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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불순물 없는 보톡스, 내성 걱정 덜어줍니다”

중앙일보 2019.03.26 00:02 4면
‘보툴리눔 톡신’ 바로 알기
우리나라는 피부 강국이다. 소위 ‘보톡스’라고 부르는 보툴리눔 톡신을 세계에서 많이 애용하는 나라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품 8종을 모두 취급하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보툴리눔 톡신을 자주 맞을수록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세계적인 보툴리눔 톡신 전문가 2명이 지난 14~16일 방한했다. 내성 없는 보툴리눔 톡신(제오민)을 개발한 요르겐 프레베르트(오른쪽) 박사와 면역학 석학 미하엘 마르틴 교수를 15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만나 한국인이 잘 모르는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었다.
 

요르겐 프레베르트 박사
박테리아 발효·정제시켜
톡신서 복합단백질 떼내
순수 톡신 ‘제오민’ 개발
미하엘 마르틴 교수
보툴리눔 톡신 시술할 때
복합단백질은 있든 없든
주름 펴는 효과는 똑같아

요르겐 프레베르트 박사
멀츠의 보툴리눔 톡신 연구 책임자이자 보툴리눔 톡신 ‘제오민’의 개발자다. 만성 상처와 화상 부위에 이식 가능한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 1995~2006년 멀츠의 자회사에서 순수 보툴리눔 톡신의 개발을 담당했다.
 
미하엘 마르틴 박사
독일 유스투스 리비히 기센대 바이오 메디컬 연구센터의 면역학 교수다. 1987년 하노버 의대에서 박사 학위 논문, 선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92년부터 하노버 의대에서 10년 넘게 ‘임상면역종양학’연구그룹의 선임 연구원을 맡았다.
 
 
보툴리눔 톡신은 뭔가.
요르겐 프레베르트(이하 프레베르트)=보툴리눔 톡신은 사람이 먹었을 때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소다. ‘클로스트리디아’라는 박테리아가 보툴리눔 톡신을 만들어낸다. 이때 복합단백질도 같이 만들어낸다. 복합단백질은 독소를 감싸는 역할을 한다.
 
쉽게 설명해달라.
미하엘 마르틴(이하 마르틴)=자연에 있는 모든 박테리아는 독소뿐 아니라 복합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독소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박테리아는 시체 안에서 서식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살아 있는 사람의 몸속에서 박테리아는 최적의 서식 조건, 즉 사람을 죽이기 위해 독소를 내보낸다. 보툴리눔 톡신에서 보툴리눔은 소시지를 뜻하는 라틴어 ‘보툴루스’에서 유래했다. 옛날엔 소시지를 가공하기 위해 다양한 고기를 사용했는데, 비위생적으로 만들 경우 보툴리눔 톡신이 생성되면서 많은 사람이 식중독에 걸렸다. 보툴리눔 톡신이 위 속에서 분해되면 식중독이 일어나지 않게 되니 박테리아는 어떻게 해서든 복합단백질을 만들어 톡신을 감싸는 것이다. 돈(톡신)이 망가지지 않게 지갑(복합단백질)에 보관하듯 복합단백질에 톡신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근육에 주사할 땐 ‘지갑’이 필요 없다. 톡신만 있으면 된다. 보톡스 시술에서 복합단백질이 필요 없는 이유다.
 
순수 톡신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프레베르트=보톡스 시술은 주름을 펴려는 근육, 즉 마비시키려는 근육에 보툴리눔 톡신을 주사하는 방법이다. 주름을 펴는 과정에서는 복합단백질이 필요 없다. 복합단백질이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의심도 들었다. 체내 면역반응에 복합단백질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가설을 세웠다. 그래서 박테리아를 발효·정제시켜 복합단백질 등을 톡신에서 떼어내 완전히 순수한 톡신만 남겼다. 이것이 2005년 멀츠가 출시한 순수 톡신인 ‘제오민’이다. 1998년부터 제오민 개발에 뛰어들었다. 개인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연구는 그 이전부터 진행됐다.
 
흔히 ‘보톡스’라고 부르는데.
프레베르트=보툴리눔 톡신의 풀네임은 ‘보툴리눔 뉴로톡신 타이프 에이’다. 너무 길다. 줄여서 보툴리눔 톡신이라고 한다. 흔히 보톡스라 불리는 이유는 세계 최초로 출시된 미국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명이 보톡스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 연구실에서 보툴리눔 톡신으로 작업할 때 짧게 보톡스라고 통칭한 게 시발점이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보톡스라고 한다.
 
한국인이 유독 내성 위험성을 잘 모르는데.
프레베르트=의료진이 환자에게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보톡스를 몇 번 이상 맞으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 한국에서 그간 많이 사용된 보톡스 제품은 내성을 가진 제품이 많았다. 주어진 진료 시간에 의사가 환자에게 보톡스의 내성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해외에선 어떤가.
마르틴=나라마다, 의사마다 다르다. 의사 성향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영국·미국·독일에선 의사가 보툴리눔 톡신을 처음 시술받는 환자에게 30분 정도 시간을 할애해 내성 위험성을 포함한 정보를 전달한다. 현재까지 출시된 보톡스 브랜드는 총 8종인데 각각에 대해 모두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 복합단백질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뉜다. 첫째, 복합단백질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라면 대동소이하게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둘째, 독일의 제오민처럼 순수 톡신만 들어 있는 제품이라면 내성에 대한 위험성을 걱정할 필요 없다.
 
복합단백질이 없어도 효과는 같나.
프레베르트=복합단백질의 효과에 대한 질문은 순수 톡신에 대한 질문과 맥락이 같다. 내성 우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제약사가 까다로운 순수 톡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성을 막기 위해 중요한 요인은 제품의 질이다. 순수 톡신 조건으로 ▶까다로운 정제 기술력 ▶제품 포뮬레이션의 차별화 ▶엄격한 제조 공정을 제시한다. 순수 톡신은 항체 형성을 유발하는 ‘복합단백질’, 치료 효과엔 도움이 안 되고 항체 생성 위험을 증가시키는 ‘비활성 뉴로톡신’을 분리해내는 고도의 까다로운 정제 기술력이 필요하다. 제품 포뮬레이션의 차별화를 통해 약효 재발현 안정성, 생물학적 제제인 만큼 제조 공정 과정에서 활성화를 촉진하고 불활성화를 억제해 안정성을 높이는 엄격한 ‘제조 공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복합단백질을 제거하는 과정은 타 보툴리눔 톡신 제품과 달리 추가 공정이 필요하고 운반 과정에서 분해·변질 위험이 없도록 기준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복합단백질이 제거된 제오민을 개발할 때 마지막 성공 여부는 엄격한 생산 절차를 수립하는 것이었다.박테리아가 많은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완전히 정제하지 않으면 다른 불순물이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이에 순수한 신경독소만 남기도록 하는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운반 과정에서 분해나 변질 위험을 없애기 위해 제오민은 실온에서 4년간 보관할 수 있다. 이 옵션은 환자보다 의사들에게 좋은 장점이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제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복합단백질이 항체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마르틴=보툴리눔 톡신의 내성에는 환자 개인별 요인뿐 아니라 제제의 용량 투여 간격, 면역학적 특성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준다. 저용량 시술로 내성을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제품의 질이다. 그 질은 보툴리눔 톡신이 갖고 있는 ‘뉴로톡신’의 순수성 정도가 면역학적 안정성을 결정한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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