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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동상 만든 김영원 작가 “광장 벗어난 동상은 의미 없다”

중앙일보 2019.03.22 17:44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뉴스1]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뉴스1]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을 조각한 김영원(72) 전 홍익대 미술대학장이 서울시가 지난 1월 공개한 광화문광장 재조성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조각가는 “광화문에 옛 건물 몇 개 지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발상은 과거로의 회귀”라며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또 “세종대왕 동상 이전에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안 비판
“단순 조형물 아닌 민족의 정신적 지주
동상 이전은 세종대왕을 모독하는 것”

 
앞서 서울시는 현재 왕복 10차로를 6차로로 줄여 광장을 넓히고,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옮겨서 보다 열린 광장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광화문광장 재조성 설계도를 발표했다. 그러나 동상 이전은 국가 상징물을 푸대접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고, 서울시는 동상 이전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물러선 상태다.
 
김 조각가는 먼저 육조거리와 월대(月臺·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를 복원해 역사성을 되살리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역사광장을 조성해 600년 역사인 수도 서울의 얼굴을 다시 꾸미겠다는 발상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경복궁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창덕궁도 있는데 대로를 막아가면서 무리하게 문화재 복원을 한다는 건 타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현대적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곳의 역사광장은 규모로나 의미로나 초라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민국 얼굴인 광화문에 옛 건물 몇 개를 지어 정체성을 찾는다는 발상은 복고주의적 발상이자 과거로의 회귀”라는 것이 김 조각가의 지적이다.
 
그는 광장 확장에 따른 실효성과 부작용도 거론했다. 김 조각가는 “한쪽 차선을 없애고 광장을 최대한 넓혀도 늘어나는 면적은 20%에 불과하다”며 “큰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굳이 광장을 확장해야 하는지,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광장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쓰고 관리하느냐”라는 것이다.
 
현실적인 교통문제도 우려했다. 김 조각가는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라며 “그 여파가 서울 전역에 파급되어 상상불급의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광장으로의 편의성 접근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을 끝낸 김영원 조각가가 동상 앞에서 웃고 있다. [중앙포토]

2009년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을 끝낸 김영원 조각가가 동상 앞에서 웃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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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9일 한글날부터 지금까지 광화문 광장을 지켜온 세종대왕 동상을 만든 김 조각가는 동상 이전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세종대왕 동상은 단순한 하나의 조형물이 아니라 민족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정신적 지주”라며 “광장을 확장 재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세종대왕 동상을 이전한다는 건 세종대왕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의 광장 중심에도 반드시 독립영웅이나 건국 대통령 동상 등이 자리 잡았다”고도 했다.
 
동상 이전 여부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도 비판했다. “부담스러운 여론을 회피하려는 얄팍한 술책”이라는 것이다.
 
김 조각가는 “(동상을 이전하는 순간) 역사성과 상징성은 모두 상실된다”며 “광장의 중심축을 벗어난 세종대왕 동상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종대왕 동상이 지금의 자리에서 사라진다면 민족과 역사 앞에 부끄러운 국민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동상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 조각가의 간절한 염원으로 세종대왕 동상 이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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