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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통일·국토·과기·중기부 장관 후보자 그냥 못 넘어간다”

중앙일보 2019.03.27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임명권자 들러리 행사란 비아냥 높아진 인사청문회 관람기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가운데 뒷모습)가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념 편향, 막말 논란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 비판에 신중하고 차분한 태도로 ‘송구하다’는 답변을 거듭하며 몸을 낮췄다. [임현동 기자]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가운데 뒷모습)가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념 편향, 막말 논란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 비판에 신중하고 차분한 태도로 ‘송구하다’는 답변을 거듭하며 몸을 낮췄다. [임현동 기자]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에 기용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여당은 ‘닥치고 인준’이라지만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이 가볍지 않다. ‘꼼수 증여’ ‘갭 투자’ 등 남다른 재테크 실력에다 세금 체납, 채용 특혜, 욕설에 가까운 막말까지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그래도 청와대는 ‘체크 된 내용’이라고 선을 긋는다. 논란과 의혹에도 임명은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어차피 임명이라면 통과의례 인사청문회를 왜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많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후보자 만신창이 되는 인사청문회
정책 검증에 집중하도록 손질하되
인준 표결 안 하는 장관 후보자도
국회 미동의 땐 자동 탈락 어떤가

25일 오전 국회 529호 국토교통위 회의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수장인데도 ‘아파트 3채에 23억원 시세 차익’과 ‘꼼수 증여’ 등 다수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쏟아진 상태다. 여야 간에 전운이 고조되고 호통과 질책이 밀물처럼 쏟아질 거라 생각하고 청문회장을 찾았지만 분위기는 밋밋하고 싱거웠다. 이런저런 추궁에도 구체적 해명은 없고, 사과로 시작해 사과로 끝나는 상투적 답변이 하루 종일 돌고 돌아서다.
 
‘사려 깊지 못했다’는 말은 후렴처럼 반복됐고, ‘죄송하다’ ‘반성한다’ ‘송구스럽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사과의 변이 채 한 시간도 안 돼 10번을 넘어, 이후 세는 손가락을 접었다. ‘다주택·투기 장관’이란 개탄성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는 ‘서민 주거복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되뇌었다.
 
여당의 방탄용 질의도 여전했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전 정부 정책에 충실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엔 여당 의석에서도 폭소가 터졌다. 일종의 블랙 코미디를 닮았다. 정책 질의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임명을 전제한 민원성 질의가 여럿이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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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것일까. 청문회장의 한 야당 의원에게 물었더니 ‘임명에 큰 영향이 없으니 긴장감이 떨어지고 다들 하루 때운다는 심정이 들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실제로 한참이나 호통치던 주승용 의원은 ‘어차피 임명을 강행할 거로 예측하는데 소감이나 말해 보라’고 마이크를 넘겼다. 즉시 “송구스럽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각오를 다지고 서민 주거복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같은 말로 되돌아갔다.
 
7개 부처 장관을 새로 바꾼 3.8 개각은 폭이 큰 만큼 제기된 쟁점이 많다. 국토부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7명 중 4명이 다주택자다. 4채를 보유한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농촌 지역에 10개월 위장 전입했다. 행안부장관 후보자는 지역구 내 ‘재개발 딱지 투자’로 20억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북한 선전매체와 구별이 안 될 정도의 북한 편향 발언에 막말이 많은 통일부장관 후보자도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분위기는 대체로 어슷비슷했다. 통과의례로 여기는 대목에서 별다른 인식 차가 없었다.
 
수십 번 사과하든 말든 청문회가 기-승-전-임명강행으로 가는 임명권자의 들러리 행사일 뿐이라면 굳이 필요한 이유는 뭐냐는 의문이 나온다. 게다가 중요 직위를 맡게 될 사람을 잔뜩 흠집 내고 만신창이 만든다는 염려도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인사청문제도를 정책검증 위주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과 같이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또는 청문제도 밖에서 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따져볼 건 미국에선 병역이나 탈세, 논문 위조가 있다면 아예 후보자에 오르질 못한다는 사실이다.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 등 여러 기관이 국회와 투트랙으로 200여 항목을 두세 달간 샅샅이 뒤진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562개 항목에 자료 제출과 질의응답을 했다. 문제가 불거져 청문회서 중도 하차하는 경우는 불법 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정도에 불과하다. 청문회에서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을 계속하면 의회모독죄로 사법 처리 대상이 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물었다.
 
인사청문회를 정책검증 위주로 바꾸는 건 어떤가.
“그러려면 비공개 1차 검증이 미국처럼 완전해야 한다. 우린 다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박영선 후보자 등 3명의 장관 후보자가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청문회 자체를 무력화하는 건데 그렇다고 청와대 인사검증 자료를 공유하는 상황도 아니다.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건 그냥 청와대 뜻에 따르라는 것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어떻게 진행될까.
“통일·국토·과기·중기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과 논란을 그대로 넘길 수 없다. 청문보고서를 만들지 못할 사안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거로 보여 청문회 회의론이 생긴다.”
 
대안은.
“장관 등 국무위원 임명에도 어느 정도의 국회 동의 절차를 가미해야 한다. 그래야 임명권자도 지금 같은 친위대 개각, 친북 개각, 위선 개각이 아니라 인사권을 조심해서 행사하지 않겠나.”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도입 초기 도덕성 검증의 위력이 컸다. 2002년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이 대목에 걸려 줄줄이 낙마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장관급으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도덕성 기준은 무뎌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에 관련된 사람을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럼에도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자 ‘7대 원칙’을 새로 내놓고 세부 기준은 낮췄다.
 
그래도 위반자가 많았지만 후보자 몇 사람이 자진 사퇴한 것 말고는 청문회를 거쳐 탈락한 대상자는 없다. 대신 야당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장관을 7명이나 강행 임명했다. 장관급 인사는 8명이다. 지난 1월 임명된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인사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임명장을 받았다. ‘인사청문회 때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청문회 희화(戲畫) 발언도 나왔다.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대통령이 지명권, 상원이 인준권을 행사하도록 인사권을 나눴다. 상임위가 인준에 동의하면 상원 본회의에서 찬반 표결로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 대상 직위는 1000개를 훨씬 넘고 그중 까다롭게 따지는 청문회도 절반에 가깝다. 우린 지금 인사청문 대상 고위공직 63개 중 국회 임명 동의를 얻거나 국회에서 선출되는 직은 국무총리 등 23개에 불과하다. 국무위원 등의 공직은 표결 없는 무늬만의 청문회를 거친다.
 
7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사전에 다 알고 지명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어 한 사람들이고, 대통령이 골랐으니 어떤 결함이 있어도 밀어붙이겠다는 예고와 같다. 거꾸로 말하면 만약 장관 임명이 국회 표결 대상이었으면 이렇게 막무가내로 지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물론 국회 인사청문 제도가 도덕성 검증과 정치적 공방에만 치우쳐 정작 중요한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임명으로 달리는 구조가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인사청문회는 정책 검증 위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검증시스템을 좀 더 강화하고 청문회 과정에서 중대 결함이 드러나면 자동으로 지명 철회되거나 청문보고서에 강제성을 주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실 있는 인사청문회 자체가 연목구어 아니겠나.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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