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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모두 혼혈 될 것" 50여년 전 한국서 인종차별 철폐 외쳤던 미국인

중앙일보 2019.03.22 01:00
펄 벅 여사가 소사희망원에서 한국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한국펄벅재단 제공]

펄 벅 여사가 소사희망원에서 한국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한국펄벅재단 제공]

 
“500년 내지 1000년 후에는 인간 모두가 혼혈인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의 혼혈인을 ‘새 인간(New People)’이라고 부른다.”
 
펄 벅(1892∼1973)여사가 한국에 방문했던 1967년 여름 고(故) 장왕록 서울대 명예교수와 나눈 대화다.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펄 벅은 소설가이자 50여년 전 인종차별 철폐를 주장했던 인권운동가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한국펄벅재단을 찾았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한국펄벅재단을 찾았다. 권택명(69) 한국펄벅재단 상임이사는 "펄 벅 여사는 인종차별에 대해 소리 높였던 사회운동가다“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한국펄벅재단을 찾았다. 권택명(69) 한국펄벅재단 상임이사는 "펄 벅 여사는 인종차별에 대해 소리 높였던 사회운동가다“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권택명(69) 한국펄벅재단 상임이사는 “펄 벅 여사는 중국에서 자신이 이방인이었던 경험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며 “미국의 흑인 등 인종차별에 대해 소리 높였던 사회운동가다”라고 소개했다. 
 
펄 벅 여사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난 후 3개월 만에 선교사였던 부모를 따라 중국에 갔다. 그는 약 40년간 중국에서 머물며 아시아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31년에 발표한 소설 ‘대지’로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동시에 받았다.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펄 벅 여사는 한국을 배경으로한 3편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오른쪽은 1963년 발표한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 원서와 왼쪽은 고 장왕록 교수가 번역한 번역본. 구한말부터 광복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독립운동 등 한국의 역사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뉴욕타임즈는 이 소설에 대해 "대지 이후 최대의 걸작이다"라고 평했다. 박해리 기자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펄 벅 여사는 한국을 배경으로한 3편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오른쪽은 1963년 발표한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 원서와 왼쪽은 고 장왕록 교수가 번역한 번역본. 구한말부터 광복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독립운동 등 한국의 역사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뉴욕타임즈는 이 소설에 대해 "대지 이후 최대의 걸작이다"라고 평했다. 박해리 기자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펄 벅 여사는 한국을 배경으로 3편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1964년 펄벅재단을 미국에 세운 후 이듬해 해외 첫 지부로 한국지부를 열었다. 1967년에는 경기도 부천에 소사희망원을 세워 미군과 한국 여성들 사이에 태어난 고아들을 아메라시안(Amerasian)이라 이름 지은 후 직접 돌보기도 했다. 현재 ‘혼혈’이란 용어는 차별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지적된다.

 
소사희망원은 다른 보육원들과 다른 점이 있다. 권 이사는 “입양이 많기도 했지만 펄 벅 여사는 이들이 차별과 냉대가 있어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라며 “자립할 수 있도록 양재·미용기술 등을 가르쳤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펄벅기념관 내 미군과 한국여성들 사이에 태어난 고아 아메라시안(Amerasian)을 돌본 소사희망원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형. 펄 벅 여사는 소사희망원에 직접 거주하면서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는 일도 함께 했다. 또한 그는 한국 아이들을 직접 입양하기도 했다. 박해리 기자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펄벅기념관 내 미군과 한국여성들 사이에 태어난 고아 아메라시안(Amerasian)을 돌본 소사희망원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형. 펄 벅 여사는 소사희망원에 직접 거주하면서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는 일도 함께 했다. 또한 그는 한국 아이들을 직접 입양하기도 했다. 박해리 기자

 
총 2000여명이 이 소사희망원을 거쳐 갔다. 펄벅 재단 이사로 활동하는 가수 인순이도 이곳에 살지 않았지만 장학금 등 지원을 받았다.
 
한국펄벅재단은 2007년 미국 지부에서 재정적으로 독립한 독립법인이 됐다. 현재는 다문화 가정·이주여성으로 범위를 넓혀서 지원한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펄벅기념관 전경과 펄 벅 여사의 흉상. 이 자리는 소사희망원이 있던 곳이다. 과거 유한양행 공장이 이전하면서 펄 벅 여사와 친분이 있던 유한양행 창립자 고 유일한 박사가 펄 벅 여사에게 부지를 제공했다. 기숙사가 있던 자리는 현재 빌라 등이 들어서 있다. 박해리 기자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펄벅기념관 전경과 펄 벅 여사의 흉상. 이 자리는 소사희망원이 있던 곳이다. 과거 유한양행 공장이 이전하면서 펄 벅 여사와 친분이 있던 유한양행 창립자 고 유일한 박사가 펄 벅 여사에게 부지를 제공했다. 기숙사가 있던 자리는 현재 빌라 등이 들어서 있다. 박해리 기자

백은영 한국펄벅재단 사무처장 대행은 “건강(Health) 교육(Education) 생활(Livelihood) 심리(Psycho-social) 를 지원하는 HELP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주로 방과 후 교육, 역사 교육 등 다문화 아이들의 교육에 초점이 맞춰있다”라며 “다문화 가정이 아닌 아이들도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서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접촉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하는 게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다문화 아이들이 어머니 나라를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해 10년째를 맞이한 이 프로그램은 현지 한국 대사관 방문, 외가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 등 문화적·경제적 다방면으로 두 나라 간의 이해도를 높이도록 구성했다.
권택명 한국펄벅재단 상임이사가 펄 벅 여사의 소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의 서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서문에는 한국을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묘사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권택명 한국펄벅재단 상임이사가 펄 벅 여사의 소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의 서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서문에는 한국을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묘사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권 이사는 “이주여성의 자녀들은 엄마 때문에 따돌림받는다고 생각해 엄마에 대한 존경심이 비교적 적은데 이 프로그램 참여 후 존경심이 생기는 장점이 있다”라며 “또한 엄마 나라의 말을 배우며 이중언어 가능자로 장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고 말했다.
 
펄벅재단은 지난 17일에는 인종차별 철폐의 날 행사도 진행했다. 경기도와 부천시가 주최하고 15개 민간기관으로 이루어진 부천다문화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부천 북부역 광장에서 인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펄벅재단은 지난 17일에는 인종차별 철폐의 날 행사도 진행했다. 경기도와 부천시가 주최하고 15개 민간기관으로 이루어진 부천다문화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부천 북부역 광장에서 인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한국펄벅재단 제공]

펄벅재단은 지난 17일에는 인종차별 철폐의 날 행사도 진행했다. 경기도와 부천시가 주최하고 15개 민간기관으로 이루어진 부천다문화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부천 북부역 광장에서 인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한국펄벅재단 제공]

 
권 이사는 “펄 벅 여사는 ‘너와 나는 다를 뿐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말을 한 적 있다. 인종차별 철폐 날을 맞이해 한국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수정: 2019년 3월22일
애초 기사는 펄 벅 여사의 출생지를 미국 버몬트로, 미국펄벅재단의 설립 시기를 1965년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재단 측은 기사가 나간 뒤 재차 확인한 결과 출생지는 웨스트버지니아고, 재단 설립년도는 1964년이라고 알려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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