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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일대일로에 '위험한 베팅'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속셈은

중앙일보 2019.03.22 01:29
이탈리아를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에서 회복시킬 ‘동아줄’이 될까, 빚의 구렁텅이로 이끄는 ‘악마의 유혹’이 될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21일(현지시간)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등과 함께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 올해 첫 해외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등 유럽 3개국을 도는 이번 순방은 다음달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 전초전 성격도 지닌다.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로드 다빈치 공항에 도착해 환영 인파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로드 다빈치 공항에 도착해 환영 인파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이번 시 주석 방문기간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2013년 시 주석 제안으로 시작된 일대일로 프로젝트엔 현재 150여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지만 주요 7개국(G7) 일원으로 공식 협약을 맺는 건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이번 MOU를 통해 양국은 도로·철도·민간항공·항만 등 인프라 협력을 약속하고 특히 제노바, 팔레르모, 트리에스테, 라벤나 등 4개 항구에 대한 합작투자도 추진한다.
 
이 같은 기대감에 시 주석은 이탈리아 도착 하루 전인 20일 이례적으로 현지 유력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장문의 기고문까지 냈다. '이탈리아-중국, 새로운 협력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 주석은 "각각 서양과 동양의 문명을 대표하는 이탈리아와 중국은 지리적인 거리를 뛰어넘어 역사적,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우리는 이탈리아와 협력해 새로운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구축하려 한다"고 방문 목적을 강조했다. 중국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방문은 2009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이후 처음이다. 양국은 내년 수교 50년을 맞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같은 기고문에서 시 주석은 ‘메이드 인 이태리’에 대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패션·가구 뿐 아니라 젊은 중국인들은 피자와 티라미수도 좋아한다” 등의 언급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럭셔리 소비 시장이란 걸 지적하면서 “이탈리아는 투자 원천이 필요하고 중국의 존재는 이탈리아 경제 회복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 4분기 연속으로 GDP(국내총생산)가 역성장하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강한 경기 부양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과 EU는 강한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 발표한 새 중국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 ‘체제 경쟁 라이벌’이라고 규정했다. 개릿 마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국의 약탈적 투자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건 이탈리아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경고음을 냈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할 경우 중국의 유럽 침투에 다리를 놓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의 토크쇼 '포르타 아 포르타(집집마다)'에 출연하기 위해 대기 중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EPA=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의 토크쇼 '포르타 아 포르타(집집마다)'에 출연하기 위해 대기 중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EPA=연합뉴스]

하지만 극우 포퓰리즘 연립정부의 한 축인 '오성운동' 측은 중국과의 교류·협력이 이탈리아 경제 회생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복하고 공공부채를 낮추는 한편 불법이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미국의 우려에 대해 "우리가 중국과 정치적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기업을 위한 일이다"고 맞섰다.
 
FT 등 외신들은 일대일로 참여가 이탈리아 안에서도 합치된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전략적으로 민감한 산업은 보호돼야 한다”면서 안보보다 경제를 우선시하는 일각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살비니 부총리가 대표로 있는 극우 정당 '동맹'은 5G(5세대 이동통신) 설비 입찰에서 중국 화웨이 배제를 주장했으며 이 때문에 통신 관련 조항은 MOU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진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서구 진영에 확실히 남아 있을 것이지만 중국과의 협정을 피할 이유가 없다”며 일대일로 참여 의지를 밝힌 상태다. 시 주석이 이번 방문 기간 동안 이탈리아에 어느 정도의 보따리를 약속할지, 그에 따라 이탈리아 정계는 물론 미국과 유럽 각국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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