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미도 아마존서 '핫'한데···전자상거래 수출입 고작 0.5%?

중앙일보 2019.03.27 05:00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실제로 팔리고 있는 영주대장간 호미.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능 좋은 원예 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개 가격은 16.89달러로 우리돈 1만9000원 정도다. [사진 아마존 캡처]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실제로 팔리고 있는 영주대장간 호미.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능 좋은 원예 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개 가격은 16.89달러로 우리돈 1만9000원 정도다. [사진 아마존 캡처]

[김도년의 회통수(회계·통계·수치로 파헤치는 경제)]

#경북 영주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는 석노기씨(65)는 올 들어 석 달 동안에만 1000개가량의 호미를 수출했다. 아마존 원예용품 '톱10'에 올라가 있는 이른바 '한류 호미'다. 아마존·이베이 등 해외 직구 플랫폼 이용자가 늘면서 국산 호미가 전 세계 원예 애호가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석 씨는 "10여년 전에는 한 달에 3~4 자루 호미를 보냈지만, 지난해 갑자기 주문이 늘었다"며 "최근엔 네팔 등지에서도 구매 문의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관세청 지난해 적발한 양귀비 종자 밀수 건수는 66건으로 전년 대비 288% 증가했다. 원인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마약 유통업자들이 해외 직구로 양귀비 종자를 구입한 뒤 해외 특송 화물로 밀반입을 시도한 것이다. 이들은 전자상거래로 수입한 특송 화물은 통관 검사가 느슨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종욱 관세청 통관기획과장은 "해외 직구·역직구 건수가 크게 늘다 보니 밀수를 적발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도년의 썸타는 경제]

 

호미부터 마약까지 전자상거래 하는데 정확한 통계 없어 

전자상거래 수출입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한류 호미'처럼 예상치 못한 수출 성과가 나오는가 하면, 마약 밀수도 인터넷 거래 방식을 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통계청·관세청 등 관할 당국에선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거래 규모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통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해 공식 전자상거래 수출입 규모(금액 기준)는 60억 달러(6조8000억원)로 일반 수출입의 0.52%에 불과하다. 김영문 관세청장이 최근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는 데도 통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한 통계 작성법을 찾으라고 지시한 이유다.
 

韓 전자상거래 수출입 비중 0.5% 불과…"소비재 위주로만 파악" 

전자상거래 수출입 비중이 0.5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는 이유는 통계 작성 과정에서의 한계 때문이다. 통계청과 관세청은 현재 소비재 상품(B2C) 위주로만 전자상거래 수출입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아마존·이베이 등 해외 직구·역직구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출업자 등은 간이 수출신고서만 작성하면 되는데, 이 간이 신고서 작성 건수와 규모를 중심으로만 통계가 작성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무역 거래를 해 온 수출업자들은 주문·배송·판매 등 상품 거래 과정에서 전자문서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수출 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전자상거래 수출(15번 코드)'이라고 기재하지 않는다. 손에 익은 대로 '일반 수출(11번 코드)'을 선택하다 보니 통계에선 누락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최영훈 관세청 통관기획과 사무관은 "인터넷 해외 직구·역직구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200만원 이하 소액 소비재 상품 거래는 통계에 포착되지만, 값이 비싼 기계·원재료 등 기업 간 거래(B2B) 상품은 수출업자가 '전자상거래 수출' 코드를 선택하지 않는 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中 전자상거래 수출입 비중은 18%…설문조사로 정확성 높여 

반면 중국 상무부는 알리바바·징둥닷컴 등을 통해 거래되는 전자상거래 수출입 규모를 2017년 기준 7조6000억 위안(1281조2800억원)으로 파악했다. 이 비중은 일반 수출의 18%에 달했다.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홍콩·마카오 등을 제외한 내륙 지역에 거주하는 6세 이상 시민 중 최근 6개월 내 온라인 쇼핑을 한 경험이 있는 3000개 유효 표본을 수출해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작성했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한국적 특성상 중국 상무부 방식대로 통계를 작성하면 전자상거래 규모도 0.52%보다는 훨씬 크게 잡힐 것이라는 게 관세청의 관측이다. 관세청은 오는 5월 말쯤 중국 관세 당국과 전자상거래 통계 작성 방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중국의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JD닷컴)이 중국 쓰촨(四川) 성에 무인기(드론) 택배 전용 공항 150개를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JD.COM]

지난 4월 중국의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JD닷컴)이 중국 쓰촨(四川) 성에 무인기(드론) 택배 전용 공항 150개를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JD.COM]

통계 없으면 소극 투자로 이어져…"한국판 알리바바 못 나와" 

정확한 전자상거래 통계가 없는 것은 수출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상 제품 수출은 활성화하고 밀수 감시는 강화돼야 하지만, 현재 관세청의 전자상거래 관리 전담 인력은 본청 5명을 포함해, 일선 세관과 공항 167명에 불과하다. 세관 당국 직원 1명당 25만건의 전자상거래 수출입 물품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아마존·알리바바 등과 경쟁할만한 전자상거래 수출입 플랫폼이 성장하지 못하면, 관련 시장도 해외 업체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강동준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연구위원은 "중국의 전자상거래 비중이 커진 건 알리바바 등 플랫폼 기업 성장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도 기업과 기업(B2B), 기업과 소비자(B2C) 간 수출입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민간 영역에서의 투자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