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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북한 비핵화 약속, 두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

중앙일보 2019.03.27 00:48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북한의 비핵화 약속과 관련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외국 속담을 인용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핵을 언제, 어떻게 폐기하고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위 말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보면 소나기가 올 때 소나기를 피하는 데 아주 유연하고 기민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북한이 1992년, 2005년 비핵화 약속을 했음에도 핵개발을 했던 전력을 언급하며 "외국 속담에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보다는 '빅 딜'이라는 큰 틀을 씌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북, 한·미, 북·미 관계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여야하는데 지금까지 이중 어느 것 하나 단단하지 못했고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도 못했다"고 했다. 특히 "한미 톱니바퀴만은 양국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단단히 조여지는 만큼 흠집이 나 있는 한미동맹을 수선하고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 전 총장은 "아직은 (한미 동맹에)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친구 관계에서도 우애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듯이 동맹 관계에서도 서로 관리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조금 더 '케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톱니바퀴를 튼튼히 해야 남북 톱니바퀴를 제대로 수선할 수 있다"며 "불가능한 허상에 기초한 남북 톱니바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현 상태에서 본격적인 남북경협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의 생각을 모를 리 없지만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를 모면하고, 이 모호한 표현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도 분석했다. 또 "이번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수한 논란처럼 북한은 당장은 강경한 자세를 펼 수 있다"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꽉 막힌 북미대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종의 도발을 할 수 있고,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관혼토론회에서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이하 특별기구)' 위원장을 맡은 배경과 앞으로 활동 방향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 관련 "한 나라를 비난하고, 책임을 추궁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중국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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