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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당 득표율)-지역구 당선수}×½…이게 다가 아닙니다

중앙일보 2019.03.22 00:05 종합 12면 지면보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지난 19일 마련한 선거제 개편안은 난수표로 불릴 정도로 복잡하다. 실제 어떻게 적용될지 알아봤다.
 

의원도 모른다는 연동형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로 계산한 의석서
지역구 당선수 뺀 만큼 비례대표
권역별 득표율 비례해 50% 배분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지역구를 225석(현행 253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75석(현행 47석)으로 늘리는 것이다. 지역구는 국회에서 시도별 인구수를 고려해 의원 정수를 정하면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선거구를 정하는데, 종전처럼 지역구 최다득표자를 의원으로 뽑는다. 문제는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이다.
 
지난 총선까진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투표하고, 비례대표 배분을 정당 투표율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개편안은 정당 투표율와 지역구 당선 의석수를 연동해 배분한다. ‘연동형’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당초 협상 테이블에 올랐던 건 독일과 같은 100% 연동형(정당 득표에 따른) 비례대표제였다. 100% 연동형에 따르면 A당의 정당 득표율이 20%였다면 A당에겐 전체 300석의 20%인 60석이 보장된다. A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30석밖에 얻지 못했다면 나머지 30석을 비례대표로 채워 60석을 보장해준다. 그런데 의원 정수는 300명 그대로 두고 이 구조로 가면 지역구가 대폭 줄게 된다.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정안으로 ‘50% 연동형’(=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 나왔다.
 
준연동형으로 할 경우 A정당이 가져갈 비례 의석은 30석이 아닌 15석이다. 이런식으로 B당, C당 등이 쭉 비례대표를 나눠 갖고, 남는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2차 배분 절차가 진행된다. 이 때는 전국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서 쪼갠다.
 
여야 4당은 여기에 지역주의 완화를 명분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는데, 이 때문에 계산식은 더 복잡해졌다. 기존 비례대표는 전국 단위 정당명부 방식으로 많게는 50번까지 후보를 정해둔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되면 전국을 ▶서울 ▶인천·경기 ▶대전·충남·충북·세종·강원 ▶광주·전북·전남·제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6개 권역으로 나누고 비례대표 공천도 권역별로 하게 된다.
 
앞서 예로 든 A당의 의석을 전국 6대 권역별로 계산해보자. A당이 지역구 30석과 비례대표 30석을 확보했다고 치자. 그러면 이 비례대표 30석을 각 권역별로 배분해 해당 권역별로 당선자를 결정하게 된다. 권역별 의석수의 계산 방식은 ‘총 의석수(지역구+비례대표)×권역별 득표율’이다. 여기서 ‘권역별 득표율’이란 말이 헷갈릴 수 있는데 ‘정당별 해당권역의 정당득표수’를 ‘정당의 전국정당득표수’로 나눈 수치다.
 
가령 A당(지역구 30+비례 30)의 전국 정당 득표수가 500만표고, 서울에서 50만표(정당투표)를 얻었다고 치자. 그러면 A당의 서울권 득표율은 10%가 되고 A당의 서울권 할당의석은 60석×10%로 6석이 된다. 그런데 A당의 서울권 지역구 당선자가 2석이라고 치자. 그러면 A당이 서울권 할당의석 6석에서 모자라는 4석, 그 중 절반(50%연동)인 2석을 서울권 비례대표로 배정한다. B당, C당 등도 이런식으로 나눈다. 그렇게 한 뒤에 남는 비례대표 의석은 각 당이 자신들의 권역별 득표율에 비례해서 배분한다.
 
선거제도를 복잡하게 만든 또 한 요인은 석패율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중복 출마할 수 있게 해, 지역구에서 석패(惜敗,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다. 정당마다 석패율제 적용이 가능한 인원은 권역별로 최대 2명까지로 했다. 만약 A정당이 부산에서 항상 석패한 경우가 많았다면, 부산·울산·경남  지역구 출마자 전부를 이 권역의 비례대표로도 출마시킬 수 있다. 해당 권역의 출마자들끼리 경쟁해서 가장 아깝게 떨어진 한두사람을 비례대표로 되살릴 수 있다.  
 
부산 사하구에 출마한 A당의 김모 후보가 5만표를 얻어 낙선했고, 그 지역 당선자가 10만표를 얻었다면 김 후보의 석패율은 50%다. 한편 경남 거제에 출마한 A당 이모 후보도 5만표로 낙선했는데, 그 지역 당선자가 8만표를 얻었다면 이 후보의 석패율은 62.5%다. 이 후보가 더 아깝게 낙선한 셈이다. 이렇게 특정 권역에서 석패율이 높은 순서대로 두 명까지 비례대표로 심폐소생시킬 수 있게 된다. 다만 특정당의 싹쓸이를 막기 위해 특정 권역에서 지역구 의석의 30% 이상을 가져간 정당은 석패율제를 쓸 수 없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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