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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에 '장관님' 표식 있었다

중앙일보 2019.03.25 01:30 종합 1면 지면보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동향과 전(前) 정부 임원들을 겨냥한 감찰 사실이 담긴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사실을 입증할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은 지금까지 산하기관 임원의 사퇴 동향은 보고받았으나 “특정 인사에 대한 표적 감찰은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검찰 “블랙리스트 보고된 증거”
김은경 전 장관 오늘 영장심사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환경부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원 등에 따르면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블랙리스트 문건’ 파일명에는 ‘장관님’이라는 표식이 추가돼 있었다고 한다.
 
환경부 공무원들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인사 문건을 별도로 관리하며 파일명을 수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해당 문건에는 정부 초기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한 감찰 사실과 사퇴 동향이 담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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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임원들의 사표 제출과 후임자 인선이 진행될 때마다 해당 문건들이 업데이트돼 김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임원들의 사퇴 동향과 감찰 사실을 보고받은 김 전 장관이 전 정부 임원들에 대한 표적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올해 초 검찰 조사를 받았던 환경부 산하기관 전직 임원 김모씨는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에서 지난해 2월 작성된 산하기관 인사들의 감찰 문건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경 전 장관 “특정인사 표적 감찰 지시한 적 없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1월 환경부 감사관실 압수수색과 포렌식 조사를 통해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긴 인사 문건에서 파일명에 ‘장관님’이 적힌 문건을 다수 복구해 냈다고 한다. 환경부 관계자들도 검찰 조사에서 “장관님에게 보고하기 위해 해당 문건을 만들었고 직접 보고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일명에 ‘장관님’이 적힌 산하기관 임원 인사 문건들은 25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될 김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임원들에게 사표를 강요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이 표적 감찰을 사전에 인지했는지가 이날 범죄 소명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사퇴 동향과 감찰 사실이 보고됐다는 물증과 진술을 통해 영장심사에서 “김 전 장관의 주도하에 표적 감찰이 진행됐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장관님’ 문건이 지난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 수첩에 적힌 ‘대(大)’자와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메모가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지시사항’을 의미한다고 주장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이끌어냈다.
 
검찰은 또한 김 전 장관이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 임명 과정에서 발생한 채용비리 의혹에도 청와대 관계자들과 공모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곧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영장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오랜 기간 조사를 통해 김 전 장관의 범죄 혐의를 소명할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김 전 장관의 입장을 들으려 김 전 장관과 그의 변호인에게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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