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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편향 김연철 통일장관 후보자 임명 숙고해야

중앙일보 2019.03.27 00:07 종합 34면 지면보기
막말 및 이념성 편향 논란 등에 휩싸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어제 끝났다. 여·야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SNS에 올렸던 막말들을 거론하며 물고 늘어졌지만, 그는 “깊이 반성한다” “송구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예봉을 비껴갔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던 것도 “취지가 잘못 전해졌다”는 식으로 김 후보자는 얼버무렸다.
 
야당의 결정적 한방 없이 옹색한 변명으로 당장의 위기는 넘겼을진 모르지만 이런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책임지지 못할 발언을 남발했다는 사실은 공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한 인간의 자질과 성품은 평소 언행으로 알수 있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야당 측 주장처럼 장관이 되기 위해 그저 반성하는 척하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걱정은 그간 김 후보자가 보여온 이념적 편향성 문제다. 그는 친북주의자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과격한 발언을 일삼아온 인물이다. 금강산 관광 중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박왕자씨 사건을 두고 “통과 의례”라고까지 했다. 특히 그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해도 소용없다는, ‘대북제재 무용론’을 펼쳐온 대표적 학자다. 심지어 그는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5·24 조치에 대해 “바보 같은 제재”라고 헐뜯었다. 이런 소신으로 무장한 그가 통일정책을 펴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겠는가. ‘퍼주기 논란’이 나올 정도로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무조건 지원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현 정부가 김 후보자를 통일부 장관으로 앉히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일 수도 있다.
 
학자로서는 좌우를 떠나 나름대로 학문적 소신을 갖고 주장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에 두 발을 딛고 풍파를 헤쳐나가야 할 정책결정자는 다르다. 외곬으로 빠져서는 안 된다. 세상의 수많은 이해관계와 현실성 여부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그간 지나치게 북한 편향의 입장을 누누이 밝혀온 김 후보자를 통일정책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건 온당치 않다. 특히 요즘처럼 국제사회가 굳건한 스크럼을 짜고 대북 압박에 힘을 쏟는 판에 제재 무용론을 신봉하는 이가 통일장관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현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불신은 극에 달하면서 가뜩이나 삐걱대는 한·미 동맹은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표류하는 북한 비핵화 과정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라도 김 후보자의 임명은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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