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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비 곳간 채우나…대기업 너도나도 '회사채' 발행

중앙일보 2019.03.27 12:08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중앙포토]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중앙포토]

연초 이후 대기업의 은행 대출은 준 반면 중소기업 홀로 대출을 늘리고 있다. 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던 대기업이 앞다퉈 회사채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ㆍ2월 회사채 순발행액은 4조9837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한해 순발행된 5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현재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이 AA등급 이상인 대기업 발행 물량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대기업이 대출 대신 회사채로 돌아선 데는 금리 영향이 크다. 대부분 대기업이 발행하는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지난달 말 2.18%로 3%대인 은행 대출 금리보다 낮다.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넉 달 연속 하락했지만, 대기업의 은행 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같은 기간 꾸준히 올랐다. 회사채 금리와 대기업 대출 금리 차이는 올해 1월 기준 1.3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투자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기업이 적극적으로 회사채 시장에 뛰어드는 요인이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 유동자금이 회사채로 몰리고 있다. 회사채 투자는 2% 안팎의 은행 예·적금에 비해  2~3%포인트가량 기대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혁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들어 발행액이 많이 증가했고, 사전청약(수요예측) 시장 역시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며 “당분간 우량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발행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이 회사채로 자금을 싸게 조달하면서 은행 대출은 줄고 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2000억원 감소해 157조9000억원이다. 회사채 발행하는 게 쉽지 않은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에 의존한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78조2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4조5000억원이 불어났다. 이 중 절반가량은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기업예금이 늘어나고 있어 대기업이 투자 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앞으로 경기가 나빠져 신용경색이 올 것을 우려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초 회사채 순발행액은 동 기간 기준으로 2009년 1ㆍ2월 이후 최대치다. 당시 두 달간 회사채 순발행액은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금융위기에 대응하려고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비우량 회사채를 사들이면서 일시적으로 회사채 발행액이 급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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