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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탈모인 4조 시장…말랑이와 딱딱이 대혈투

중앙일보 2019.03.27 00:04 경제 5면 지면보기
잠재 탈모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탈모 치료약 시장에 경쟁의 바람이 불고 있다. 먹는 탈모 치료 약(경구투여약) 시장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25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년~16년)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이는 103만 명을 넘어섰다. 덕분에 지난해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1228억원(병원 약 처방 기준)으로 전년 대비 12.3% 커졌다.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탈모약만 이 정도다. 대한탈모치료학회에 따르면 국내 잠재적 탈모 인구는 1000만 명에 달한다. 각종 탈모 치료제와 탈모방지샴푸 등 탈모 케어 관련 시장 규모는 연 4조원대로 추산된다.
 

두타 계열약 라인업 강화
지난해 매출 신장 21.4%
화이자 등 새 탈모약 개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JW중외제약은 지난해 말 딱딱한 알약 형태의 탈모·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제이다트’를 출시했다. 이 약의 기초 성분은 ‘두타스테리드(이하 두타)’. 물에 잘 녹지 않아 종전에는 말랑말랑한 연질 캡슐에 액체 형태로 담겨 판매되던 약이다. 하지만 복용 시 식도에 달라붙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새로 출시된 약은 삼키기 좋고 물에 잘 녹아 복용이 쉽다. ‘두타’ 성분 탈모 치료제를 딱딱한 알약 형태로 만든 것은 JW중외제약이 최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5일 “복용 순응도가 높고 약을 쪼개서 먹을 수 있단 장점 덕분에 앞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먹는 탈모약 시장은 한국MSD의 ‘프로페시아’로 대표되는 ‘피나스테리드(이하 피나)’ 계열과, GSK의 아보다트를 선봉장으로 한 ‘두타스테리드’의 두 진영이 양분하고 있었다. 피나 제제는 작고 딱딱한 형태의 정제가, 두타 계열은 부드러운 껍질의 연질 캡슐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제약업계에선 탈모 치료제 시장을 두고 ‘딱딱이(피나 계열)’와 ‘말랑이(두타 계열)’의 대결이라고 부른다.
 
그간 국내에선 피나 계열의 탈모 약이 더 인기였다. 프로페시아의 압도적인 위상 덕이다. 국내 시장에선 지난해 피나 계열이 672억원 어치나 팔렸지만, 성장률이 6.5%였다. 반면 두타 계열은 518억원 어치로 판매액은 적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21.4%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해 두타 제제가 1조621억원, 피나 제제가 8534억원 어치가 각각 팔렸다. 만 18~41세 남성 대상의 피나 제제보다 두타의 사용 연령대(만 18~50세)가 더 넓다는 점 등이 어필한 덕분이다.
 
JW중외제약의 제이다트 외에 10여 종의 두타 계열 약들이 올해 들어 딱딱한 정제 형태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원천 기술을 가진 JW중외제약이 CMO(의약품 위탁생산) 등을 통해 우군을 늘려가고 있어서다. 피나 계열 제약사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로페시아를 판매하는 한국MSD는 “특히 올해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5년 장기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서 효과와 안전성이 다시 한번 확인됨에 따라 이를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탈모 치료제는 수면 장애를 비롯한 부작용이 꾸준히 보고되어 왔다. 특히 복용 중단시 탈모가 다시 진행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탈모 치료에 대한 요구가 크다. 글로벌 1위 제약사 화이자는 원형 탈모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동아ST는 바이오 벤처인 네오믹스와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탈모치료 전문 모제림성형외과의 황정욱 대표원장은 “탈모 연령이 낮아지고 약물을 통한 조기 치료가 늘면서 탈모 치료제 시장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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