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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족→뇌세포 해마 고장→단기기억 상실→치매

중앙선데이 2019.03.23 00:02 628호 22면 지면보기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알츠하이머 유발자
평소 밝던 H 여사장 얼굴이 어둡다. 눈 아래 다크서클로 칙칙하기까지 하다. 잠을 설쳤단다. 스마트폰 두뇌테스트 결과가 ‘치매 위험’ 점수였다. 치매를 앓고 있는 모친 생각에 유전일지 걱정이란다.  
 

잠 푹 못 자면 뇌 단백질에 염증
아밀로이드·타우 엉겨 치매 불

발병 20년 전부터 치매물질 쌓여
7년 전부터는 뇌세포 죽기 시작

치료제는 없고 초기 증상 완화뿐
주사로 치매 쥐 기억 살리는 단계

국내 성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은 무얼까. 암? 아니다. 조기진단 암은 완치율이 90%를 넘는다. 국내 40대 성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치매다. 치매는 주로 60대부터 나타난다. 하지만 40대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모르고 있을 뿐이다. 어제 간 식당 이름이 기억나지 않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이런 전형적인 치매증상이 나타나면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치매는 기억만 가물가물해지는 병이 아니다. 미국인 사망원인 6위다. 진단 후 8~10년 사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치매는 치료제가 없다. 현재 400건의 치매치료제가 임상 중이지만 미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건 5개뿐, 그나마 치료가 아닌 초기 증상 완화제다. 유일한 예방책은 조기진단에 의한 사전대비다. 인공위성을 화성에 착륙시킨 첨단과학이 치매를 치료할 수 있을까. 최근의 연구는 희망이 보인다. 조기진단 실마리를 찾았다. 무엇보다 사라진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핵심은 숙면(熟眠)이다.
 
 
치매환자 뇌의 생체시계 뒤죽박죽
 
뇌세포(청색, 자색) 사이사이 노폐물(황색·아밀로이드, 타우)이 청소되지 못하고 만성염증을 일으켜 뇌세포를 죽인다.

뇌세포(청색, 자색) 사이사이 노폐물(황색·아밀로이드, 타우)이 청소되지 못하고 만성염증을 일으켜 뇌세포를 죽인다.

하룻밤 설치고 나면 다크서클이 생긴다. 눈 아래 얇은 피부 속 정맥혈관들이 일시적으로 확장되면서 눈 밑이 검게 보인다. 왜 혈관이 확장될까. 면역의 한 종류인 염증반응 때문이다.
 
다크서클은 일시적이다. 금방 사라진다. 진짜 문제는 뇌다. 수면부족이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이게 치매물질을 만든다. 2019년 저명학술지 ‘사이언스’에 의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치매물질이 급속도로 생겨 퍼진다. 연구진이 잠 못 잔 쥐 뇌세포를 조사해 보니 정상수면 쥐보다 치매물질(타우) 농도가 2배 높아져 있었다. 특히 단기기억 부위인 해마가 수면부족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마에서 시작된 치매물질은 쓰나미처럼 전체 뇌로 퍼져나갔다.
 
타우, 아밀로이드는 치매 주범이다. 둘 다 정상 뇌세포에서 생산되지만 여러 이유로 변형·축적된다. 이놈들이 뇌세포(뉴런) 사이의 신호 전달을 막고 결국 뇌세포를 죽인다. 이게 알츠하이머 치매다. 치매의 60%에 해당한다. 나머지 25%는 뇌 모세혈관이 막히는 혈관성치매다.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은 1% 유전, 99% 환경(생활습관)이다.
 
이번 ‘사이언스’ 논문은 생활습관 중 잠 부족이 치매 주범임을 밝혔다. 즉 수면부족이 뇌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뇌 단백질(아밀로이드·타우)이 엉겨서 치매를 유발한다는 이야기다. 쥐 연구다. 사람도 같을까.
 
뇌 속 치매 덩어리(검은 점·아밀로이드 단백질)

뇌 속 치매 덩어리(검은 점·아밀로이드 단백질)

치매로 사망한 환자 뇌를 직접 꺼내 조사해 보니 생체시계가 뒤죽박죽이다. 결국 수면부족이 해마 내부 생체시계를 망가뜨려 잠 못 자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해마가 망가지면 단기기억도 안 된다. 기억하려면 잠이 필수인 이유다. 사건 전날과 다음날 숙면을 해야 해마 단기기억회로가 튼튼해진다. 수면부족과 치매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는 유전자에서도 확인된다. 즉 대표적인 치매유전자(Apoe4) 보유자 1264명을 조사해 보니 40% 이상 수면부족 증상을 보였다. 수면이 치매와 직결되어 있다면 이를 이용한 조기진단은 가능할까.
 
치매 환자. 정상(왼쪽) 에 비해 뇌세포가 죽어 위축됐다. 종합사고담당 대뇌피질①, 단기기억 해마②)가 졸아들었고 뇌 사이 공간③이 넓어졌다.

치매 환자. 정상(왼쪽) 에 비해 뇌세포가 죽어 위축됐다. 종합사고담당 대뇌피질①, 단기기억 해마②)가 졸아들었고 뇌 사이 공간③이 넓어졌다.

올해 미 워싱턴의대 연구진은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혈액 속에 치매물질이 쌓여 있음을 수면뇌파검사로 정확하게 예측했다. 연구진은 치매증상이 전혀 없는 60세 이상 노인 119명 수면패턴을 조사했다. 깊은 잠(논렘수면)을 못 자는 사람들에게선 증세가 없다뿐이지 이미 치매물질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제 간단히 헤드셋을 쓰고 수면뇌파 검사하면 치매 조기진단을 할 수 있다.  
 
그럼 치매는 날아간 화살인가. 돌이킬 수 없는 걸까. 최첨단과학은 되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방법은 운동·건강식·깊은 수면
 
2019년 미 버펄로대학 연구진은 주사 한 방으로 치매 쥐의 기억을 다시 살려냈다. 연구진은 치매 99%가 평상시 생활습관에서 발생한다는 것에 힌트를 얻었다. 평상시 생활습관은 구체적으로 DNA에 흔적을 남긴다. 즉 DNA에 꼬리표(메틸, 에틸기)가 붙는다. 꼬리표가 붙는 방식에 따라 DNA 작동 여부가 결정된다. 치매 원인 중 하나는 뇌세포 신호물질(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을 만드는 DNA에 꼬리표가 잘못 붙어 신호전달이 안 되는 경우다. 버펄로대학 연구진은 주사 한 방으로 이 꼬리표를 떼어냈다. 그러자 DNA가 정상 작동했고 신호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져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치매치료에 희망이 보인다. 하지만 쥐 실험결과다. 인간에게 적용되어 치매를 역전시키려면 시간이 걸린다. 가라앉는 보트 물을 퍼내기보다는 구멍이 안 생기게 하는 예방이 최선이다. 40대는 무얼 해야 하나.
 
무엇이 보트에 구멍을 낼까. 과학자들이 꼽은 가장 큰 치매위험인자는 고혈압·비만(40대), 우울증·청각상실·수면부족(60대)이다. 그럼 무엇이 보트를 단단하게 할까.  
 
하버드의대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확실한 치매예방법은 운동, 건강식, 깊은 수면이다. 1주 3~4회 30분 땀 흘릴 정도의 운동량이다. 식사는 지중해식(신선 야채·통곡물·생선·우유·소량 붉은 쇠고기), 수면은 7~8시간 숙면을 하면 치매물질이 제거된다. 낮잠은 필요시에만 15분 이내 자라. 길면 수면 방해한다. 고스톱은 어떨까.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신문을 읽거나 하는 것같이 무언가를 하는 사회활동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BNDF)을 높이고 뇌세포 연결을 튼튼하게 하고 두뇌위축을 막는다. 3294명 실험 결과 사회활동은 치매를 33% 감소시켰다. 연구진들은 사회활동의 양보다는 질, 즉 적더라도 맘 맞는 친구들과의 만남, 무엇보다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을 추천한다. 91세에 사망하기 전까지도 왕성하게 그림을 그렸던 피카소, 94세까지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루빈슈타인, 모두 치매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치매 발병은 나이에 따라 증가한다. 65세 3%, 85세 40%다. 여성이 많은 이유는 수명이 길어서다. 하지만 늙는다고 모두 치매가 되지는 않는다. 나이 들면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정확도는 유지된다. 치매는 비싼 병이다. 장기요양, 입원해야 한다. 집 요양환자 3분의 2는 치매환자다. 평소 건강습관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다크서클 생겼던 H 여사장처럼 잠 못 자면 치매위험이 높아진다. 기억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행복한 인생은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이다.”  헬렌 켈러의 말처럼 좋은 기억을 간직하며 늙는 게 행복이다.
 
햇볕 아래 30분 운동이 숙면에 좋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깊은 잠에 빠지려면 2가지가 딱 맞아야 한다. 생체시계와 육체 피로다. 태양 기준 생체리듬에 따라 두뇌에는 수면호르몬(멜라토닌)이 높아진다. 더불어 낮 동안 육체적 활동으로 피로물질(아데노신)이 축적된다. 이 두 개가 최고점에 도달할 때 수면스위치가 찰칵 켜진다. 수면유전자들이 일제히 켜지면서 숙면상태가 된다.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면 햇볕 아래 30분 운동이 최고다. 텃밭 일도 1석2조다. 주중에 틀어진 생체리듬을 햇볕으로 다시 맞추고 육체피로를 높인다. 잠들기 전 청색 LED, 두뇌운동은 피하라. 개인별 잠들기 루틴, 즉 ‘잠자기 의식’으로 매일 그걸 따라 하며 스르륵 잠이 들게 하라.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서울대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창의재단 바이오 문화사업단장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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