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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사건의 단서는 전화기 저편의 소리...반전의 스릴러 '더 길티'

중앙일보 2019.03.27 11:18
덴마크 영화 '더 길티'. 주인공은 긴급신고센터에서 일하는 경찰이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덴마크 영화 '더 길티'. 주인공은 긴급신고센터에서 일하는 경찰이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요,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27일 개봉하는 '더 길티'(The guilty)는 요즘 말로 하면 소리가 열일하는 스릴러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납치된 여성을 구해내려는 경찰의 분투가 탄탄한 긴장과 함께 펼쳐진다.   

덴마크 신예 감독의 첫 장편
기발한 설정, 탄탄한 전개로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등 호평

 긴급 신고 센터에서 일하는 경찰 아스게르(야곱 세데르그렌)는 본래 현장을 뛰다가 뭔가 문제를 일으켜 이곳으로 좌천된 처지. 퇴근을 앞두고 그는 희한한 전화를 받는다. 마치 자기 아이에게 전화를 건 것처럼 시작하는 여성의 말투에서 아스게르는 이것이 납치사건임을 직감한다.   
아스게르가 일하는 긴급신고센터,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이곳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아스게르가 일하는 긴급신고센터,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이곳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납치범이 곁에 있어 할 말을 마음껏 못하는 여성에게서 최소한의 정보를 얻어낸 아스게르는 퇴근 대신 사방팔방 쉼없이 전화를 이어간다. 여성을 태운 차량의 위치를 가늠하고, 가까운 도로에 경찰이 출동하게 하고, 개인적으로 친한 경찰까지 여성의 집에 보내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도록 한다. 
 그의 전화통화는 충실한 수사교본 같다. 의사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의 여성은 물론 상황을 종합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어린아이나 뭔가를 숨기는 듯한 또다른 누군가를 안심시키며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솜씨가 숙련된 경찰답다. 
 눈 대신 귀를 통해 몰입과 긴장 고조 
 놀랍게도 이런 주인공도, 영화 전체도 상영시간 내내 한번도 신고센터를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책상에 앉아 전화를 받는 경찰들이 전부인 단조로운 실내, 그 중 이야기 전개에 기여하는 인물은 주인공 한 사람뿐이다. 게다가 이를 연기하는 이는 낯익은 할리우드 스타가 아니라 낯선 덴마크 배우다.  
엄밀히 말해 이 영화의 공간은 두 곳. 아스게르는 신고센터의 자기 책상과 그 안의 회의실을 오가며 전화 통화를 이어간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엄밀히 말해 이 영화의 공간은 두 곳. 아스게르는 신고센터의 자기 책상과 그 안의 회의실을 오가며 전화 통화를 이어간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약점처럼 보이는 이런 특징은 고스란히 이 영화의 강점이 된다. 미니멀한 배경은 아스게르의 통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눈으로 보여주는 대신 귀로 들려주는 단서는 전화기 저편의 상황을 저절로 상상하게 만든다. 
 목소리에 담긴 감정이나 울먹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여러 소음까지, 각종 소리는 추적의 단서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런 전개는 주연 배우 야곱 세데르그린의 연기와 더불어 어느새 함께 현장에 함께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을 안겨준다. 침착하게 보이던 주인공은 사건에 빠져들수록 때로는 격분하고 때로는 안도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놀라운 반전이 더해진다.  
 신인감독 데뷔작, 할리우드가 리메이크 예정
 연출에 더해 공동각본을 맡은 구스타프 몰러는 덴마크 신예 감독. 화려한 특수효과가 넘쳐나는 시대에 한정된 장소·인물만으로 한껏 긴장을 고조시키는 솜씨가 단연 주목할만하다. 장편데뷔작인 이 영화로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메타비평 사이트 라튼토마토에서 99%의 호평을 기록했다. 
납치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스게르가 활용하는 장비는 핸즈프리 전화기와 책상에 놓인 컴퓨터가 전부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납치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스게르가 활용하는 장비는 핸즈프리 전화기와 책상에 놓인 컴퓨터가 전부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감독은 2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납치사건 다룬 팟캐스트에서 피해자와 신고센터의 실제 통화내용을 우연히 듣고 이번 이야기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지난해의 흥행작 '서치'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신 영화 스스로 내건 제약이 오히려 긴장과 몰입을 더한다는 점에서다. 
 할리우드가 이 탄탄한 스릴러에 탐을 내는 것도 자연스럽다.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과 제작을 겸해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을 만들 계획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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