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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귀무덤 너무 화나.항일 역사 남북 함께 기억해야”…북향민 청년의 분노

중앙일보 2019.03.26 16:35
“죄 없는 백성이 희생되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죠.”
지난 24일 일본 교토의 ‘귀무덤’ 앞에서 북향민(탈북민) 청년 A씨가 묵념을 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력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도 했다. 

 
지난 24일 일본 쿄토의 귀무덤을 방문한 북한 출신의 청년들. [송영길 의원실 제공]

지난 24일 일본 쿄토의 귀무덤을 방문한 북한 출신의 청년들. [송영길 의원실 제공]

이총(耳塚)이라고도 불리는 귀무덤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베어 간 조선인 12만여 명의 귀와 코가 묻혀있는 곳이다. 귀무덤을 만든 주범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신사 옆에 있다. 북향민B씨는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지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신사 옆에 귀무덤이 있다니 화가 난다. 이 역사를 더 알리고 기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토 히가시야마(東山)구에 있는 귀무덤의 모습.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에 따라 조선군과 양민을 학살해 그 증거로 코나 귀를 베어낸 뒤 소금에 절여 보낸 흔적이다. 근처에는 메이지(明治) 시대에 지어진 도요토미의 사당 도요쿠니진자(豊國神社)가 있다. [중앙포토]

교토 히가시야마(東山)구에 있는 귀무덤의 모습.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에 따라 조선군과 양민을 학살해 그 증거로 코나 귀를 베어낸 뒤 소금에 절여 보낸 흔적이다. 근처에는 메이지(明治) 시대에 지어진 도요토미의 사당 도요쿠니진자(豊國神社)가 있다. [중앙포토]

이날 북향민 청년들이 난생처음으로 항일 역사의 현장을 찾은 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송 의원은 북향민 청년 24명과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와 교토 등지의 항일유적지를 탐방했다. 그는 “낯선 남한 땅에 정착한 북향민들이 남한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일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첫 일정은 오사카 성 안에 위치한 육군위수형무소 터였다. 윤봉길 의사가 훙커우(虹口) 의거 후 약 한 달간 수감된 곳이다. 송 의원은 북향민 청년들에게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두고 장개석은 ‘백만대군이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인 청년이 해냈다’고 경의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개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정상 국가로 인정하면서 공식적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 무관학교를 설립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봉길 의사가 구금됐던 육군위수형무소 터에서 묵념하는 송영길 의원과 북향민 청년들. [송영길 의원실 제공]

윤봉길 의사가 구금됐던 육군위수형무소 터에서 묵념하는 송영길 의원과 북향민 청년들. [송영길 의원실 제공]

탐방단은 교토에서는 윤동주ㆍ정지용 시인이 다닌 도시샤대 이마데가와 캠퍼스를 방문했다. 그곳에 있는 두 시인의 시비 앞에서 묵념했다. 다음 일정이 귀무덤 방문이었다. 송 의원은 그곳에서 “대한민국에서 권력은 지도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며 “국가는 가치 공동체이고 국민 개개인은 모두 소중하다”고 했다. 이어 “남과 북이 항일 투쟁의 역사를 공유하면서 함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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