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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각료 인식 이러니 미국의 한국 불신 얘기 나와

중앙선데이 2019.03.23 00:20 628호 30면 지면보기
강경화 외교·정경두 국방장관의 대북 인식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강 장관은 그제 국회 외통위 남북경협특위 전체회의에서 “미국의 비핵화 개념과 우리 정부의 비핵화 개념이 같으냐”는 질의에  “미국이 이번(하노이 회담)에 요구했던 것은 폐기가 아니고 동결”이라고 답했다.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 모두 ‘완전한 북핵 폐기’로 알고 있는데 주무 장관이 난데없이 ‘동결’이라니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북한은 영변 핵 시설뿐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전반을 폐기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강경화 “미국안은 북핵 폐기 아닌 동결”
정경두 “천안함사건은 불미스러운 충돌”
북, 남북사무소 철수 … 안보 긴장감 절실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의 의미도 강장관은 잘못 알고 있었다. 그는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우리 정부의 비핵화 개념이 동일한가”란 질문에 “비핵화 개념에 있어서는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주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북 비핵화와 전혀 다르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 자체의 비핵화와 함께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과 유사시 한국을 지원하는 미 전략자산까지 모두 제거하라는 의미다. 사실상 한미동맹을 해체하라는 요구다.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지난 20일 서울에서 “북한은 하노이회담에서 괌·하와이 등의 미국 전략자산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회담이 결렬됐다”고 확인했다. 그런데도 강 장관은 얼토당토않게 북한 입장을 두둔한 셈이다. 이런 인사가 대한민국 외교 수장이라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 국방장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천안함 사건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이라고 했다. 정 장관의 답변은 누가 가해자인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발언이다. 천안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북한군 잠수정이 침입해 경계임무 중이던 천안함을 어뢰로 침몰시킨 명백한 도발이다. 그때 장병 46명이 현장에서 실종되거나 사망하고, 구조하던 한주호 준위도 순직했다. 정 장관은 공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지냈고, 천안함 사건 때는 현역 장교였다. 이랬던 인사가 천안함 사건을 ‘폭침’이 아니라 ‘충돌’이라고 하니 개탄스럽다. 그가 국방장관으로서 우리의 주 위협인 북한군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할지도 의심된다. 한국당은 어제 정 장관 해임결의안을 냈다.
 
외교·안보 각료가 이럴진데  미국이 과연 우리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미국은 이미 한국 정부에 옐로카드를 날리고 있다. 미 재무부는 그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벤츠 승용차 불법 수입을 돕는 등 대북제재 회피를 지원한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제재하는 한편, 불법 환적이 의심되는 한국 선적 루니스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였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만일에 대비해 방어준비 태세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도발을 배제할 수없다는 우려다.  북한은 급기야 개성공단에 설치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다고 어제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이처럼 정세가 또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그런 만큼 외교·안보 장관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더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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