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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시위 이후를 생각한다

중앙일보 2019.03.22 00:17 종합 28면 지면보기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끊임없이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어떤 상황이 형성되기까지 놀랍도록 수많은 변수가 경합하는, 혼돈과 광기와 폭력과 불확실로 뒤섞인 세상에서 많은 이들이 미래를 예견하는 일을 포기해 버렸다. 특히 프랑스·알제리·베네수엘라처럼 멀리 떨어진 국가들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이유의 시위가 어떤 결과를 빚을지 예상하는 일에는 더욱 그렇다.
 

폭군 몰아내는 시위 혁명은 실패
진정한 변화는 정책 변화로 이뤄져

프랑스는 민주주의 국가다. 많은 결함을 안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알제리나 베네수엘라와 달리 민주주의가 정착돼 있다. 이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른 결과들이 도출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위로 정부가 전복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프랑스에서 시위에 대한 사회적 응답은 예정된 선거 날짜에 실시되는 투표 행위로 실행되는 것이 우선시된다. 이때 프랑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토론회 개최 등 투표를 통한 응답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아닌지’라는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 어떤 결정이 발표되든, 어떤 이들은 갈채를 보내고 어떤 이들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반격할 것이다. 대선을 새로 치러야 한다거나 개헌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저마다 반응이 다르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탄생한 정부의 정책을 펼치려는 의지가 이처럼 분분한 반응으로 약화해선 안 된다. 정부는 정책 실현을 위해 표를 던진 이들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오해 없이 들어주기 바란다. 나는 지금의 프랑스 정부 정책 중 상당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현재의 정부에는 사회 정의와 환경 차원에서 부족한 점이 매우 많다. 그렇지만 이 정부가 합법적으로 창출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는 정책을 펼칠 권리를 갖는다. 만약 정부가 최근 몇 달간 불거져 나온 정당한 분노에 답하고자 그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반면 독재 국가에서는 시위가 체제를 전복할 수 있고, 민주주의를 도입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에 그것이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발생한 경우라고 해도 시위의 성공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무엇보다도 독재를 무너뜨리는 것은 시위가 아니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소련의 운명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대중들의 시위가 아닌 지도자 고르바초프의 결단이었다. 히틀러의 독재를 종식한 것도 시위가 아닌 당시 동맹국들이었다. 또한 시위 또는 외국 군대의 힘으로 독재가 종식될 경우, 이집트·이라크·리비아, 또 그 전에 히틀러의 빈자리를 스탈린이 차지했던 동유럽의 경우처럼 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민주주의 국가와 독재 국가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시위의 결말은 권력을 지니고 있거나 권력을 쟁취하는 이들이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국민의 분노에 응답하는 데 지극히 필요한, 명확하고 현실적이며 민주주의적인 구상을 실행할 때 만들어진다.
 
폭군 하나 몰아내는 것에만 전력을 다했던 수많은 혁명이 실패로 돌아갔다. 국민의 분노가 당장 하늘을 찌를 태세인 곳이라면 그 분노 앞에 민주적이고, 일관적이며, 완전한 답변을 준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더 중요한 문제는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사안들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엄청난 시위들이 환경 오염의 주범인 기업들, 기후에는 관심도 없는 노조들, 환경 문제에 아랑곳하지 않는 정부들을 고발할 때에 가서야 진지하게 기후 문제를 돌아볼 것이다. 정치인들이 다음 세대의 이름으로 책임을 다하려 할 때 가서야 말이다. 그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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