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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시대, 한·일이 보조 맞춰야 동북아 안정”

중앙일보 2019.03.27 00:06 종합 4면 지면보기
위기의 한국 외교 <하>
지난해 9월 26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뉴욕 파커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2015년 양국 합의로 발족한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방침을 통보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26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뉴욕 파커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2015년 양국 합의로 발족한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방침을 통보했다. [중앙포토]

“한·일 관계는 바닥을 넘어 끝 모를 지하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양국은 눈을 가린 채 상대 탓만 한다.”
 

양국 외교 전문가 8명의 조언
“한·일 정부 눈 가리고 상대 탓”
“문재인 정부 북한 문제에만 집착”
“일본 국민까지 한국 경시 우려”

신각수 전 주일대사의 지적이다. 중앙일보가 한국의 일본 전문가 4명과 일본의 한국 전문가 4명을 인터뷰한 결과 국적은 달라도 답변 취지는 같았다. 모두 현재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양국 정부 모두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과실에 대해선 “과거사를 분리한다는 ‘투 트랙’ 레토릭에도 불구하고 실제론 ‘추궁 외교’를 하고 있다”(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한국 국내의 보수·진보 세력의 정치적 대립 속에서 한·일 관계가 이용되고 있다”(야쿠시지 가쓰유키(薬師寺克行) 도요대 교수)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정부를 향해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근본적으로 상대국의 비중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도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철희 교수는 “일본 정부가 상대국인 한국을 방치하는 듯한 분위기를 숨기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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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한국 경시 풍조가 일반 국민들에게 퍼지고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김재신 국립외교원 고문은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 공무원이 김포공항에서 벌인 만취 소동을 들며 “일본 내에서 한국 경시와 멸시가 만연했으니 이 정도 난동은 괜찮지 않으냐는 속내가 드러난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경도돼 일본을 경시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오쿠조노 히데키(奥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요즘 많은 한국분들이 ‘왜 일본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방해하느냐’는 질문을 한다”며 “그러나 이는 한국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으로서는 국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본 측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읽혔다. 미네기시 히로시(峯岸博)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은 “한국 정부가 우선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우리 힘만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는 어렵다”며 “미·중 간의 패권 경쟁 국면에서 한·일이 국제질서에서 보조를 맞추면 중국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동북아에서 안정 작용을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전수진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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