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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어른이 만든 세상

중앙일보 2019.03.22 00:14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페이스북을 ‘SNS’라고 부른대요. 어르신들만 북적대서 ‘시니어 네트워크 서비스’라고요.”
 
후배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기자도 ‘꼰대’ 소리 들을 나이지만 요즘 페이스북에 어르신들의 글이 많긴 하다. 중학생 조카는 친구 신청을 거절했다. “페북은 메신저만 쓰니까 생일 축하 이런 거 하지 마. 나중에 용돈이나 줘.”
 
지인들의 근황을 반가워하던 것도 옛일이다. 진영논리로 가득 찬 글이거나, 허세 넘치는 일상, 광고성 포스팅만 넘쳐난다. 생각보다 오래 가긴 했다. ‘파도 타고, 도토리 나누던’ 싸이월드가 사라지고 페이스북 유저가 늘던 10년 전, 언젠간 끝날 줄 알았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다. 저커버그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메신저 중심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의 사생활을 쌓아 공유하고 상업적으로 활용하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부인한 셈이다. 소셜미디어의 왜곡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퍼진 ‘모모 챌린지’는 소셜미디어 속 세상이 어떻게 뒤틀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모모’는 돌출된 눈과 찢어진 입을 지닌 여성 얼굴에 새의 몸을 한 괴물이다. 2016년 일본 특수효과 업체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요괴 모습을 만든 작품 사진이 온라인을 타고 ‘괴담’이 됐다.
 
페이스북과 왓츠앱 메신저, 유튜브 등에서 “모모가 어린이들을 꾀어 자살하게 한다”는 괴담이 퍼졌다. 셀럽인 킴 카다시안은 “당신 아이들이 뭘 보고 있는지 살피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미디어 전문 필자인 존 허만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이달 초 ‘우리가 그녀(모모)를 만든 한 모모는 실재한다’는 기사에서 “괴담을 확대 재생산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건 어른들”이라고 비판했다.
 
어른들이 소셜미디어를 왜곡하고 돈 벌 궁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붙잡고 어른들이 만든 위험한 세계에 빠져든다. 아예 못 쓰게 할 순 없어도 가끔은 나가서 놀게 하면 좋겠다. 모처럼 미세먼지도 줄었는데….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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