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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제2 금융중심지도 헛도는데…추가 지정 신경

중앙일보 2019.03.27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근거지로 (전주)혁신도시를 서울·부산에 이어 대한민국 세 번째 금융중심지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전북 전주에서 제3 금융중심지 공약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 “전주 지정” 대선 공약
전주 “국민연금과 연계 위해 필요”
부산 “제2 중심지부터 자리잡아야”
내년 총선 앞두고 정치권도 가세

2년이 지난 현재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1월 제3 금융중심지 추진에 대한 용역 보고서를 받았지만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초 3월에 연다던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는 뚜렷한 이유 없이 개최 시기가 6월까지로 미뤄졌다. 그 사이 정치권에선 전북과 부산, 두 지역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전북은 국가균형 발전을 위해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전주 혁신도시를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면 해외 금융회사가 모여들 거라고 전망한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전주갑)은 “전주에 금융 인프라가 집적돼 있으면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해외 금융사의 전주행을 유도해 왔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3월까지 뉴욕멜론은행 전주사무소를 정식 개소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전주사무소 신설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본사 차원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 몇 개월 뒤에나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제3 금융중심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한다. 제2 금융중심지인 부산도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산 문현지구는 2009년 서울 여의도와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자산관리공사 등 관련 기관이 부산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부산 금융중심지의 내실 있는 성장이 (안 돼서) 아쉽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현실은 미흡하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해 9월 성명을 내고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은 비효율적인 나눠먹기 행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북·강서구갑)은 “제2 금융중심지부터 제대로 만드는 게 순서”라며 “지금은 (부산에) 해양 등 특화금융 육성, 금융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논의할 때”라고 주장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서는 지역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은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지난 22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의 답변에서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가 6월 안에 열리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중심지 정책은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이름으로 2003년 노무현정부가 내세운 국정과제였다. 이후 17년째다. 최근 영국계 컨설팅업체 지옌그룹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서울의 순위는 36위, 부산은 46위다. 서울·부산이 금융중심지로서는 홍콩·싱가포르·도쿄는 물론 상하이에도 뒤진다는 점은 순위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금융중심지 추진위원)는 “제조업을 중국으로 뺏기는 상황에서 금융중심지 정책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며 “정부와 정치권 모두 긴 안목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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