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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재판부 “공소장 장황” 검찰에 변경 요구

중앙일보 2019.03.26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양승태. [연합뉴스]

양승태.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이 “불필요하게 장황하다”며 30분간 지적했다. 이어 검찰에 정식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법관이 선입견 가지게 할 우려”
1심 재판부 30분 동안 지적
검찰 “직권남용 과정 설명 필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25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세 명의 피고인은 전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초 이날 재판에선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한 뒤 양측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금 최초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기는 조금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소사실 낭독을 생략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고영한 전 대법관과 관련해 피의사실이 아닌 행위가 공소장에 기재된 걸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2014년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 개입했다는 부분과 관련해, 당시 주심 대법관이던 고 전 대법관이 사건 처리를 지연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부분은 고영한 피고인에 대해 기소된 게 없는데도 행위를 이렇게 기재하는 게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범죄 혐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분이 공소장에 기재된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전교조 부분은)  양승태·박병대 피고인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행정처 심의관에게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결론으로 공소사실이 마무리된다”며 “그런데 임 전 차장이 이 사건을 정부 운영에 대한 협력 사례로 보고받았다는 것은 한참 뒤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단 기소된 부분의 공소사실이 다 특정이 됐는데, 직접 관련이 없는 결과·영향 등을 계속해서 기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내용으로 법관이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 측에서 앞서 의견서를 통해 주장한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배 주장에 재판부가 공감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에는 사건에 관해 재판부가 선입견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나 기타 물건을 첨부·인용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공소사실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 몇 가지를 지적한 뒤 “최초 공소장 기재대로 재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변경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도 “홍길동 ‘등’이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도 거기 연루된 사람이 있다는 것인지 변호인 입장에서는 특정이 안 된다”며 “불가피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급적이면 공소사실 인부를 위해서는 특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세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양승태 피고인의 경우 2011년부터 약 6년동안 특정한 동기와 목적에 의해 범행이 이루어졌고, 지휘체계나 계통에 따라 공모관계가 다양하며 은밀히 조직적·장기적·반복적으로 이뤄진 성격이 있다”며 “피고인의 주된 공소사실이 직권남용이라는 것을 감안해 검사는 피고인이 어떤 직권을 남용했는지 전후 사정과 범행동기, 경위를 자세히 말할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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