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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였을 나와 그대들에게

중앙일보 2019.03.23 09:00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55) 드라마 '눈이 부시게'
[※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70대 노인과 17세 소녀의 파격적 로맨스를 그린 멜로 영화 '은교'를 보면 노시인 이적요(박해일 분)가 이런 대사를 합니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하지만 늙음이 마치 벌인 양 우리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따뜻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늙는다는 건 어떤 걸까요? 오늘은 오랜만에 드라마 한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이번 주 화요일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입니다.
 
또 타임슬립 드라마?
주인공 혜자는 어릴 적 바닷가에서 오래된 손목시계 하나를 줍게 되는데 이 시계는 극 전체를 흐르는 큰 복선이 된다. [사진 JTBC]

주인공 혜자는 어릴 적 바닷가에서 오래된 손목시계 하나를 줍게 되는데 이 시계는 극 전체를 흐르는 큰 복선이 된다. [사진 JTBC]

 
주인공 혜자(한지민, 김혜자 분)는 어릴 적 바닷가에서 오래된 손목시계 하나를 줍습니다. 그 시계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였는데요. 마치 타임머신처럼 원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죠. 어린 혜자는 학교에 가기 싫을 때나 시험을 망쳤을 때 종종 이 시계를 사용했습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돌린 시간 만큼 늙는다는 것이었는데요. 시계 때문에 자신의 또래보다 성숙해져 버린 혜자는 이 시계를 자신의 서랍 속에 고이 보관합니다.
 
25세가 된 혜자는 아나운서가 꿈인 취업 준비생입니다. 학교 방송동아리에서 학내 아나운서를 하면서 잘 나갔지만 졸업 후 지원하는 곳마다 떨어지죠. 실패의 쓴맛을 본 혜자는 자신에게 맞는 꿈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혜자와 준하는 혜자가 갑자기 늙어버리는 바람에 헤어지게 된다. 사진은 혜자가 70대 노인이 된 후 준하와 데이트 하는 꿈을 꾸게 되는데 그 꿈속 장면. [사진 JTBC]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혜자와 준하는 혜자가 갑자기 늙어버리는 바람에 헤어지게 된다. 사진은 혜자가 70대 노인이 된 후 준하와 데이트 하는 꿈을 꾸게 되는데 그 꿈속 장면. [사진 JTBC]

 
어느 날 대학 때 짝사랑하던 선배가 동아리 MT에 온다는 얘길 듣고 간 자리에서 처음으로 준하(남주혁 분)를 만나게 되는데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팩트폭력하는 준하 때문에 열이 받지만 준하의 말이 모두 맞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하죠. 악연으로 얽힌 그들은 동네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동네 주민으로요. 
 
싸우다 정든다고 티격태격하며 썸(!)타던 그들은 혜자의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변하게 되면서 헤어지게 됩니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계속 시간을 돌리다 70대 노인으로 늙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공감할만한 따뜻한 이야기 
하루 아침에 70대 노인이 된 혜자는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에 보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혜자 오른편에서 기록을 체크하는 혜자 오빠 영수(손호준 분).[사진 JTBC]

하루 아침에 70대 노인이 된 혜자는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에 보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혜자 오른편에서 기록을 체크하는 혜자 오빠 영수(손호준 분).[사진 JTBC]

 
이 작품은 25세 '혜자'가 70대 노인의 삶을 살게 되면서 겪는 일을 다뤘습니다. 뜻대로 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심하며 자신이 선택한 길이 맞는 길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20대의 젊은 혜자 이야기와 마음껏 뛸 수도 오래 걸을 수도 없는 신체적인 변화에서부터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까지 겪어내는 70대 노인 혜자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과거까지 젊은 층부터 노년층까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건 무엇보다도 연기경력 59년인 김혜자 배우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외형은 나이든 모습이지만 20대의 마음과 70대의 마음을 넘나들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시청자도 그 마음에 동화되어 함께 20대가 되었다가 70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여기에 누가 봐도 주연급에 자신의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김혜자 선배님'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출연하게 되었다는 한지민 배우 역시 밝고 엉뚱한 모습에서부터 과거의 사건들로 인해 감정이 폭발하는 모습까지 감정의 스펙트럼 폭이 넓은 쉽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혜자와 홍보관(요양원) 친구들. 지하실에 갇혀있는 준하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이 뭉쳤다. 이때 각자 가지고 있는 개인기를 펼치는데 이 개인기들이 준하를 구출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사진 JTBC]

혜자와 홍보관(요양원) 친구들. 지하실에 갇혀있는 준하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이 뭉쳤다. 이때 각자 가지고 있는 개인기를 펼치는데 이 개인기들이 준하를 구출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사진 JTBC]

 
그리고 이제 제법 '배우'라는 말이 썩 잘 어울리는 남주혁과 어벤저스 군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주 혜자가 시계 때문에 졸지에 늙어버린 것이 아니고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충격적인 엔딩을 맞이했는데요. 이번 주부터는 혜자의 진짜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혜자가 시계 때문에 늙어버린 것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장면. 해당 회차는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유로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7.9%로 동시간대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했다. [사진 JTBC]

혜자가 시계 때문에 늙어버린 것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장면. 해당 회차는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유로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7.9%로 동시간대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했다. [사진 JTBC]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동안 극에 깔려있던 복선들이 마무리되는 장면은 한 시간 내내 울고 웃게 하였는데요. 특히 혜자와 관계된 인물들 간의 이야기와 과거의 사연, 요양원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해지면서 폭풍 눈물을 일으키니 옆에 휴지나 수건을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이 드라마, 아직 보지 못하신 분이 있다면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였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혜자가 전하는 눈부시고 따뜻한 메시지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누구보다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마지막회 혜자의 나레이션 중에서. [그림 현예슬]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마지막회 혜자의 나레이션 중에서. [그림 현예슬]

 
눈이 부시게
눈이 부시게 메인 포스터 [사진 JTBC]

눈이 부시게 메인 포스터 [사진 JTBC]

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 김수진
출연: 김혜자, 한지민, 남주혁 외
편성: JTBC
방영기간: 2019년 2월 11일~3월 19일
방영회차: 12부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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