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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지금은 거뭇한 땅, 불탄 들에도 봄은 오는가
권혁재 기자 사진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지금은 거뭇한 땅, 불탄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앙일보 2019.03.26 00:00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인근 들녘/ 20190313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인근 들녘/ 20190313

 
이 봄,
불탄 들녘을 찾아갔습니다.
 
가며 맘이 아렸습니다.
지난가을의 기억 때문입니다.
 
들녘에 큰불이 났었습니다. 
어느 사진가가 터트린 연막탄 때문에 비롯되었습니다.
사진 특수 효과를 위해 그리했다 합니다.
 
뉴스에서 불타는 장면을 보며 맘 졸였던 기억이 아직 선명합니다.
안타깝기도 했거니와 걱정도 앞섰던 날이었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드넓은 들녘이 먼발치에서도 거뭇거뭇했습니다.
하도 광활한 들이 불탔으니 멀리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 20190313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 20190313

 
불에 탄 들녘 인근에 천연기념물 제414호, 
공룡알 화석 산지(화성시 송산면 고정리)가 있습니다.  
이는 수도권 유일 쥐라기 화석공원입니다.
 
천만다행으로 거기까진 번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10시간 동안 15ha(헥타르)가량  불탔습니다.
여차하면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 20190313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 20190313

 
이곳은 시화방조제로 인해 무려 5백만 평 갯벌이 들판으로 된 곳입니다.
염분 많은 땅이라 여느 식물은 살지 못합니다.
그 바람에 염분에 강한 띠(삘기)와 갈대가 초원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5월이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초원에 띠의 은색 꽃이 하늘거립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수백만평 들녘에 하늘거리는 은색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들녘입니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인근 들녘/ 20190313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인근 들녘/ 20190313

 
올봄 처음 찾아간 게 3월 13일입니다.  
여기저기서 몇몇 띠가 움트고 있었지만,
아직 들은 검었습니다.
 
 
 
 
들에 버려진 연막탄 / 20190313

들에 버려진 연막탄 / 20190313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나무 아래서  연막탄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연막탄 때문에 사달이 난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을 위해 내버린 부끄러움입니다.
사진을 하는 저 또한 부끄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인근 들녘/ 20190322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인근 들녘/ 20190322

 
3월 22일 다시 찾아갔습니다.
제법 많은 띠가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숯 검둥이 속에서 ‘온몸에 풋내를 띠고’ 오르는 띠,
반갑디반갑습니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인근 들녘/ 20190322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인근 들녘/ 20190322

 
버려진 채 불타,
눌어붙은 의자를 뚫고 오른 띠를 봤습니다.
 
지금은 거뭇한 땅,  
불탄 들에도 이렇듯 봄은 움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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