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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땡 하면 아이들 곁으로 가야하는 '애데렐라'

중앙일보 2019.03.26 11:00
[더,오래] 장윤정의 엄마와 딸 사이(11)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하는 10시부터 하원 하는 3시까지 나는 자유인이 된다.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아이가 있어서 갈 수 없던 곳이나 걷기에 제법 먼 곳도 높은 계단,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곳도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가며 보낼 수 있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일하거나 학생들은 공부할 시간이니 길거리는 한적하다. 멀리서 오는 여자의 예쁜 패션이나 유행하는 화장법이 보이고,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는 남자의 구두 소리, 젊은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느리고 선명하게 들린다.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평범하던 것들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새롭고 그립다. 나는 그날 인쇄소에 가려고 마을버스를 탔다. 자리에 앉자마자 뒷자리에서 귀를 찌르듯 보채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아이 키우는 엄마이기에 어린아이가 어르고 달래도 자지러지게 울 때가 있다는 건 안다. 그런데 어린아이라고 하기엔 초등학생 즈음 되어 보이는 아들 둘이 어른 둘 타는 자리에 가운데 엄마를 두고 딱 붙어 앉아서는 단 1초도 가만있지 못하고 몸을 비틀고 싸워대고 있었다.
 
주변을 의식한 듯 아이 엄마는 “그만 좀 해! 쫌!”이라며 낮은 소리로 아이들을 떼어 놓고 주의를 주었지만 아이들은 막무가내였다. 같은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해도 귓가가 계속 거슬릴 정도로 서로 치고받는 듯한 소리도 들렸지만 나는 애써 뒤돌아 쳐다보지 않았다.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왜 이래”하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에서 반쯤 포기한 듯한 마음과 등짝이라도 짝! 치면서 “그만 좀 해!”라고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내가 내리는 곳은 종점이라 모든 사람이 그곳에서 내렸고 아들 둘과 엄마도 내렸다.
 
내리자마자 둘째 아들은 냅다 내달리기 시작했고 자칫 골목에서 나오는 차랑 부딪칠까 보는 나도 가슴이 철렁했다. “차!!! 차차!!!”하며 엄마는 소리쳤고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만 줄인 아들은 다시 또 형과 얼굴을 치고받으며 흡사 춤을 추며 걷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잠시를 얌전히 있지 않았다. 그 또래 아이들이 혹은 형제들이 대체로 그런 시기를 보내며 성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 아이들이 조금 특별한 경우인지 딸 하나를 키우는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하지만 이제는 얼추 엄마와 키가 비슷한 두 아들을 힘들게 데리고 시야에서 멀어지는 그 엄마가 진심으로 안쓰러워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 엄마도 대게의 날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처럼 자유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날은 봄방학 같은 특별한 시즌이거나 병원에 가는 날이었겠지. 그래도 하원 후 아이와 보내는 모든 시간이 이런 모습이라고 상상하니 상상만으로도 극한직업이 따로 없다 싶었다.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볼일을 끝내고 다시 빠른 걸음으로 마을버스를 타러 가며 생각했다. 12시가 땡 하면 돌아가야 했던 신데렐라는 결국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다 아이를 낳았겠지. 그리고 3시가 땡 하면 아이에게 돌아가야 하는 애데렐라의 삶을 20년쯤 살았을 거야.
 
장윤정 주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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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장윤정 주부 필진

[장윤정의 엄마와 딸 사이] 마냥 아이같은 막내딸로 30년을 편하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준비도 없이 엄마가 된 미술전공자. 철부지 딸이 엄마가 되는 과정을 그림과 글로 그려본다. 엄마에겐 딸, 딸에겐 엄마인 그 사이 어디쯤에서 기록해보는 삼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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