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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의 이코노믹스] AI 맹렬히 개발하는 중국, 미국 추월 위한 최종 승부처

중앙일보 2019.03.27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미·중의 인공지능 전쟁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미국·중국 사이의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경쟁자로 간주되지도 않았던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혀 왔다. 미 앨런인공지능연구소는 중국이 올해 인용지수 상위 50%, 내년에는 상위 10%, 2025년에는 상위 1% 논문의 수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 1월 다보스포럼에서 창설된 인공지능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추대된 ‘중국 스타트업의 대부’이자 창신공장(IW) 최고경영자인 리카이푸(李開復)는 『AI 초강대국』에서 중국이 10년 후에는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와 함께 미국 넘는 최후 문턱
중국 개발능력 2025년 미국 따돌려
14억 인구가 만든 빅데이터가 무기
미 G마피아와 중 BAT 대결로 승부

리카이푸

리카이푸

현재까지 중국의 약진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하는 ‘협의의 AI’에 한정돼 있었다. 학습하고 진화하며 다양한 일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반 AI’와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초(超) AI’에서는 미국은 물론 영국·캐나다에도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협의의 AI’가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일반 AI’와 ‘초AI’는 현재 이론적 발전이 정체돼 있는 반면에 ‘협의의 AI’는 기계학습 및 심층학습의 비약적 발전으로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미 퓨처투데이연구소 설립자 에이미 웹은 AI 산업을 선도할 9개 기업으로 미국의 G-MAFIA(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페이스북·IBM·아마존)와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꼽았다. 중국의 약진은 위력적이다. AI 플랫폼인 ‘듀어운영(DuerOS)체제’를 개발한 바이두는 자율주행과 통번역에 집중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알리윈과 AI 서비스인 ‘ET 브레인’을 결합한 알리바바는 도시 브레인·의료 브레인·공업 브레인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사회연결망서비스인 위챗을 보유한 텐센트는 AI를 엔터테인먼트·의료·소매업·금융·보안·통번역·소셜네트워킹 등 8대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BAT보다 규모는 작지만 아이플라이텍은 음성인식, 센스타임은 안면인식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의 AI 기술과 산업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구가 만들어내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다. ‘협의의 AI’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계학습과 심층학습에서는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중국은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제약이 많지 않아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도 빅데이터 획득과 활용이 자유롭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한국의 이세돌, 중국의 커제 9단을 이긴 사건은 중국 최고지도부에 1950년대 미 과학기술 투자를 증진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2017년 6월 리커창 총리가 국무원 이론학습센터의 학습강좌에서 중국 인공지능 2.0 기획전략연구 책임자 4명과 토론한 뒤 국무원은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 10월 31일 시진핑 주석이 주관한 중국공산당 정치국 집체학습에서 AI를 논의했다. 중앙정부와 별도로 베이징·상하이·광둥·안후이·샤먼·쓰촨·헤이룽장·장쑤·푸젠·허난·광시 등 12개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AI 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AI의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기술 우위를 확보한 미국이 중국보다 AI의 혜택을 더 많이 보지만, 장기적 잠재력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수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의 경제적 효과가 중국은 2016년 GDP의 26.1%, 미국을 포함한 북아메리카는 14.5%로 추산됐다. 즉 AI의 발전은 미국보다 중국에 10% 포인트 이상 더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의 AI 굴기는 미국의 견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중국의 최대 약점은 계산·기억·보관·네트워킹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반도체 칩을 독자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2014년 6월 10%대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의 시행 이후에도, 미국은 물론 한국·독일·일본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AI 전략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인 군민(軍民)융합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하는 미 정부는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과 연구개발 협력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반도체 구매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 상무부가 중국의 푸젠진화 메모리 반도체가 미 군사용 반도체 칩 공급업체 생존을 위협한다고 판단해 자국 기업의 부품과 장비 수출, 기술 이전을 금지했다.
 
중국측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를 위시한 핵심 기술의 대외의존도를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 알리바바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AI 칩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AI에 최적화된 칩을 해외 기업의 지원 없이 제작하는 데 성공한다면, 중국은 대등한 수준에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미·중 첨단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 전략’에 중국·러시아 위협 명시
중국의 국가주도 모델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미국 정부는 그동안 산업계와 학계에 일임해 왔던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직접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0일 기업인·전문가·정책 당국자 100여 명을 초청해 ‘미국 산업을 위한 AI 정상회담’을 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 유지’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나아가 미 정부는 연구기관과 기업이 개발한 핵심 AI 기술을 경쟁국·적대국으로부터 보호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행정명령 발표 다음 날 미 국방부가 공개한 ‘인공지능전략’에는 중국·러시아의 위협이 명시돼 있다.
 
미 정부가 중국 정부처럼 신속하게 AI 정책을 집행할 가능성은 당분간 크지 않다. 행정명령에는 연방정부 차원의 실행 방안은 물론 예산 확보에 대한 계획도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당장은 AI 기술의 연구개발에서 G-MAFIA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간이 트럼프의 기대를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다. 2013년 "민간인 사찰 목적으로 운영됐다”고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프리즘 프로젝트’ 사건 이후 G-MAFIA와 민관 협력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5월에는 직원 4000여 명이 드론 공격기의 실시간 영상 판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에 반대하자, 구글은 군사 무기 개발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지난달에는 AI의 군사화를 반대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50명이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렌즈(HoloLens)의 국방부 납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이유로 민간의 성과가 미흡하면 미 정부는 행정명령을 근거로 즉각 AI 개발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왕휘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아주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지금은 워싱턴대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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