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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대회 레프리 되는 법 궁금한가요?

중앙일보 2019.03.25 13:00
[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26)
R&A 골프규칙테스트를 보면 합격증을 보내온다. 왼쪽은 2017년 레벨3 최우수 합격자 통보서이고 오른쪽은 올부터 시행된 개정골프규칙에 대해 치러진 레벨2 합격통지서이다. [사진 민국홍]

R&A 골프규칙테스트를 보면 합격증을 보내온다. 왼쪽은 2017년 레벨3 최우수 합격자 통보서이고 오른쪽은 올부터 시행된 개정골프규칙에 대해 치러진 레벨2 합격통지서이다. [사진 민국홍]

 
골프규칙과 관련해 R&A(영국왕립골프협회) 인증 시험을 보고 합격증을 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골프 관련 학과를 다니는 대학생을 비롯해 골프 관련 산업 종사자와 프로골퍼 출신들이 골프규칙에 대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R&A의 골프규칙테스트 레벨1, 레벨2, 레벨3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나는 이와 관련해 대학생이나 직장인들로부터 나의 골프 칼럼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 종종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R&A 규칙테스트를 통과하면 골프심판(referee:경기위원) 자격증이 나오고 경기위원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또 골프와 관련한 직장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고 된다면 얼마나 되는지, 시험에 합격하려면 어떻게 공부하고 어느 정도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지.
 
우선 R&A 규칙테스트라는 게 골프 관련 산업에서 점점 토익이나 토플 시험처럼 한 개인의 능력을 저울질하는 기준점이 될 것 같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영어가 기업에서 일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지식이나 능력은 아니지만 한 개인의 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골프규칙을 배우고 숙지한다는 것이 골프를 치는데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알아두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골프 규칙 안에는 골프 스윙에 관한 것을 빼놓고는 골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원칙에서부터 티잉 구역에서 출발해 페어웨이, 벙커, 연못 등을 거쳐 퍼팅그린에 올라갈 때까지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골프에 관한 큰 우주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KPGA는 이달 전국을 순회하며 골프규칙세미나를 열어 프로골퍼들을 대상으로 올해 전면개정된 규칙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제주시에서 열린 규칙설명회로 필자가 강의자로 나섰다. [사진 민국홍]

KPGA는 이달 전국을 순회하며 골프규칙세미나를 열어 프로골퍼들을 대상으로 올해 전면개정된 규칙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제주시에서 열린 규칙설명회로 필자가 강의자로 나섰다. [사진 민국홍]

 
플레이에 적합한 티에서부터 클럽의 성능과 개수 등 장비에 관해 규정하고 있어 골프클럽 등 산업에 상당한 연관을 맺고 있다. 또 골프규칙은 골프장 코스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고 관리하는지도 담고 있어 그린 키퍼 등 골프장 종사자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이 많이 있는 것이다.
 
물론 골프대회를 운영하는 데는 골프규칙을 잘 아는 레프리들로 구성되는 경기위원회가 필요하고 이런 대회를 중계하는 방송관계자들도 기본적인 골프규칙을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R&A의 골프규칙시험은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공동으로 펴낸 골프규칙 공식 안내서(Official Guide to the Rules of Golf)에 나오는 내용에서 출제된다. 이 안내서에는 골프규칙과 규칙에 따른 자세한 설명과 예시를 다룬 해석(Interpretations)이 나온다. 또 대회와 관련해 코스를 세팅하는 부분과 선수들에 대해 심판(Ruling) 등을 다룬 위원회 절차 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2곳에서 문제가 거의 출제된다고 할 수 있다.
 
R&A의 골프시험은 기초, 중급, 고급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치러지는데 레벨1, 2, 3 시험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레벨1과 2 시험은 대한골프협회가 R&A를 대행해 국내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레벨1은 매달, 레벨2는 11월 말쯤 2번 치러진다. 레벨3은 R&A가 직접 주관하며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도시를 돌아가면 열린다.
 
한국에서는 2005년과 2017년에 레벨3이 치러진 바 있다. 레벨1은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레벨2는 레벨1 합격자 중 80점 이상 상위 6명한테 응시자격을 준다. 레벨3은 레벨2 합격자 중 80점 이상의 일부와 한국 프로골프협회(KPGA),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레프리) 일부에게 응시자격을 주고 있다. 레벨3 시험이 한국에서 열리면 한국어로 번역된 시험도 볼 수 있지만 외국에 나가서는 반드시 영어로 시험을 봐야 한다.
 
지난해 11월 KPGA 경기위원을 대상으로 개정된 골프규칙에 대한 레벨2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 민국홍]

지난해 11월 KPGA 경기위원을 대상으로 개정된 골프규칙에 대한 레벨2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 민국홍]

 
레벨3은 60점 이상을 맞으면 합격인데 합격증이 심판 자격증이 되지는 않는다. R&A는 레벨3 시험과 관련해 80점 이상 합격자를 우수합격자(passed with merit)로, 90점 이상 합격자를 최우수합격자(passed with distinction)로 불러주는 명예를 주고 있다.
 
또 자체규정으로 브리티시 오픈 등 국제대회의 레프리는 반드시 레벨3을 2년에 한 번 응시해야 하고 여기에서 80점 이상을 맞도록 하고 있다. 국제골프대회를 뛸 수 있는 레프리가 되는 것도, 그 자격을 유지하는 게 만만치가 않다. 요컨대 골프규칙에 대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해와 숙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공부하면 레벨3에서 80점 이상을 맞을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나의 경우를 보면 1년에 걸쳐 5백여 페이지 안팎의 골프재정집(올부터는 규칙개정으로 명칭이 골프규칙 공시안내서로 변경됨)를 22번 정독했다. 한글번역본으로 18번, 영어원문으로 4번을 읽었고 USGA와 R&A 홈페이지에 나오는 규칙문제를 많이 풀어보았다.
 
처음에는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해하고 나서는 숙지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대학시험 1과목이나 고시 1과목 정도에 들이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것 같다. 시험 보기 전까지 골프규칙을 조금 알았었는데 이 정도 공부하고 나니 골프라는 스포츠의 기본원리에서부터 세세한 코스 세팅까지 깊은 이해와 함께 지식을 갖출 수 있었다. 2016년 4월 레벨1 시험으로 시작해 2017년 3월 레벨3 시험을 영어로 보았고 90점 이상으로 합격했다.
 
이를 바탕으로 KPGA가 문호를 개방한 경기위원 모집에 응시하는 기회를 잡았고 지금은 1부 투어인 코리안투어 레프리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기위원이란 직업은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현재는 일 년 중 대회가 있는 기간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일당을 받고 일한다. 미국, 유럽의 골프투어에서 일하는 레프리들은 모두 전문직업인이다.
 
지난해 11월 열렸던 골프규칙 레벨2 세미나에서 구제를 위한 롤 플레이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민국홍]

지난해 11월 열렸던 골프규칙 레벨2 세미나에서 구제를 위한 롤 플레이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민국홍]

 
미국 LPGA의 경우 어린 시절 골프선수를 지향했던 학생이나 골프 관련 단체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골프규칙을 공부해 레프리가 되어 연봉을 받는 전문직업인이 된다. 초봉은 4~5만 달러에서 시작해 20만 달러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KLPGA의 경우 1부 투어 경기위원과 투어 팀장들 10명에 한해 1년에 4천만 원 연봉을 주고 있어 한국에서도 전문 직업으로서의 경기위원시대를 열었다. KPGA도 조만간 연봉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단체인 KGA(대한골프협회)의 경기위원은 자원봉사의 성격이 있어 대회당 사례금을 주고 있다.
 
사실 레프리라는 것은 전문성을 요구하면서도 육체적 노동 강도가 센 직업이다. 코스 세팅을 위해 그 넓은 코스에 직접 페인트칠도 마다치 않으며 대회 기간에는 하루 12시간 이상을 필드에서 서 있거나 카트로 이동해야 하는 신체활동이 필요하다. KBO가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것처럼 프로골프투어가 대회를 운영하는데 레프리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앞으로 이들을 전문직업인으로 대우하는 게 바람직하고 그렇게 될 것 같다.
 
R&A의 골프규칙 시험에 합격하는 게 당장 어떤 일자리를 보장하는 자격증은 아니지만 많은 골프 관련 산업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한국에서 골프 산업도 더욱 발전할 것이고 레프리도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니만큼 골프 관련 산업에 종사하려는 학생들이나 사람들은 토익처럼 R&A의 골프규칙테스트를 응시해보면 괜찮을 것 같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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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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