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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주민 피해볼까 8년 쏟는데···韓 3년 내 보 해체 추진

중앙일보 2019.03.27 13:34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위치한 영산강 죽산보. 환경부는 죽산보에 대해 헤체 방안을 제시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위치한 영산강 죽산보. 환경부는 죽산보에 대해 헤체 방안을 제시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가 금강·영산강의 4대강 보를 해체하는 데 드는 시간을 3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외국 전문가들은 해체를 할 때 좀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충고했다.
 
27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 주최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일본 규슈 구마모토 자연협회 츠루 쇼코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구마모토 현의 구마 강에 있던 아라세 댐이 2018년 3월 완전히 철거됐는데, 철거될 때까지 6년에 걸쳐 6단계로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아라세 댐 6단계로 나눠 철거
일본 아라세 댐 철거 사례를 발표하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 자연협회 츠루 쇼코 회장. 강찬수 기자

일본 아라세 댐 철거 사례를 발표하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 자연협회 츠루 쇼코 회장. 강찬수 기자

츠루 회장은 "2010년 댐 철거가 결정됐고, 모든 수문이 열렸지만 댐 철거는 2년 후에 시작됐다"며 " 바닥에 쌓여있던 퇴적물이 한꺼번에 내려가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먼저 호수 퇴적물 상태를 면밀하게 분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라세 댐을 철거할 때 부분부분 단계적으로 철거해 퇴적물이 조금씩 내려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결국 2010년부터 8년에 걸쳐 댐을 조심스럽게 해체한 셈이다.
 
아라세 댐은 길이 210.8 m, 높이 25m이며 1954년 건설됐다.
1965년 홍수 때에는 댐에서 갑자기 방류하는 바람에 주민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일본 아라세댐이 2013~2018년 6년에 걸쳐 6단계로 나눠 철거되는 과정. [자료 츠루 쇼코]

일본 아라세댐이 2013~2018년 6년에 걸쳐 6단계로 나눠 철거되는 과정. [자료 츠루 쇼코]

일본 정부는 홍수 방지를 명분으로 규모가 더 큰 카와베강 댐을 추진하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주민들은 2001년부터 아라세댐 철거 운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2009년 9월 구마모토 현 지사가 카와베강 댐 반대를 공식화했고, 2010년 1월에는 아라세댐 철거가 결정됐다.
 
츠루 회장은 "하구 갯벌 등에서 멸종위기종이 다시 모습을 보이는 등 아세라 댐이 철거 덕분에 구마 강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으나, 여전히 세토이시 등 다른 댐 2개와 보 3개가 남아 있어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4대강의 자연성 회복 방안을 추진해온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홍종호 공동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4대강의 자연성 회복 방안을 추진해온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홍종호 공동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금강 세종보과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에 대해 해체 방안을 제시했고, 경제성 평가에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3~4년 안에 해체하는 것을 기준으로 해체 비용을 산정한 바 있다.

 
수문 완전 개방 6년 됐지만 철거 안 해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 중인 마티야스 콘돌프 교수. 강찬수 기자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 중인 마티야스 콘돌프 교수. 강찬수 기자

이날 심포지엄에서 마티야스 콘돌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캘리포니아 레드 블러프 유역변경 댐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콘돌프 교수는 "새크라멘토 강에 있는 레드 블러프 댐은 연어 회귀를 막는 등 환경 파괴 논란 때문에 2008년부터는 겨울철에 물고기가 이동하도록 일부 수문을 열고 운영을 했고, 2013년부터는 수문을 완전히 열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4년 완공된 레드 블러프 댐은 현재도 댐 자체를 해체하지 않고 운영 중이다.
 
콘돌프 교수는 "세계적으로 댐이나 보 건설, 준설 등을 강 복원이라고 부른 사례는 없고, 이는 강 생태계에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꼬집기도 했다.
4대강 사업으로 5억7000만㎥의 퇴적물을 준설했는데, 원래대로 퇴적되고 회복하는 데 수십 년 걸릴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콘돌프 교수는 "사람이 개입하기 전의 상태로 강을 복원한다고 하지만 사람이 개입하기 전 시기를 정의하기는 어렵다"며 "강을 복원한다고 해서 과거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이 인위적으로 서석지를 회복하더라도 자연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오래 유지 되지 않는다"며 "강의 연결성만 유지해주면 강이 알아서 제 모습을 회복한다"고 강조했다.
 
바닥 퇴적물 씻어내는 데 오래 걸려
심포지엄에서 발표중인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제프리 듀다 박사. 강찬수 기자

심포지엄에서 발표중인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제프리 듀다 박사. 강찬수 기자

또 다른 주제 발표자인 제프리 듀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박사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의 엘와 댐 해체 사례를 소개했다.
 
듀다 박사는 "1912년 엘와 댐이 건설되기 전 엘와 강은 '물고기 생산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연어·송어 등 다양한 물고기가 잡혔다"며 "댐 건설 후 연어의 98%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민간 소유였던 엘와 강의 두 댐(엘와 댐과 글라인스 캐니언 댐)의 면허가 만료됐고, 1992년 엘와강 어업과 생태계 복원에 관한 연방법이 제정되면서 두 댐의 철거가 추진됐다.
 
댐 매입비 2900만 달러, 해체 비용 2700만 달러, 댐 해체에 따른 취수·정수 시설 설치 비용 등에 2억6900만 달러가 들어갔다. 총 3억2500만 달러(약 3680억 원)가 들어간 셈이다.
 
댐은 2011년 해체가 시작돼 2014년까지 진행됐다.
듀다 박사는 "댐 철거 후 5년 동안 댐 바닥에 쌓여있던 퇴적물의 65%, 1400만㎥가 하류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9만1400여개의 댐이 존재하며, 이 중 1477개 댐이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듀다 박사는 "일반적으로 댐 수명을 50년으로 볼 때 미국 댐의 절반 이상이 50년을 넘겼거나 넘어서고 있다"며 "지난 30년 동안 태평양 연안과 북동부, 5대호 연안 등지를 중심으로 해체되는 댐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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