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65세 노인 10%가 치매 환자…100세 시대 인기끄는 치매보험

중앙일보 2019.03.21 17:15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는 치매로 인해 자신이 저지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성이 나온다.  [중앙포토]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는 치매로 인해 자신이 저지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성이 나온다. [중앙포토]

 “정신을 차리자 내가 어머니의 뺨을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며 두 주먹을 움켜쥐고 덤벼들었다. 난 다시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어머니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온 뒤에야 정신이 들었다.”
 
 일본의 50대 독신 프리랜서 기자인 아들이 치매에 걸린 여든 노모를 간병한 이야기를 다루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엄마, 미안해』에는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패륜으로 비칠 수 있는 이 장면은 치매 간병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치매와의 전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인 10명 중 한명이 치매환자다. 65세 노인 인구(706만6201명)의 10%(70만5473명)다. 
 
 증가세는 가파르다. 2024명에 치매환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뒤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인구의 6%가 치매환자가 된다는 의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치매 진료와 간병은 장기전이다. 투병기간이 긴 만큼 의료비와 간병비 등 경제적 부담이 크다. 『엄마, 미안해』의 저자가 “단언컨데 가장 바람직한 위로는 돈”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치매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약 344만원이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074만원이었다.  
 
 올 들어 보험사들이 잇따라 출시한 치매보험이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다. 중증 치매에 한정됐던 보장 범위가 경증 치매까지 확대되고 간병비 지급액과 지급기간이 늘어났다. 고령자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속속 생기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장기요양상태와 치매를 동시에 보장하는 종합간병상품까지 등장하며 소비자의 선택지는 넓어졌다.  
 
 지난 1월 대형 생보사 중 처음으로 치매보험 내놓은 한화생명의 ‘간병비 걱정없는 치매보험’의 경우 출시 두 달 만에 11만건의 가입 실적을 올렸다.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으로 최대 95세까지 보장하며 간병비 종신 보장(월 100만원)을 내세웠다. 
 
 다음달 경험생명표 반영을 위해 해당 상품을 이달까지만 팔기로 하며 막차를 타려는 수요도 몰리고 있다. 보험료가 오르고 보장 내역이 축소될 우려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종합간병보험 행복한 동행’은 치매와 장기요양상태를 보장한다. 치매 뿐만 아니라 뇌졸중이나 관절염 등으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장기요양상태도 보장받을 수 있다. 출시 한달여만인 지난달 말까지 가입자수는 4만2000건을 기록했다.  
 
 ‘생보사 빅3’ 중 교보생명도 마지막으로 치매보험 빅매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8일 치매진단비와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교보가족든든치매보험’을 내놨다. 중증치매 진단을 받으면 진단보험금(2000만원)과 매달 생활자금(100만원)을 평생 받을 수 있다.  
 
 신한생명(간병비받는건강보험)의 경우 중증치매로 진단이 확정되면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고 미래에셋생명(치매보험든든한 노후)은 보험금 대리청구인 지정 등을 통해 손쉽게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손해보험사 치매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8일 출시된 삼성화재(유병장수 100세 플러스)의 경우 한 달 새 1만9000건이 판매됐다. 치매 정도에 따라 간병비를 지급기간을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손보사 치매보험은 간병비보다 진단비 쪽에 무게를 실었다. KB손해보험(The간편한치매간병보험)의 경우 진단비(최대 5000만원)를 높였다.  
 
 가입 등의 ‘간편함’도 손보사 치매상품의 강점이다. 심사가 간단하고 병이 있거나 병을 앓은 적이 있어도(유병력자)도 가입할 수 있다. 현대해상(간단하고편리한치매보험)과 DB손해보험(착하고간편한간병치매보험) 등이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치매 환자에게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치매 환자에게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치매보험에 가입할 때 소비자 입장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경증 치매 보장 여부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중증치매환자 비율은 2.1%에 불과해 중증치매만 보장되는 상품에 가입하면 보험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보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노년기에 발병률이 높아지는 특성상 80세 이후 보장하는 상품인지도 살펴야 한다. 치매 환자의 경우 본인이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지정대리인 청구제도에 대해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치매보험은 새로운 회계기준(IFRS17)도입을 앞두고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려야 하는 보험사가 찾은 새로운 대안이다. 하지만 치매 관련 통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보험사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치매환자 증가와 보장범위 확대로 인해 손해율이 커질 수 있어서다.  
 
 최근 치매보험 시장이 과열되자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21일 보험사에 ‘치매보험 상품 운영 시 유의사항 안내’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장 범위가 넓어지고 보험금 지급액도 커지면서 보험사기 유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위험을 지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