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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업자’ 손흥민, 콜롬비아도 잡았다

중앙일보 2019.03.27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손흥민(오른쪽 세 번째)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득점포를 터뜨리며 A매치 골 침묵을 9경기만에 끝냈다. 후반 13분 이재성(왼쪽 세번째)의 추가골 직후 기뻐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 [뉴시스]

손흥민(오른쪽 세 번째)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득점포를 터뜨리며 A매치 골 침묵을 9경기만에 끝냈다. 후반 13분 이재성(왼쪽 세번째)의 추가골 직후 기뻐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 [뉴시스]

‘양봉업자’ 손흥민(27·토트넘)이 돌아왔다. 노란 유니폼만 보면 골 본능이 꿈틀하는 손흥민, 그가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콜롬비아를 울렸다. 한국축구대표팀(FIFA랭킹 38위)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12위)와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손흥민이 전반 15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세계 12위 콜롬비아에 2-1 승
손, A매치 9경기 만에 첫 골
GK 조현우 신들린 선방쇼
A매치 6연속 매진 ‘축구의 봄’

손흥민은 투톱 공격수, 이른바 ‘손톱’으로 나섰다. 전반 13분 손흥민은 토트넘 팀동료 다빈손 산체스(23)에게 등을 가격당해 쓰러졌다. 훌훌 털고 일어난 손흥민은 2분 뒤 빠르게 문전침투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 슛을 쐈다. 공은 콜롬비아 골키퍼(이반 아르볼레다)의 손을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해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쳤다”고 사과했던 손흥민은 A매치 9경기 만에 무득점을 끊어냈다. 지난해 8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부임한 뒤 첫 골이다. ‘흥’이 오른 손흥민은 카메라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손흥민이 마테우스 우리베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손흥민이 마테우스 우리베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손흥민은 자신의 별명이 왜 ‘옐로 킬러’인지 재입증했다. 손흥민은 노란 유니폼을 입은 상대팀을 만났을 때 유독 골 폭풍을 몰아친다. 노랑과 검정이 섞인 유니폼을 입는 ‘꿀벌군단’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2경기에서 9골을 터트렸다. 그래서 ‘양봉업자’라 불리기도 한다. 2017년 10월 콜롬비아를 상대로 2골을 터트렸던 손흥민은 또 이날 다시 콜롬비아의 골문을 열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경기를 승리로 이끈 벤투 감독이 콜롬비아 케이로스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경기를 승리로 이끈 벤투 감독이 콜롬비아 케이로스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손흥민은 이날 선제골로 카를로스 케이로스(66·포르투갈) 콜롬비아 감독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이란대표팀을 이끌며 한국에 4승1무를 거뒀다. 2013년 6월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린 적도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의 스승이지만, 손흥민은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콜롬비아는 전반에 1.5군 형태로 나왔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와 라다멜 팔카오(모나코)는 후반전에 교체출전했다. 콜롬비아는 후반 4분 루이스 디아스(주니오르)가 감각적인 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한국 미드필더 이재성(27·홀슈타인 킬)은 후반 13분 아크 오른쪽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콜롬비아전 승리 후 포옹하는 손흥민과 조현우. 조현우는 이날 선방쇼를 펼쳤다.[뉴스1]

콜롬비아전 승리 후 포옹하는 손흥민과 조현우. 조현우는 이날 선방쇼를 펼쳤다.[뉴스1]

 
골키퍼 조현우(대구)는 주전 골키퍼 김승규(비셀고베)가 장염증세를 보여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만에 선발로 나섰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처럼 빛나는 선방쇼를 펼쳤다. 이날 후반에는 잇따른 수퍼세이브로 "역시 빛현우”란 찬사를 들었다.
 
이날 로드리게스는 흥분한 듯 거친 플레이를 펼쳤고, 라다멜 팔카오는 구급상자를 집어던지는 비매너 행동을 보였다.
 
콜롬비아 공격수 팔카오는 이날 비매너 행동을 해서 한국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뉴스1]

콜롬비아 공격수 팔카오는 이날 비매너 행동을 해서 한국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뉴스1]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전반에는 측면 공간을 활용한 빠른 템포의 연계가 좋았다. 손흥민은 골에 집중할 때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낸다”면서 “하지만 후반에 콜롬비아 1진에 고전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수비 전환 속도와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관중이 꽃가루를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관중이 꽃가루를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4388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전날에만 티켓 5만8000장 중 5만3000장이 팔렸다. 유니폼과 뷔페가 제공되는 35만원짜리 프리미엄존이 가장 먼저 매진됐다. 경기 당일 현장 판매분도 모두 팔렸고,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전(고양)부터 칠레전(수원), 우루과이전(서울), 파나마전(천안), 볼리비아전(울산)에 이어 6경기 연속 매진이다.
 
소녀팬들이 “꺅~”하고 비명을 지른 축구장은 아이돌 그룹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전광판에 측정된 소음은 112데시벨. 록밴드의 라이브 공연(110㏈)보다 컸다. 방영지(15)양은 “‘우리 흥(손흥민)’과 함께 축구의 봄이 온 것 같다”고 했다.
 
박린·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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