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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정준영 사건에 목소리 내는 연예인들 “10년 전과 달라…사회는 바뀌었다”

중앙일보 2019.03.27 05:00
배우 고(故) 장자연(왼쪽)과 윤지오. [사진 윤지오 인스타그램]

배우 고(故) 장자연(왼쪽)과 윤지오. [사진 윤지오 인스타그램]

10년 전, 장자연 피해 폭로한 건 윤지오씨 뿐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9년 3월 신인배우 고(故) 장자연이 스스로 생을 저버렸다. 얼마 후 그가 재계와 언론계 유력 인사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폭로 문건,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자연 사건을 계기로 2009년 실시한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예인 지망생이나 신인들은 파티 참석, 술자리 접대, 스폰서 제안 등을 집중적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뜨게 해 주겠다”는 말 앞에서 부당한 술 접대, 인권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연예계의 구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당시 수사기록을 보면 적극적으로 장자연의 피해를 진술한 건 동료 배우 윤지오 뿐이었다. 장자연과 친분이 있다고 이름이 거론된 다른 연예인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고, 윤지오도 당시에는 익명으로 조서를 남겼다.  
 
달라진 분위기…응원 목소리 내는 연예인들 
장자연 사건 재수사 촉구하는 방송인 심진화의 글. [사진 심진화 인스타그램]

장자연 사건 재수사 촉구하는 방송인 심진화의 글. [사진 심진화 인스타그램]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윤지오를 향한 연예인들의 공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장자연과 함께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구혜선은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손에 핫팩을 가득 주었던 언니. 하늘에서 편히 쉬어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글을 남겼다. 방송인 심진화‧김원효 부부는 “이번에는 진상규명이 되길 바란다”며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사진을 게재했다. 이 밖에도 배우 김향기와 김지훈, 신화 멤버 김동완은 윤지오 SNS에 ‘좋아요’를 누르며 조용히 그를 응원했다. 10년 전 참고인 조사에서 “장자연 문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던 배우 이미숙은 “추가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공유‧유포 등 2차 가해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에 목소리를 낸 연예인도 있다. 배우 하연주와 이영진은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사진을 SNS 올렸고, 배우 김서형과 방송인 송은이 등이 ‘좋아요’를 누르며 동의를 표했다.  
 
불법 동영상 유포를 통한 2차 가해에 반대하는 사진을 SNS에 게재한 배우 하연주. [사진 하연주 인스타그램]

불법 동영상 유포를 통한 2차 가해에 반대하는 사진을 SNS에 게재한 배우 하연주. [사진 하연주 인스타그램]

“미투 운동의 영향력…10년 전 대한민국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투(#Me Too) 운동을 거치며 10년 전과는 달라진 사회 분위기가 연예인들이 소신 목소리를 내는 데 원동력이 됐다고 봤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10년 전에는 여성연예인들이 성 추문에 연루되는 것을 굉장히 꺼렸다”며 “자신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활동에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 평론가는 “특히 장자연 사건에 연관된 사람이 업계 실세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눈치를 봤던 것 아니겠냐”며 “최근 미투 운동을 거치면서 연예인들도 용기를 얻고,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고 봤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을 통해 사회 전반에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연예인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다만 “여전히 장자연 사건 등 성폭력 사건을 인권의 문제로 보지 않고 남녀갈등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있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성장하는 국민의 인권의식만큼 언론이나 정치권도 발맞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예전에는 여성연예인 성관계 비디오가 유출되면 피해자인 여성이 사과했다”며 “이게 이상하게 여겨질 만큼 우리 사회는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의 주요 인물들이 법적으로 처벌받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며 “범죄 행위는 정확히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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