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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UNIST에 ‘100% 채용’ 반도체학부 생긴다

중앙일보 2019.03.27 00:06 종합 2면 지면보기
정부와 삼성전자가 국내 ‘톱 대학’과 연계해 기업 채용이 보장되는 4년제 반도체학부 신설을 추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언급한 ‘비메모리 반도체 인재 육성책’의 일환이다. 석·박사가 아닌 학부생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을 먼저 알아보고 반도체 관련 기술을 익히게 해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삼성전자 3~4곳 신설 추진
학년당 50~100명 장학금 지급
경쟁력 약한 비메모리 인재 양성

지난 25일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다음달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재 양성을 비롯해 최종적인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현재 서울대를 비롯해 연구중심대학 3~4곳과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이 현재 정부와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AIST·한양대도 관련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반도체 계약학과란 기업이 요청한 학부 커리큘럼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의 경우 원하는 졸업생에 한해 100% 채용을 보장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와 정부는 한 학년당 50~100명 규모로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반도체 학부를 운영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선 성균관대, 모바일 분야에선 경북대와 채용 보장형 계약학과를 만들어 산학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모델을 다른 학교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서울대에선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삼성전자 서울대연구소가 거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 등 복수의 업체와도 공동 펀드를 만들어 반도체 학부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안팎에 따르면 ‘비메모리 반도체 인재 확보’ 프로젝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에 비메모리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할 만큼 최근 들어 비메모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칭화유니(清華紫光) 등 중국 반도체 메이커로의 인재 유출이 극심해지면서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 역시 한 달 전 대학 교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를 설계할 줄 아는 학생, 반도체 관련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인재가 적어 앞으로가 문제”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비메모리에서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번 계획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와, 비메모리 반도체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삼성전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권 이전부터 문 대통령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 곧 국가 경쟁력 강화와도 직결된다”며 ‘사람 중심 경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에도 문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하다”며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방안을 채근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다음달 인재 육성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을 내놓기로 했다.
 
국가 경쟁력 측면과 달리 대학 내에서 기업 투자를 다소 불편하게 보는 시선은 신설 학부를 만드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대의 경우 학부 차원에서 채용 전제 계약학과를 세우려면 학부장 회의에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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