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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대문 LPG 충전소 '0'...충전소 규제 안풀고 LPG 차량만 확대한 정부

중앙일보 2019.03.24 16:22
일반인도 제한없이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지만 LPG 충전소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LPG 충전소에서 택시들이 LPG 충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인도 제한없이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지만 LPG 충전소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LPG 충전소에서 택시들이 LPG 충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액화석유가스(LPG) 중고차를 산 박모(31)씨는 주말이면 서울 서대문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가스 충전소로 향한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박씨는 “서울 도심에 가스 충전소가 부족해 장거리 운전을 앞둔 주말이면 가스를 가득 충전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LPG 충전소 규제로 도심에 설치 못해
"선진국에선 LPG도 셀프 충전 가능해"
LPG 충전소 늘려 수소경제 대비해야

정부가 LPG 차량을 누구나 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지만 도심 LPG 충전소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PG 충전소 설립 허가와 관련된 규제를 그대로 둔 채 미세먼지 여론에 떠밀려 준비 없이 LPG 차량 허가만 서두르다 ‘정책적 모순’이 발생한 것 아니냔 비판도 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서울시 LPG 충전소는 77곳으로 501곳인 주유소와 비교하면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서울 도심으로 꼽히는 4대문 안에는 LPG 충전소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 도심에서 LPG 차량을 운전하다 가스가 떨어지면 은평구나 동대문구에 있는 충전소까지 운전해 가스를 충전해야 한다. 이는 서울 도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주유소는 1만1540곳이지만 LPG 충전소는 1948곳에 불과하다.
 
주유소와 비교해 LPG 충전소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충전소 설치 규제가 상대적으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LPG 충전소를 설치할 경우 충전소 저장능력이 10t 이하이면 거리나 건물에서 24m 이상 떨어져야 한다. 충전소 저장능력이 늘어날수록 이격 거리를 더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저장능력이 20t을 초과할 경우에는 거리나 건물에서 3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LPG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도심에 LPG 충전소가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시내 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에서 택시들이 LPG 충전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시내 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에서 택시들이 LPG 충전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에선 LPG 충전소 설립에 대한 규제가 한국보다 느슨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본은 LPG 충전소 안전거리를 17m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15m에 불과하다. 충전소 운영 방식도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선 LPG 셀프 충전이 불가능하다. 반면 프랑스・독일・캐나다 등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LPG 충전소에서 운전자의 셀프 충전이 가능했다. LPG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유소 중 셀프 주유소는 전체의 30% 수준”이라며 “LPG 셀프 충전에서 안전성 우려가 없다는 게 선진국에서 검증된 만큼 국내에서도 셀프 충전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LPG 기술력은 세계 각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지만 LPG 자동차 대수 대비 충전소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LPG 차량 규제를 푼 만큼 충전소도 확충해야 관련 산업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PG 업계는 정부가 도심 수소 충전소를 허용한 전례를 들며 도심 LPG 충전소 설립에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 2월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실증특례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수소충전소 부지로 신청한 5곳 중 국회와 탄천물재생센터 등에 수소충전소 설립을 허용했다. 
 
LPG 업계에선 LPG가 수소와 비교해 안정적인 물질인 만큼 규제를 풀거나 실증특례 등을 도입하면 도심 LPG 충전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선 수소충전소 안전관리를 LPG 충전소보다 더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LPG 충전소는 안전관리책임자가 안전 교육 등을 이수하면 안전관리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수소충전소 안전관리책임자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가스기능사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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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충전소 인프라를 확대해야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수소경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LPG 충전소 인프라를 수소충전소 등 수소경제에 맞춘 인프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찬일 SK가스 에코에너지산업지원실장은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수소경제 활성화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LPG 차량이나 충전소를 수소경제로 나아가는 중간 다리로 활용할 수 있다”며 “LPG 충전소를 확대하면 가스와 수소를 함께 충전하는 복합 충전소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 전환에 맞춰 LPG 충전소 안전 규제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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