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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스와프 연장 않고 TPP 가입 반대…경제 보복 카드로 한국 압박하는 일본

중앙일보 2019.03.27 00:06 종합 4면 지면보기
위기의 한국 외교 <하> 
“정치권발 유탄을 민간에서 맞았다. 일본 재계에서 한국 패싱이 힘을 얻을까 우려된다.”
 

중·일 통화 스와프는 지난해 연장
“일부 품목 통관 지연 가능성 충분”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교류 난맥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객관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양국 재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려던 제12회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연기해야 했다. 한국과 일본에 각각 본부를 두고 있는 한일경제협회는 올해 5월로 잡힌 한·일 경제인 회의를 연기했다. 두 행사 모두 한국 측에서 행사장까지 예약했으나 일본 측이 행사 연기 등을 주장해 미뤄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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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통화 스와프 계약은 2015년 계약 만료 이후 갈 길을 잃었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부터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어왔지만 소녀상 설치를 두고 국가 간 외교 갈등이 불거지면서 2015년 계약 만료 후 재연장 논의가 중단됐다. 그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열린 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2000억 위안(33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보유 외환이 40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자본유출 발생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경기가 경착륙하거나 중국발 외환위기가 다가올 경우에 대비해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14일 일본을 방문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올해 11월 한·일 재계 회의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이와 달리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와 한·일 경제인 회의는 다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양국 사이를 잇는 민간 외교의 끈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가능성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 22일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거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한 구체적인 경제보복 절차를 진행하진 못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통관 지연 등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보복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세계무역기구 체제로 인해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 절차에 나서는 데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 규모도 경제 보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그래픽 참조). 이와 달리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에서 보듯 일부 품목에 대한 통관 지연은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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