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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고비 넘긴 현대차 정의선, 실적 ‘정주행’ 나선다

중앙선데이 2019.03.23 00:21 628호 13면 지면보기
정의선. [연합뉴스]

정의선. [연합뉴스]

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날 오전 정기주주총회에 이어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다. 2005년부터 4년간 기아자동차 대표를 지낸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아자동차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비상근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으며 그룹 장악력을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의 사내이사이기도 한 정 수석부회장은 이로써 1999년 현대차 입사 이후 20년 만에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4개사를 맡게 됐다. 고령이라 최근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몽구 회장의 뒤를 잇는 ‘정의선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재벌 저격수’ 김상조도 정의선 능력 인정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 생산규모 기준 세계 5위, 보유자산 기준 국내 2위다. 현대차는 그룹에서 명실상부한 핵심 계열사며, 현대모비스는 그룹 순환출자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기존 정몽구·이원희(사장)·하언태(부사장) 3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정 수석부회장까지 포함된 4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현대모비스는 정 수석부회장과 함께 대표로 새로 선임한 박정국 사장까지 정몽구 회장을 포함해 3인 각자대표 체제가 됐다.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이사)으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기아차 대표는 물론 현대모비스 부사장, 현대차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일선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일반 부회장들과 급을 달리 했다. 그 사이 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끄는 등의 성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재야 시절 ‘재벌 저격수’로 유명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마저 2017년 취임 직후 공식석상에서 “기아차를 회생시킨 정 수석부회장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선 의구심이 거의 없다”고 평했을 정도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럼에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로 선임되기까진 험로를 거쳐야 했다. 특히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지분을 도합 1조원어치 넘게 보유하고 있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권 행사를 이유로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애초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이 핵심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개편안이었다. 그러나 엘리엇은 지난해 5월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과 함께 다수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하면서 개편을 무산시켰다. 정 수석부회장은 당시에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며 “여러 의견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번 주주총회 직전에도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흔들었다.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주당 각각 2만1967원, 2만6399원의 고배당을 요구하면서 두 회사 이사회가 제시한 배당 방안에 반기를 들었다. 또 엘리엇 측 인사 각각 3인과 2인을 두 회사에 사외이사·감사로 추천하는 등 영향력을 강화하려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우군의 도움으로 엘리엇의 공격을 방어했다. ‘미래 경쟁력 저해와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제안’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자 글래스루이스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였다.
 
엘리엇의 맹공을 막아낸 정 수석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 몇 가지 시나리오가 전문가 사이에서 거론된다.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정 수석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거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2023년까지 미래형 자동차에 45조 투자
 
경영권 승계 작업이란 산을 넘어도 또 다른 산이 정 수석부회장을 가로막고 있다. 바로 실적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 토막(4조5747억원→2조4222억원) 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도 고전이 예상된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 지난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역성장이 우려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 주도로 중국 공장 구조조정, 전략 라인업 개편, 친환경차 투자 강화 등으로 위기 극복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개척,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형 자동차 분야 공략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총 45조원가량 투자한다는 구체적 내용도 내놨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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