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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회계 감사 독립성 확보해야 새는 관리비 막는다

중앙선데이 2019.03.23 00:21 628호 14면 지면보기
“학교·자선단체를 비롯한 비영리법인과 아파트·오피스텔 관리사무소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중경(63)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기업에 대한 ‘회계개혁 3법’의 틀이 어느 정도 완성된 만큼 남은 임기 동안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2016년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회계사회장에 취임한 그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 앞으로는 아파트·학교·자선단체 등의 투명성 강화 방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 앞으로는 아파트·학교·자선단체 등의 투명성 강화 방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경제성장률을 2%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기업 회계 결과를 모은 것이 국가의 경제 통계다. 따라서 기업의 수치가 정확해야 경제 통계를 제대로 집계할 수 있고, 정책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다. 회계가 불투명하면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게 된다. 가짜 수출 장부로 5년간 3조원 넘는 대출을 받은 모뉴엘이나 수조 원의 적자를 숨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확한 장부가 있었다면 거기에 들어간 돈을 4차산업 등에 지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3년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나.
“2016년 10월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도 등이 도입됐고, 자본시장법에는 감사보고서 제출 연기 제도가, 국세기본법에는 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 시 회계성실도 요소가 추가됐다. 이른바 회계개혁 3법이다. 영리기업 부문의 외부감사는 차근차근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다.”
 
주요 제도개선 내용은.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선임한 회계인은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주기적 지정제는 6년은 회사에서, 3년은 금융위원회 등 외부기관에서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독립성이 높아지면 투명성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표준감사시간은 우리나라 기업을 감사하는 데 쓴 시간이 선진국 기업의 5분의 1에 불과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들은 비용 증가를 부담스러워한다.
“비용이라기보다는 투자라는 측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평가한 회계 투명성 순위가 최근 몇 년간 바닥권이다. 회계를 강화하면 당장은 비용이 늘 수 있다. 하지만 투명성이 높아지면 해외 자금 조달금리가 낮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감소로 주가가 올라 장기적으로는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 게다가 전체의 40%에 달하는 연 매출 200억원 미만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했고, 대상 기업도 비용이 연 30%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보완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으로 회계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후 회계 처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오히려 법 체제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기는 IFRS에는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첫째, 전문가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느냐, 둘째, 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이느냐다. 기업·금융업체·감독기관·주주 등 이해당사자의 판단은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이를 정치적인 이슈로만 해석하면 갈등과 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안은 없나.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사실 IFRS를 도입한 유럽연합(EU) 국가들도 과반수가 별도재무제표에서는 자국의 회계기준만을 사용하거나 IFRS와 자국 회계기준을 병용한다. 최근 4차산업 기업들은 자산의 80%가 아이디어 등 무형자산인데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천차만별이다. 케이스가 쌓이고 신뢰성이 높아지면 해결될 문제긴 하다. 당분간은 구체적인 한국식 규정을 만드는 식으로 보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으로 해결하고 싶은 과제는.
“영리법인뿐 아니라 아파트·교육기관·자선단체 등 공공성이 큰 비영리 부문의 회계개혁도 중요하다. 현재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 중인 공익법인 등에 대한 감사공영제에 힘을 모을 생각이다. 아파트 감사를 관리소장이 선임하다보니 주택관리사협회에서 100개, 200개 단지를 회계사 한명에서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한 단지당 사흘만 해도 300일인데 제대로 볼 수 있겠나. 피감사인이 감사인 선임하는 것은 피고가 배심원 선임해 면죄부를 받는 셈이다. 안하느니만 못하다. 그나마 오피스텔 등은 아파트처럼 감사 결과 공개도 안된다. 감사인을 구청장이 정하는 재건축 조합처럼 아파트·오피스텔도 감사인을 외부에서 정해 독립성을 확보하면 관리비 새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북한 회계 관련 책을 낸다고 들었다.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의 시대가 열리기 전에 회계가 먼저 통일되야 한다는 내용이다. 북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회계의 큰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협력 방안,  타임테이블, 액션플랜 등을 다루고 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최중경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하와이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로 잠시 근무하다 행정고시 22회에 합격해 경제관료의 길을 걸었다. 기획재정부 차관, 세계은행 상임이사,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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