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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성접대·성폭력 빠지고 정치적 논란만 남았다

중앙일보 2019.03.26 15:58
'김학의 사건'의 불똥이 정치권으로 튀었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권고하며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을 경찰에 외압을 가한 당사자로 특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임명 당시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조응천 의원 등 여권 관련 인사는 수사 권고 대상에서 빠져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별장 성접대·성폭력'사건이 김학의 '뇌물' 사건으로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원 안)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항공기 탑승 직전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출국을 제지당했다. 공항에 5시간가량 대기하던 김 전 차관이 23일 새벽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JTBC 캡처]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원 안)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항공기 탑승 직전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출국을 제지당했다. 공항에 5시간가량 대기하던 김 전 차관이 23일 새벽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JTBC 캡처]

과거사위는 25일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특가법상 뇌물 혐의, 곽상도(현 자유한국당 의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을 받는 김 전 차관에 대해선 당초 재수사가 예상됐던 '특수강간' 의혹 대신 뇌물 혐의에 대해 수사를 권고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특수강간' 혐의는 앞선 두 차례 검찰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피해 주장 여성은 2015년 7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정신청 기각 사건은 재심을 청구할 정도의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재수사가 쉽지 않다.
 
과거사위가 김 전 차관에 대한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 재수사 권고를 하지 않은 건, 뒤집어보면 앞선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곽상도·이중희'만 특정해 수사…"과거사위의 수사 가이드라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과거사위는 지난 2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신속·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권고했다. [뉴스1]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과거사위는 지난 2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신속·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권고했다. [뉴스1]

'김학의 사건'의 본류가 빠진 대신 빈자리는 1차 수사 당시 박근혜 정부의 민정라인이 채우게 됐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의 임명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이 경찰 수사를 방해해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이 ▶경찰청 수사지휘라인을 부당하게 인사 조치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왜곡했고 ▶국과수에 행정관을 보내 김학의 동영상과 감정 결과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등 수사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반발했다. 곽 의원은 부당한 인사 조치 의혹에 대해 "인사는 정무수석 라인에서 하는 것이고 저는 인사권자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 지명 3~4일 전부터 경찰청에 동영상 첩보가 있는지 얘기해 달라고 했는데 계속 없다고 하다가 차관 지명 날 오후에 동영상이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그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에 사람을 보낸 것이고, 이는 고위공직자 첩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곽 의원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담당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수사권고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곽 의원은 "대통령 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대통령 변호사 시절 친일 비호 사안을 비판했다고 표적 수사를 해선 안 된다"며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도 경찰이 허위보고했다고 인터뷰까지 했는데 저만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이는 정치보복"이라고 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검찰 발표엔 조 의원과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관련 부분이 빠졌는데 그걸 보면 균형 잡힌 판단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과거사위가 수사 권고 대상을 선정하며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수사 대상을 특정하는 건 수사기관의 역할"이라며 "과거사위가 자칫 자유한국당을 타깃으로 놓고 내린 결정으로 오해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청와대 외압 의혹에 대해 수사가 필요했다면 굳이 이름을 넣을 필요가 없다"며 "특정 인사를 콕 집어 거론한 건 과거사위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수사 방식 검토 중인 검찰…황교안 수사 가능성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오전 경남 창원시 상남시장에서 열린 '소상공인 살리기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오전 경남 창원시 상남시장에서 열린 '소상공인 살리기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사위의 재수사 권고에 따라 대검은 수사 방식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6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의 의혹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번 수사가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김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총장 추천 후보 3인에 포함되지 못했다. 당시 검찰총장엔 김 전 차관과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인 채동욱 총장이 임명됐다. 당시 검찰 간부였던 한 변호사는 "동기가 검찰총장이 되면 옷을 벗는 게 검찰 문화"라며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데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인사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전 차관은 당시 장관이던 황 대표보다 사법연수원 한 기수 후배이지만, 경기고등학교는 1년 선배다. 수도권 지역에 근무하는 검찰 간부는 "황 대표가 당시 인사 과정 등에 영향을 끼쳤다면 자신의 고등학교 선배를 차관으로 앉혔겠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도 "황 대표는 김 전 차관의 임명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기정‧남궁민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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