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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총 시즌에 생각하는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역할

중앙일보 2019.03.26 00:33 종합 28면 지면보기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매년 3월은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다. 올해 주총 이슈를 3가지로 추려보면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주총 불성립,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논란, 본색을 드러낸 헤지 펀드라 할 수 있겠다.
 

소액주주 주총 참여 저조한데
섀도 보팅 폐지 후 대책은 없어

우선 주총 불성립 문제는 2017년 말 섀도 보팅 폐지에서 비롯됐다. 섀도 보팅은 주총 미참석자를 참석한 것으로 간주하고 찬반 비례에 맞춰 정족수를 채워주는 제도다. 이것이 시민단체들의 눈에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해 주는 것으로 비치는 모양이다. 섀도 보팅 폐지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주장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측에서는 기업들이 전자투표를 하고, 주총 개최날짜를 분산시키라 하고, 소액주주들에게 주총 참석을 독려하고 홍보만 잘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선거 캠페인을 통해 국민투표가 국민의 소중한 의무이자 권리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과는 달리 소액주주들은 주총 참석과 의결권 행사를 자신의 소중한 권리와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대주주 지분이 낮은 중소 코스닥 상장사들은 의결정족수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지난해 76개 회사의 주총이 무산됐다. 전례없이 많았다. 대안 없이 맞이한 올해에 주총 무산이 예상되는 기업은 150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대책은 없다.
 
또 다른 이슈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우려다.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에 유달리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지난해 한진그룹 대주주의 ‘갑질 사건’과 맞닿아 있다. 한진그룹 사주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수록 국민연금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기금운영위원회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논의는 한진그룹 경영 참여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 줬다. 안정성과 수익성 추구라는 본질을 벗어난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참여는 지난해 이미 6조원의 손실을 가져온 연금의 안정성을 위태롭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셋째 이슈는 헤지 펀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 주요 자문사의 반대 등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엘리엇은 지난 22일 주총에서 현대차 그룹에 약 8조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하며 ‘발톱’을 드러냈다. 이는 자신이 목표로 한 수익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당장 기업이 망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로써 헤지 펀드에 대한 기업인들의 경고가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런데도 이들이 비상식적인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대주주에게는 무엇을 강요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분위기 때문인 듯하다. 그 결과 헤지펀드는 소액주주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세 가지 주총 이슈의 공통점은 소액주주에게 주총에 참석해서 대주주를 감시하라고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엘리엇과 같은 주주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이런 점을 노린다. 그러나 대다수 소액주주는 오직 투자 수익만 생각하는 단순 투자자들이다. 주총 날에는 이미 다른 주식과 ‘사랑’에 빠진 그들은 ‘이별’한 주식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주가 상승이다. 그들 앞에는 늘 매력 있는 주식이 줄지어 서 있다.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4개월 전후인 소액주주들은 매년 3월 주총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반면 대주주는 기업의 가치 상승과 장기적 발전을 위해 주식을 보유한다. 대주주는 주가 등락에 상관없이 끝까지 남아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한다. 소액주주가 중간 정류장마다 타고 내리는 승객이라면 대주주는 종점까지 버스를 몰고 가야 하는 운전사다. 이런 투자자의 본성을 이해해야 기업과 관련된 제도의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제도 개선을 통해 풀어야 하고 그 기준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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