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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중국, 이번엔 티베트 중국화 겨냥 ‘하이테크 공정’ 벌인다

중앙일보 2019.03.24 09:15
중국이 '아킬레스건'인 티베트를 상대로 ‘하이테크 공정’에 나섰다. 행정명으론 ‘시짱(西藏) 자치구’로 부르는 티베트 지역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음성인식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하이테크 기업을 유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티베트 지역에 경제발전의 기회를 제공해 고성장을 유지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가난에서 벗어나고 중국 중앙정부와의 통합을 강화하려는 ‘당근 정책’으로 보인다.  
건물 자체가 거대한 예술작품인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 어둠과 함께 조명이 드리우면 궁 앞에 광장에서는 분수 쇼가 펼쳐지고 포탈라궁은 또 다른 예술작품으로 변신한다. 한족들이 몰려오면서 티베트는 관광산업이 붐이다.[중앙포토]

건물 자체가 거대한 예술작품인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 어둠과 함께 조명이 드리우면 궁 앞에 광장에서는 분수 쇼가 펼쳐지고 포탈라궁은 또 다른 예술작품으로 변신한다. 한족들이 몰려오면서 티베트는 관광산업이 붐이다.[중앙포토]

 
빅데이터 등 AI 핵심기술 티베트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메이커인 칭화유니(清華紫光)그룹은 3년간 10억 위안(약1691억원)을 들여 티베트에 빅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는 AI 개발의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2018년 9월 시짱 자치구 정부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합의하고 “시짱은 국가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디지털화와 정보화를 전면적으로 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칭화유니그룹은 과학기술 분야에 강한 칭화대(清華大)가 운영하는 기업으로 1998년 설립돼 현재 지분의 51%는 칭화대 산하 칭화투자 유한공사가, 49%는 민간기업인 잔쿤(健坤) 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미국 인텔사에서 14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그룹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빅데이터 해석 등의 기술을 개발해왔다.    

베이징의 음성인식 전문기업인 아이플라이텍은 2018년 상반기부터 티베트대와 손잡고 티베트어 음성인식 기술의 공동개발에 나섰다. 음성인식은 컴퓨터가 인간의 말을 듣고 문자 데이터로 바꾸는 처리 기술로 AI의 핵심기술 중 하나다. 키보드를 치지 않고도 문자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로봇이나 AI 스피커, 스마트 가전, 스마트 차량 등에 사용되는 첨단기술이다.  

 
티베트 시짱대학의 빅데이터 센터. 티베트를 찾은 여행객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중앙포토]

티베트 시짱대학의 빅데이터 센터. 티베트를 찾은 여행객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중앙포토]

보안용 안면인식기술 티베트에서 개발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 알리바바와 아이플라이텍(商湯科技)은 라싸에 투자회사를 각각 설립한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에인절 투자기업이 될 전망이다. 마윈(馬雲)이 창업한 알리바바 그룹은 산하 인터넷 금융사 앤트 파이낸셜 등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아이플라이텍은 보안과 감시 등에 사용하는 ‘안면인식 기술’로도 유명하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물론 감세정책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평균 기업소득세는 25% 전후인데 시짱 자치구에선 실질 세율이 9%에 불과해 파격적으로 낮다.  

 
각족 혜택으로 티베트 높은 경제성장률  
시짱 자치구는 2018년 지역 내 국내총생산(GDP)이 9.1%로 귀저우(貴州)성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2019년 성장률 목표는 10% 전후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하이테크 기업의 티베트 진출이 단순히 기술개발의 혜택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이용한 새로운 감시기술을 개발해 치안유지에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족의 유입을 늘리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2006년 개통한 칭짱철도를 달리는 열차. 배경으로 티베트의 설산이 보인다. [중앙포토]

2006년 개통한 칭짱철도를 달리는 열차. 배경으로 티베트의 설산이 보인다. [중앙포토]

 
2006년 중국과 직통 철도 개통 
중국 정부는 2006년 서부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에서 시짱 자치구의 라싸(拉薩)에 이르는 총연장 1956㎞의 칭짱(靑藏)철도를 개통했다. 그 결과 시짱 지역 관광산업이 성장하고 한족의 대거 유입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니혼게이자이는 평가했다. 실제로 납세액을 바탕으로 할 때 시짱 자치구 상위기업의 태반은 베이징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자회사이며 자치구 지도부도 한족이 권한을 쥐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삼보일배하며 사원 참배길에 나선 티베트인 [ 중앙포토=양승국 변호사 제공 ]

삼보일배하며 사원 참배길에 나선 티베트인 [ 중앙포토=양승국 변호사 제공 ]

 
공산당 통제 강화해 '종교의 중국화' 시도 
아사히(朝日)신문은 중국 정부 통계를 인용해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시짱 자치구의 GDP가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빈곤 대책을 강조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도부는 보조금을 늘리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용이하게 하는 방법으로 지역 주민의 생활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아사히는 시 주석 지도부가 2015년 이후 ‘종교의 중국화’를 시도하며 티베트 불교를 시작으로 각 종교에 대한 당의 관리와 지도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경제발전에서 소외되고 빈부 격차로 고통받는 사람들 사이에 종교가 ‘침투’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종교를 믿는 사람이 2억 가까이 증가했으며 한족 사이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구하기 위해 티베트 불교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일부 티베트 불교 고승에게 강연을 허용해 달라이 라마 14세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지난 3월 5일~15일 열렸던 중국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2차회의 개회기간인 6일 전인대 시짱 자치구 분과회의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니혼게이자이와 아사히는 분과회의에 참여한 시짱 대표가 티베트 망명정부의 달라이 라마 14세를 비난하고 “공산당이 생활을 개선하고 있어 감사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충성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시짱 자치구의 최고 권력자인 공산당서기는 한족이다.   

 
티베트의 겨울 풍경'[중앙포토].

티베트의 겨울 풍경'[중앙포토].

티베트 동란 60년 맞아 감시 강화 
아사히는 최근 ‘티베트 동란 60년’ 특집기사를 통해 1959년 3월 10일 발생한 ‘티베트 동란’ 60주년을 조명했다. 아사히는 중국 당국이 티베트족 거부 지역에서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안면인식 카메라와 도청기를 포함, 다양한 하이테크 기술을 활용해 감시망 확충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달라이 라마 14세의 출생지인 칭하이성 시닝의 티베트 불교 사원 근처에는 약 30m 간격으로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고 전했다. 당국이 도청기가 설치된 식기나 휴대전화를 무료로 나눠준 뒤 달라이 라마를 언급하는 사람을 체포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티베트 동란은 1950년 이후 중국 공산당의 지배 아래에 있던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벌어진 반중국·반공산주의 민중봉기를 가리키는 중립적인 용어다. 티베트 망명정부와 독립운동 단체들은 이를 ‘티베트 민족봉기’로 부르지만 중국은 ‘티베트 반란’으로 부른다. 

사건의 발단은 중국 인민해방군 주둔과 중국 공산당의 통치였다. 19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티베트에 진주한 뒤 티베트 주민과의 대립이 차음 격화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1959년 3월 1일 달라이 라마 14세에게 연극 관람을 요청하며 경호원 없이 와 달라고 요구했다. 관람예정일인 10일이 되자 유괴를 의심한 주민들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자 중국 인민해방군이 유혈 진압에 나서면서 희생자가 발생했다. 망명 정부는 8만6000명의 티베트인이 숨졌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일축한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17일 라싸를 탈출해 약 2주간의 여행 끝에 인도 국경을 넘었다.  

 
청두에서 라싸로 가는 비행기에서 본 티벳의 눈덮힌 산의 모습. [중앙포토]

청두에서 라싸로 가는 비행기에서 본 티벳의 눈덮힌 산의 모습. [중앙포토]

티베트, 고유의 언어·문자·역사 가져
티베트는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중국의 일부가 아니고 독자적인 국가와 세력을 유지했다. 중국 역사서에 저(氐)족・강(羌)족으로 불린 민족으로 짐작된다. 7세기 송첸캄포가 라싸에 최초의 통일국가를 세웠으며 중국은 이를 토번(吐蕃)으로 불렀다. 몽골족의 원나라가 강성할 당시 간접 지배를 받았으며, 만주족의 청나라 때는 보호령이 되기도 했지만 중국, 특히 한족 국가의 직접 통치를 받은 적은 없었다.  
 
1912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무너지고 중화민국이 들어서자 달라이 라마 13세(1876~1933년, 재위 1895~1933년)가 완전 독립을 선언했다. 영국으로부터 무기와 차관을 받았으며 영국은 티베트에 통신 기지를 운영했다. 달라이 라마 13세는 티베트의 상당수 지역을 실효 지배했으며 1918년과 1930년에는 침입해온 중국 군대를 물리치기도 했다. 
 
1940년 2월 달라이 라마 14세(84, 1940년 즉위)의 즉위식에 중화민국은 몽골과 티베트를 담당하는 몽장위원회를 사절로 보냈으며 이들은 1948년까지 라싸에 머물렀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주장하기 시작했다. 1950년 10월엔 중국 공산당이 파견한 인민해방군이 티베트에 진주했다.  
일본을 방문한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14세(오른쪽)가 현각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을 방문한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14세(오른쪽)가 현각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1959년 달라이 라마 14세 인도 망명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은 티베트 주민과 충돌해 급기야 59년 티베트 동란이 발생했으며 달라이 라마 14세는 인도로 망명했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1959년 4월 29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레데시주 무수리에 ‘달라이 라마 성하의 중앙 티베트 행정부’라는 이름의 망명 정부를 수립했다. 그해 5월 근거지를 인도 북서부 히마찰프라데시주 다람살라의 강첸 키송(티베트어로 ‘논의 나라의 기쁨의 골짜기’)으로 옮겨 현재에 이른다.  
 
중국의 티베트 통치는 수많은 저항에 부딪혀 왔다. 중국은 1965년 티베트 지역에 시짱 자치구를 설치해 통치하고 있는데 지도부는 한족이 주축이다. 라싸에선 양상쿤(楊尙昆) 주석 시절인 1989년 3월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해 3월 7일 계엄령이 선포되기도 했다. 그해 12월 달라이 라마 14세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중국 정부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시절인 2002년 달라이 라마 14세와 대화를 시작했으나 티베트 당서기를 지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인 2010년 2월 이를 중단했다. 후 주석 시절인 2008년 3월에는 라싸에서 다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으며 14일에는 티베트 불교의 라마승이 분신자살을 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외국인의 라싸 관광도 허용하는 등 유화책을 벌이고 있다.  
 
미국, 티베트 등 중국 인권문제 제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월 3일 '2018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은 인권에 관한 한 '그들만의 리그'에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미국 국무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월 3일 '2018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은 인권에 관한 한 '그들만의 리그'에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미국 국무부]

미국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대신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3월 13일 ‘2018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티베트를 언급했다고 CNN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마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 정부는 기독교인, 티베트인 및 정치 의견자들을 상대로 한 정치적 박해를 강화하고, 이들을 정부 옹호자로 바꾸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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