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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法석]양승태에 제대로 찍혔다···공소장 43번 등장 인권법硏

중앙일보 2019.03.24 05:00
 야단법석('야단法석')에서는 법조계의 각종 이슈와 트렌드를 중앙일보 법조팀 기자들의 시각으로 재조명합니다. '야단法석'을 통해 법조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세요.  
 
지난 2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한 뒤 재판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한 뒤 재판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미선(49·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헌재 재판관 중 가장 막내 기수인 이영진·김기영(연수원 22기) 재판관보다 네 기수 아래입니다. 만 48세에 임명된 이정미 전 재판관에 이은 두 번째 40대 여성 재판관 후보이기도 합니다. 김기영 재판관과 마찬가지로 고등부장을 거치지 않은 사례로도 눈에 띕니다.    
 
 다만 과거에 주목할 만한 이력이나 발언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장이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로 기소된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의 사건을 맡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워낙 드러나는 이력이 없다보니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문형배(54‧연수원 18기) 후보의 청문회 무사 통과를 위한 관심 끌기용 카드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헌법재판관 이미선(李美善) 후보자. 1970년생, 사법연수원 26기. 부산 학산여고와 부산대 법대를 나와 부산대학교 법학 석사를 땄다. 서울지법 판사와 청주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와 대전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내고 현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맡고 있다. [중앙포토]

헌법재판관 이미선(李美善) 후보자. 1970년생, 사법연수원 26기. 부산 학산여고와 부산대 법대를 나와 부산대학교 법학 석사를 땄다. 서울지법 판사와 청주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와 대전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내고 현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맡고 있다. [중앙포토]

 전국 3000명 정도 규모인 판사들도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최근 서초동 법원 주변에선 이미선 후보자가 2011년 설립된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멤버 33명 중 한명이었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창립 멤버였던 사람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라 명확히 아는 판사도 드물었습니다.

 중앙일보가 법원행정처에 확인해보니 창립 멤버가 맞다더군요. 33명이라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멤버 규모가 외부로 공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명수(60·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은 이 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습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A4용지 308페이지 분량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도 43번 등장합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서 큰 축을 담당한 셈이죠. 공소장에는 ‘2011년 8월경 대법원에서 예산 등을 지원하는 전문분야연구회로서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설립됐고, 당시 사실상 와해됐던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 일부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고 소개돼 있습니다.
 
 2015년 7월쯤 국제인권법연구회 내에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이 결성됐고, 인사모는 ‘상고법원 끝장 토론회’를 열어 법원행정처의 최대 역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제도를 비판한 점도 적혀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강조하던 상고법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가 제대로 찍혔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사법부는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그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 중 일부를 ‘물의야기 법관’ 등으로 규정하고 조직적으로 이들의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법연구회 간사이자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원이던 유모(45‧연수원 28기) 변호사는 판사 시절인 2014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재판을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돼 인사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암 투병 중인 부친 간병을 위해 춘천지법으로 희망지역을 써냈지만 대구지법으로 발령이 났죠. 대구지법 근무 뒤에는 사직서를 냈습니다.
 
헌법재판관 문형배 후보자[연합뉴스]

헌법재판관 문형배 후보자[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는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현 정부에서 교체된 헌법재판관 8명 중 4명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습니다. 이미선 후보자와 같이 지명된 문형배(54·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으로 현 정부 들어 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 1순위로 거론돼 왔습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였던 김형연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물의야기 법관’으로 올랐다가 현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맡고 있죠.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임명된 대법관 9명 중 4명(김명수 대법원장, 박정화·노정희·김상환 대법관)도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출신입니다. 이미선 후보자 남편인 오충진(51‧연수원 23기)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도 판사 시절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11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낙태죄 위헌 촉구 1인 시위 100일 맞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11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낙태죄 위헌 촉구 1인 시위 100일 맞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절반인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입니다. 이르면 4월 중순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언제 결론이 나올지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대통령 탄핵과 정당 해산 결정까지 했던 헌법재판소의 위상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위상에 걸맞게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다양성을 더욱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상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할 수 있습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다양한 사회를 반영해야 할 헌법재판관 후보 2명이 모두 판사”라며 “국회의원을 지낸 한병채 초대 헌법재판관처럼 다양한 직군에서 후보자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이 요직을 차지했듯이 특정 조직에 치우치는 인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판사 출사 변호사는 “국제법연구회가 서울대 법대 중심의 엘리트 조직으로만 움직였던 민사판례연구회와 같이 되지 않으려면 활동 내용을 더욱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권과 소수의견에 주목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창립 당시 활발히 토론했던 주제는 양심적 병역 거부였다고 합니다. 국제 인권 기준과 분단 국가 현실이 충돌하는 주제였습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주축이 된 헌법재판소는 앞으로 어떤 결정을 이끌어 낼까요. 그들의 결정을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헌재 뿐 아니라 그 구성원이 사뭇 달라진 대법원의 향후 판결 경향에 대해서도 전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민상‧이수정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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