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박재현의 시선]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숨은 장애물들

중앙일보 2019.03.22 00:15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

박재현 논설위원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은 어떻게 전개될까. “검찰과 경찰이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감안하면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잇따를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선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과 관련해 당시 법무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장자연 사건으로 조선일보 관계자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여권의 입장에선 정국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엄격한 법률적 잣대보다는 다분히 감성적이고 정치적 고려에 따른 예상이다. 진실 규명과 정의로운 사회란 여권의 주장이 충족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섹스, 거짓말, 특권층, 별장, 호화 술집 등 자극적 단어는 대중들의 호기심과 이에 따른 분노를 유발시켰지만 사법적 심사를 통한 혐의 확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먼저 김학의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4년이 지난 지금 법조계 일각에선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간혐의를 적용해 그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자연 사건도 수사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피해자가 이미 숨졌고 공소시효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 위에서 사정기관의 공정성과 공신력 회복을 위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배경의 이면에는 수사의 어려움을 지적한 시각이 내재된 것으로 봐야 한다.
 
시선 3/22

시선 3/22

문 대통령의 지시에도 검찰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진상조사위의 추가 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설 것”이란 박상기 법무장관의 말은 뒤집어 해석해야 의미가 전달된다. 여기다 법무부 훈령에 근거한 위원회가 법률상 기밀로 분류된 수사기록을 임의로 반출·열람하고 특정인에 대해 강제조사를 하겠다며 소환을 통보하는 것은 사실상 위법이다. 민변 출신의 김갑배 위원장이 올 초 그만둔 것도 조사위의 법적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한 원인이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법에 근거하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적폐”라는 비판의 소리는 위원회 활동의 한계다.
 
검찰 내부의 문제도 수사의 보폭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있다. 7월에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자가 5월 중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2개월의 조사위 활동시한이 끝나는 시기와 겹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수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 해도 법원이 변수다. 사법농단 사건 등으로 현 정부와 검찰에 대한 법원의 인식은 “무조건 법대로 한다”로 바뀌고 있다. 검찰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수사 방식과 언론플레이에 많은 판사들의 불만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을 발부받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아졌다. 과거의 수사 방식이 통하지 않을 개연성이 그만큼 커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상설 특검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대통령의 긴급지시가 갖는 무게와 시급성을 고려하면 한가한 얘기가 될 수 있다.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거나, 특검을 임명하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올 하반기에나 수사가 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대통령의 지시를 떠받들어야 하는 건 버닝썬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수사 인력을 대폭 증원한 경찰이 연예권력 외에 비호세력으로 지목된 전 경찰청 인사담당관을 연결 고리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간여 여부로 수사망을 던질지는 알 수 없다. 이럴 경우 이 또한 권력형 사건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결과만 낳고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현 여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법절차나 심사와 관련된 최고 통치권자의 발언을 준비할 때는 법률적 판단과 이에 따른 파장, 정치적 역풍 등에 대한 고려가 충분해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의 존재 여부는 생각하지 않고 ‘공격 앞으로’만 외쳐서야 되겠는가. 벌써부터 법조계 일각에선 “국민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드루킹 사건과 손혜원 의원,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 신재민 전 사무관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은 뭐냐는 것이다. 국회에서 논란이 된 대통령 딸 부부의 해외 이주도 그렇지 않을까.
 
박재현 논설위원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