 던지고 중도보수 대통합 노선에 맞는 인물을 선보이면서 총선에 뛰어들어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수 대통합 성사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통합을 하려면 기득권을 포기하고 협상해야 하는데 지지율 등 한국당의 여건이 월등히 앞선다”는 이유를 댔다. 그는 “한국당 중심의 흡수를 원할 것이고 이는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차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기득권 문제는 유승민 의원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대북관 등 당의 정체성 차이 문제는 당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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