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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소방지휘부 대응 논란 국가배상청구 소송 가나

중앙일보 2019.03.27 05:00
2017년 12월 불이 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복합상가건물. [중앙포토]

2017년 12월 불이 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복합상가건물. [중앙포토]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당시 소방지휘부의 부실대응 논란이 국가배상청구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 소송은 공무원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은 국민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다.

법원 '소방지휘부 불기소' 재정신청 기각
유족 "검찰 이어 법원도 외면…실망스럽다"
재정신청 기각에 국가배상청구 소송 검토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 김성수)는 26일 “제천 화재 때 늑장 대처로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소방관 2명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유족들의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소방지휘부가 했던 조치를 돌아보면 최선이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업무상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방 지휘부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구조 활동 당시 피해자들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경우라야 하는데 이 역시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은 충북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2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할 당시의 논리와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법원에서 나온 것이다. 재정신청 기각은 소방관의 잘못으로 인한 인명피해 여부를 재판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의미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9일 항고장을 제출하기 위해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들어서고 있다. 유가족들은 늑장 대처 의혹을 받은 현장 소방 지휘책임자들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9일 항고장을 제출하기 위해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들어서고 있다. 유가족들은 늑장 대처 의혹을 받은 현장 소방 지휘책임자들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유가족대책위원회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천 화재로 딸을 잃은 김모(43)씨는 “소방관이 초동조치만 제대로 했어도 29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방관이 무죄를 받든 유죄를 받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따져보겠다는 뜻으로 재정신청을 냈는데 이마저도 무산돼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에 이어 법원마저도 유족들의 요구를 외면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지난 2월 열린 총회에서 재정신청이 기각될 경우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한다. 유가족 변호를 맡은 홍지백 변호사는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에 불복하는 항고 절차는 밟지 않는 것으로 지난 2월 유족대책위 총회에서 결정했다”며 “형사사건을 접고,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소방관의 지휘·감독 책임자인 충북도의 과실을 따져 보자는 게 유족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화재 참사는 목욕탕과 헬스클럽 등이 있는 복합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사고다. 이듬해 1월 화재 원인을 조사한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현장 지휘부가 상황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고, 인명 구조 요청에도 즉각 응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제천화재 참사 희생자 1주기 추모식에서 슬픔을 못 이긴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제천화재 참사 희생자 1주기 추모식에서 슬픔을 못 이긴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목격자와 소방관계자 진술, 화재 당시 현장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뒤 지난해 5월 소방지휘부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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