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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은 구속됐지만···영장발부 성적표는 9전 4승

중앙일보 2019.03.22 15:37
경찰의 '버닝썬' 수사가 52일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문을 닫은 강남 클럽 '버닝썬' 전면.[연합뉴스]

경찰의 '버닝썬' 수사가 52일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문을 닫은 강남 클럽 '버닝썬' 전면.[연합뉴스]

 
가수 정준영이 ‘불법촬영’ 혐의로 21일 구속됐다. 불법 촬영한 영상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함께 돌려본 김모씨도 함께 구속됐다. 재판부는 ‘범죄사실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물적 증거의 내역 등으로 미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구속 이유를 밝혔다. ‘버닝썬’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후 52일 동안 구속된 피의자는 4명이 됐다.

 
22일로 ‘버닝썬’ 수사 52일째를 맞은 경찰은 정씨의 구속에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경찰이 수사 중인 여러 갈래 중 하나인 ‘카카오톡 불법촬영물 공유’의 핵심 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닝썬 관련 전체 수사의 결과와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영장발부 성적표’는 ‘9명 청구, 4명 발부, 3명 기각’이다. 21일 영장이 청구된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46)씨와 아레나 사장 A씨의 구속영장은 아직 심사 전 단계다.
  
구속 4명 중 '버닝썬' 핵심은 1명 뿐 
그 중에서도 핵심인 ‘클럽-경찰 유착’과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는 전직 경찰 강모(44)씨 1명 뿐이다. 수사 초기부터 ‘브로커’로 지목된 전직 경찰 강씨는 지난달 22일 변호사법 위반(위법행위 무마 대가로 금품 제공)으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한 차례 반려됐다. 보완수사 끝에 강씨는 3월 15일 버닝썬 핵심 피의자 중 유일하게 구속됐고, 2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전직 버닝썬 MD였던 조모(28)씨도 해외에서 필로폰, 엑스터시 등을 들여와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조직적 유통혐의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버닝썬 대표이사 이문호(29)씨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재판부는 ‘마약류 투약‧소지 등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기각했다. 지난해 ‘아레나 폭행사건’의 피의자 2명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경위 및 상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물증 부족, 착오진술 가능성이 있다”며 21일 기각됐다.  
  
잇단 영장 기각에 경찰도 긴장
‘유착’ 수사가 아닌 주변 수사를 통해 포착한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을 받으면서 수사 동력만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특히 이문호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의 경우 경찰 내에선 영장 발부를 낙관하던 중 기각되면서 충격이 더 컸다. 주영글 변호사는 “마약범의 경우 초범이라도 ‘판매자’나 주변 투약자 등 연관성 수사를 위해 구속수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범이 밝혀지거나 유통 혐의가 촘촘히 소명됐으면 공범의 증거인멸 우려 때문에 구속될 가능성이 더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 차례 영장이 반려됐던 전직 경찰 강씨의 경우에 대해서도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상황에서, 뇌물공여 사실만으로 구속은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구속영장은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구속을 할 만한 정도에 대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21일 기각된 ‘아레나 폭행 사건’의 상해 피의자 2명에 대해서 또 다른 관계자는 “상해만으로 구속되는 사안은 상해 정도가 큰 경우가 많고, 이번 일은 사건 자체가 1년 전 일이라 소명이 조금 부족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한 조사보다는 덜 디테일하지 않겠냐”며 “보편적으로, 영장이 청구된다고 해서 ‘소명’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수사’를 강조하던 기조가 ‘강제수사’와는 충돌하면서 오히려 수사 속도를 내기에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5일 전직 경찰 강씨의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반려된 후, 민갑룡 경찰청장이 “인신구속을 신중히 해야 하고, 유의미한 증거를 더 충분히 찾아달라는 요구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경찰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버닝썬 수사 도중 불거진 용산경찰서와 성동경찰서의 사건 무마 의혹 등에 대해 지능범죄수사대를 투입해 집중 조사에 나서는 등 수사 범위를 넓혔다. 광역수사대도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 승리와, 경찰 유착 의혹을 받는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를 21일 동시에 불러 조사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수사 인력을 총동원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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