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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으로 흙 속 미생물 '옴짝달싹' 못한다

중앙일보 2019.03.26 12:58
두께 5㎜ 미만으로 잘게 쪼개진 미세 플라스틱이 강·바다를 비롯한 물속 생태계뿐만 아니라 토양의 주요 오염원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최근 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토양 1㎏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의 무게는 최대 6만 7500㎎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한 농업지역에서도 토양 1kg당 최대 78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될 정도다. 특히 물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생물의 대사 작용을 교란하는 등 독성을 발생시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줄을 잇고 있다. 
 

건국대 환경보건학과 안윤주 교수 연구진
미세플라스틱이 토양에 미치는 영향 분석
흙 속 '소비자' 톡토기 호흡ㆍ움직임 방해
미세플라스틱 크기 작을수록 악영향도 커

미세 플라스틱은 두께 5mm 미만으로 극히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을 말한다. [사진 그린피스]

미세 플라스틱은 두께 5mm 미만으로 극히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을 말한다. [사진 그린피스]

그렇다면 흙 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26일 한국연구재단은 안윤주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이 토양 내 미생물의 움직임에 직접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을 받는 생물은 흙 속에서 곰팡이 등을 분해해 소비자·분해자 역할을 하는 ‘톡토기(Sprintail)’다. 톡토기는 몸길이 0.5~3㎜로 낙엽이나 썩은 나무 밑, 모래 등 전 세계 어느 곳에나 서식하는 절지동물의 한 종류다. 
 
연구팀은 물속뿐만 아니라 토양 속 미세플라스틱 역시 생물의 행동을 교란한다고 밝혔다. 톡토기는 흙 속에서 호흡하고 원활히 움직이기 위해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행동한다. 이 공간을 '생물 공극'이라고 한다. 그런데 토양 내 늘어난 미세플라스틱이 생물 공극 내로 유입되면서 톡토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연구팀에 의해 관찰됐다.
 
 토양 공극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노란색 구형)이 톡토기가 형성한 생물공극으로 유입되어 움직임 저해한다. [사진 한국연구재단]

토양 공극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노란색 구형)이 톡토기가 형성한 생물공극으로 유입되어 움직임 저해한다. [사진 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은 흙 1kg에 크기 29~676마이크로미터(µm)의 미세플라스틱이 1000mg 포함된 토양환경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성분은 폴리스틸렌과 폴리에틸렌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톡토기의 움직임은 23~35%나 줄어들었다. 이보다 더욱 미세한 0.5 µm 폴리스틸렌의 경우 토양 1㎏g에 8mg만 들어있어도 톡토기의 움직임이 약 33%나 줄어들었다.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작을수록 해악이 클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를 진행한 안윤주 교수는 “이 연구는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이 특정 생물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물에 의해 분해·침수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특성상 토양뿐 아니라 동물의 체내에 고스란히 축적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해양보다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이 연구로 해당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마련됐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톡토기의 생물공극 형성에 따라 톡토기 몸체 주변으로 증가되는 미세플라스틱(노란 형광 구형) 형광 사진. [사진 한국연구재단]

톡토기의 생물공극 형성에 따라 톡토기 몸체 주변으로 증가되는 미세플라스틱(노란 형광 구형) 형광 사진. [사진 한국연구재단]

이번 연구 성과는 13일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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