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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CEO·이사회 분리’…워치독 시험대 올랐다

중앙일보 2019.03.27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김상조. [뉴시스]

김상조. [뉴시스]

‘김상조 발 이사회 분리’ 바람이 올해 대기업 주주총회 장을 강타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오너(대주주) 일가를 견제하겠다며 경영과 이사회 분리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실효성을 이끌어낼 수 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주총을 끝낸 현대차나 LG그룹에 이어 27일 주총을 여는 SK그룹도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한다. 특히 최태원 SK회장은 2007년 지주사 설립 후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SK그룹 측은 26일 “최 회장은 지주사 경영에 주력하고 새로 선임할 이사회 의장은 주주 입장에서 경영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LG·SK 등 잇달아 분리
김 위원장 “지배구조 변화 이정표”
정·관계 출신, 측근 사외이사 여전
오너 뜻 반하는 견제 역할 의문

올해 대기업들이 잇따라 이사회를 분리하는 건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방안의 하나로 이사회 독립을 밀어붙이는 현 정부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측면이 크다. 동시에 주주 이익 극대화 기치를 내걸고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는 해외 행동주의 자본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도 이미 2017년부터 대표 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주요 기업의 대표이사·이사회 분리와 관련,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반겼다. 그는 직접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주총에 대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는 이해는 하지만 아쉽다”고 했고, “현대차그룹은 의미있는 개선이 이뤄졌다”고 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발언은 독립성 시비를 낳은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과 안규리 서울대의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기업의 이사회 분리가 김 위원장의 바램대로 지배구조 개선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워치독’ 역할을 하기에는 여전히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례로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 나타났듯이 각 기업별 사외이사중 상당수는 기업에 유리한 인물이나 대주주 측근 중에서 선임하는 관행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동일한 인물이 10년 넘게 사외이사를 맡는 기업이 수두룩하고, 전체 사외이사중 정·관계 출신이 80%가 넘어 바람막이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사회 의장을 오너(대주주) 측근이 맡기 일쑤여서 이사회에서 대주주의 의사가 그대로 관철되는 구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53개 상장사 이사회 안건 5984건 중 부결된 건 26건에 불과하다. 이사회에서 경영 관련 안건의 99.57%가 원안대로 통과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 사외이사에 해당하는 독립이사들은 기업 성장에 해가 된다면 창업자마저도 예외없이 해임시킨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이사회에서 쫓겨난 바 있고, 통신장비업체 시스코나 피자업체 파파존스의 최고경영자(CEO)도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하지만 국내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의 구성상 이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중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권고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사들이 경영 감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이사회 의사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공개하면 기업 기밀이 샐까 염려된다면 3~6개월 후 의사록을 공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업종별로 종사자나 시민단체, 경영계 등이 참여해 사외이사 인력풀을 구성한 뒤, 각 기업이 그중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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