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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탈모인 4조 시장···말랑이와 딱딱이 대혈투

중앙일보 2019.03.26 05:00
 잠재 탈모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탈모 치료약 시장에 경쟁의 바람이 불고 있다. 25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년~2016년)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이는 103만 명을 넘어섰다. 덕분에 지난해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1228억원(병원 약 처방 기준) 규모로 전년 대비 12.3%가 커졌다.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 탈모약 시장만 이 정도다.
 
 대한탈모치료학회는 국내 잠재적 탈모 인구는 1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 추산한 바 있다. 한국인 5명 중 1명이 탈모로부터 자유롭지 않단 얘기다. 각종 탈모 치료제와 탈모방지샴푸 등 탈모 케어 관련 시장 규모는 연 4조원 대 규모로 추산된다. 먹는 탈모 치료 약(경구투여약) 시장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JW중외제약이 출시한 정제 형태의 탈모약 제이다트. 두타스테리드 계열 탈모약의 특징인 연질 캡슐 형태를 넘어섰다. 사진 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이 출시한 정제 형태의 탈모약 제이다트. 두타스테리드 계열 탈모약의 특징인 연질 캡슐 형태를 넘어섰다. 사진 JW중외제약

 
쪼개 먹을 수 있는 딱딱한 약 주목
 
JW중외제약은 지난해 말 딱딱한 알약(정제) 형태의 탈모ㆍ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제이다트’를 출시했다. 이 약의 기초 성분은 ‘두타스테리드(이하 두타)’. 분자량이 크고 물에 잘 녹지 않아 종전에는 말랑말랑한 연질 캡슐에 액체 형태로 담겨 판매되던 약이다. 하지만 복용 시 식도에 달라붙는다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새로 출시된 약은 삼키기 좋고 물에 잘 녹아 복용이 쉽다. ‘두타’ 성분 탈모 치료제를 알약 형태로 만든 것은 전 세계에서 JW중외제약이 사실상 처음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5일 “복용 순응도가 높고 약을 쪼개서 먹을 수 있단 장점 덕분에 병원 등 현장에서 반응이 좋아 앞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헤어 케어 시장 4조원 대
그간 먹는 탈모약 시장은 한국MSD의 ‘프로페시아’로 대표되는 ‘피나스테리드(이하 피나)’ 계열과 GSK의 아보다트를 선봉장으로 한 ‘두타스테리드’의 두 진영이 양분하고 있었다. 피나 제제는 작고 딱딱한 형태의 정제가, 두타 계열은 부드러운 껍질의 연질 캡슐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제약업계에선 탈모 치료제 시장을 두고 ‘딱딱이(피나 계열)’와 ‘말랑이(두타 계열)’의 대결이라고 불렀었다. 두타 성분에 기반하면서 딱딱한 알약 형태인 ‘제이다트’의 등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그간 국내에선 6대4 정도로 피나 계열의 탈모 약이 더 인기였다. 선봉장인 프로페시아의 압도적인 위상에 힘입은 바 크다.

  
국내 판매 1위 탈모약인 프로페시아. 피나스테리드를 기초 성분으로 한다. 사진 한국MSD

국내 판매 1위 탈모약인 프로페시아. 피나스테리드를 기초 성분으로 한다. 사진 한국MSD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해 두타 제제가 1조621억원, 피나 제제가 8534억원 어치가 각각 팔렸다. 만 18세~41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피나 제제보다 두타의 사용 연령대(만 18세~만 50세)가 더 넓다는 점 등이 어필한 덕분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탈모약 시장에서도 두타 계열이 피나 계열을 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엔 피나 계열이 672억원 어치나 팔렸지만, 성장률이 6.5%에 그쳤다. 반면 두타 계열은 518억원 어치로 판매액은 적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21.4%에 달한다. 제약업계가 딱딱한 형태의 두타 약들에 주목하는 이유다. 
 
JW중외제약의 제이다트 외에 10여 종의 두타 계열 약들이 올해 들어 딱딱한 정제 형태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원천 기술을 가진 JW중외제약이 CMO(의약품 위탁생산) 등을 통해 우군을 늘려가고 있어서다. 피나 계열 제약사들도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로페시아를 판매하는 한국MSD는 측은 “프로페시아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경구용 남성 탈모 치료제”라면서 “특히 올해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5년 장기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서 효과와 안전성이 다시 한번 확인됨에 따라 이를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더 많은 환자가 검증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이 미국 펜실베니아 의대와 함께 진행 중인 신약 실험 결과. 오른쪽 아래가 털을 밀고 신약 성분을 바른지 17일째 된 쥐들의 모습이다. 사진 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이 미국 펜실베니아 의대와 함께 진행 중인 신약 실험 결과. 오른쪽 아래가 털을 밀고 신약 성분을 바른지 17일째 된 쥐들의 모습이다. 사진 JW중외제약

 
기존 탈모 약 부작용 넘으려는 노력도 꾸준 
피나나 두타 등 기존 탈모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기존 탈모 치료제들과 관련해서는 수면장애를 비롯한 부작용이 꾸준히 보고되어 왔다. 특히 복용 중단 시 탈모가 다시 진행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탈모 치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JW중외제약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와 함께 탈모 진행 과정에서 감소하는 신호전달경로(Wnt)를 다시 활성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글로벌 1위의 제약사인 화이자는 원형 탈모증 환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미 일부 약제의 임상 후기 2상 및 3상 시험에 돌입했다. 동아ST는 바이오 벤처인 네오믹스와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탈모치료 전문병원인 모제림성형외과의 황정욱 대표원장은 "탈모 연령이 낮아지고 약물을 통한 조기치료가 늘면서 탈모 치료제 시장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며 "최근엔 탈모치료 시장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와 안정성을 높인 새로운 치료제를 먼저 내놓기 위한 제약사 간 공방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수기ㆍ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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